브로드컴의 VM웨어 가격 폭탄…EU 경쟁법 위반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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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이 가상화 소프트웨어 기업 VM웨어를 인수한 이후, 유럽 전역의 VM웨어 고객이 최대 1,500%에 달하는 가격 인상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이로 인해 수익성이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CISPE(Cloud Infrastructure Services Providers in Europe)가 설립한 감시 기구인 ECCO(The European Cloud Competition Observatory)는 최근 브로드컴의 라이선스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담은 평가를 내놨다. ECCO는 브로드컴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인 ‘레드(RED)’ 등급을 부여하며 브로드컴의 사업 모델이 EU 경쟁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ECCO는 유럽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업체를 대표하는 단체인 CISPE 산하의 독립 감시기구로, 지역 내 클라우드 라이선스 관행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가격 충격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다. CISPE 회원사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VM웨어 제품의 가격이 800%에서 최대 1,500%까지 인상됐다고 보고했으며, 라이선스 비용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기업도 많았다. VM웨어 가격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가 1,050%의 가격 인상을 겪은 사례를 언급하며, 브로드컴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전 세계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CO는 보고서에서 이번 가격 인상 사태가 유럽의 비즈니스 환경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 공공 서비스 기관, 민간 기업 등 다양한 분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 집필팀은 “특정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생존 가능성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예측 기준 EBITDA가 0으로 떨어질 정도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브로드컴 대변인은 “유럽 내 140곳 이상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 중 40곳 이상은 주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로드컴은 EU의 주권 클라우드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모든 형태의 기업이 혁신을 가속화하고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복잡한 기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브로드컴의 제품이 CISPE 회원사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CISPE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그레이하운드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치트 비르 고기아는 “라이선스 관련 마찰이 점점 더 가시화되면서 규제 당국의 관심이 단순한 기술적 준수를 넘어 전반적인 시장 구조적 행태로 확장하고 있다. 유럽이 디지털 시장의 공정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브로드컴은 공식적인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전면적인 라이선스 정책 수정
브로드컴은 VM웨어 인수 이후 소프트웨어 판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경했다. 영구 라이선스와 유연한 종량제 과금 모델을 폐지하고, 실제 사용량을 반영하지 않는 고정 요금의 3년 의무 구독제를 강제한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통상적인 과금 구조에 어긋나는 방식이다.
또한 브로드컴은 개별적인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새로운 기능 없이 여러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형태로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고객은 필요하지 않은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CCO는 “실제 사용량에 기반하지 않는 과금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근본적인 운영 원칙에 반하는 조치다. 브로드컴은 고객이 새로운 조건을 수용하도록 강제 하기 위해 기존 라이선스 계약을 일방적으로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종료했다. 일부는 10년 이상 유지된 계약이었다”라고 덧붙였다.
ECCO의 설명에 따르면 이 상황은 “이전까지는 실제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청구하던 전력 회사가 갑자기 전기 난방 시스템이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최대 출력으로 작동한다고 가정해 요금을 매기고, 여기에 더해 1년 치를 선불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에베레스트그룹(Everest Group)의 프랙티스 디렉터 디프티 세크리는 브로드컴의 방식이 다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과 비교해 특히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세크리는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도 유사한 모델을 도입해 왔지만, 점진적으로 접근하거나 파트너 생태계 인센티브를 통해 유도하는 방식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VM웨어 대체재 적극 모색 중인 유럽 기업들
많은 유럽 기업이 VM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뉴타닉스(Nutanix), 오픈스택(OpenStack), 프록스목스(Proxmox)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에베레스트그룹의 세크리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단순한 전환이 아니다. 아키텍처와 운영 모델, 파트너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VM웨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CISPE 회원사 중 VM웨어에서 완전한 전환에 성공한 사례는 한 곳에 불과하다. 해당 기업은 오픈소스 대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400명의 전 직원을 수개월간 투입해 집중적인 개발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는 사실상 비즈니스 전반을 탈바꿈시키는 수준의 변화였다. 이 정도의 시간과 자원을 요구하는 작업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의 고기아는 “VM웨어를 대체하는 옵션은 존재하지만, 전환 과정은 쉽지도 저렴하지도 않다. 오픈소스 하이퍼바이저나 클라우드 네이티브 스택과 같은 선택지는 장기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앞서 역량 확보, 도구 정비, 고객 변화 관리 등에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법적 압박 수위 높이는 브로드컴…유럽 생태계와 충돌 우려
ECCO가 보고서를 발행한 2025년 2월 이후, 브로드컴은 자사의 제한적 정책과 법적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파트너십 프로그램 구조를 재편하며 유럽 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 제공자와 리셀러를 겸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자리 잡은 이중 역할 구조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조치로, 지역 생태계와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브로드컴이 법적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ECCO 보고서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구독 계약 없이 VM웨어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사용 중지’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 지멘스의 미국 법인 등 주요 고객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CISPE 회원사들은 브로드컴이 자사가 설정한 계약 조건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누구든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ECCO는 브로드컴에 ▲계약 조건 변경 시 최소 6개월 이상의 사전 고지 기간 보장 ▲계약상 합의된 요율을 기준으로 클라우드에 적합한 가격 체계 마련 ▲소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상위 등급의 파트너 프로그램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 마련 ▲최종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 구현과 같은 4가지 핵심 조치를 이행하라고 제시했다.
규제 태풍의 조짐
브로드컴의 가격 정책 논란은 유럽 전역에서 공식적인 규제 당국의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독일의 IT 사용자 협회인 보이스(VOICE)는 이 사안과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공식 민원을 제기했으며, ECCO 또한 규제 당국의 직접 개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CCO는 브로드컴의 기존 계약을 원상 복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적극적인 규제 조치를 통해 시장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CCO는 “브로드컴이 핵심 조치를 조속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현행 수익 모델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의 운영 방식이 EU 경쟁 규제를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에베레스트그룹의 세크리는 브로드컴의 라이선스 정책 전환이 EU 규제 당국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인 조치가 실제로 브로드컴의 라이선스 운영 방식을 바꾸거나 구조적인 시정 조치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라고 언급했다.
장기적인 인수 효과는 불투명
브로드컴의 공격적인 라이선스 정책 재편은 단기적인 수익 증대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VM웨어 인수를 통해 기대했던 전략적 가치가 장기적으로 훼손될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의 고기아는 “고객 이탈과 규제 대응 비용이 늘어나면 이번 인수를 통한 ROI의 근본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크리는 이 같은 긴장 고조가 브로드컴의 VM웨어 수익화 전략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라이선스 정책 변화의 속도와 강제성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규제가 엄격하거나 데이터 주권 문제가 민감한 시장을 중심으로 파트너와 고객 모두에서 강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세크리는 브로드컴의 접근 방식이 “단기 수익은 얻을 수 있지만 파트너 이탈이나 고객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장기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고강도 통제 기반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고객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브로드컴은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ECCO의 시정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반독점 조사와 제재 가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현재 사업 방식은 유럽 기업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추가 비용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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