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게임은 죽지 않는다… 밸브의 ‘데커드’가 현실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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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VR 게임이라는 개념을 늘 좋아했다. 이는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VR 헤드셋 없이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경험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2025년 현재, VR 게임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레이어와 게임 개발자 대부분이 메타의 퀘스트(Quest)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지만, 메타는 메타버스 구축에 몰두한 나머지 VR 게임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단 하나, 밸브(Valve)다. 밸브는 스팀 덱(Steam Deck)을 통해 휴대용 PC 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이며, 오늘날 VR 게임 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영향력과 자원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다. 오랫동안 루머로 회자된 데커드(Deckard) 헤드셋이 기대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준다면 VR 게이머가 그토록 기다려 온 진정한 전환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VR 게임의 흥망성쇠
2012년 출시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최초의 소비자용 VR 헤드셋이었다. 이후 2014년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에 인수됐고, 당시 페이스북은 VR 헤드셋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 제품군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가장 대중적인 게임용 VR 헤드셋 시리즈로 자리잡고 있다.
퀘스트 헤드셋은 기기 자체에서 게임을 실행할 수도 있고, PC와 유선 연결해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활용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다. 심지어 PC에서 VR 게임을 무선으로 스트리밍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다재다능함 덕분에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믹스트 리얼리티(Windows Mixed Reality) 헤드셋은 이제 사실상 과거 유물이고, 홀로렌즈(HoloLens) 역시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한편, 필자는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를 보면 아직도 고개를 흔들게 된다. 가격이 무려 3,499달러에 달하지만 비트 세이버(Beat Saber) 하나 실행도 못 한다고? 사양하겠다. 필자는 299달러부터 시작하는 메타 퀘스트 3S(Meta Quest 3S)로도 충분하다. 그 비싼 고철덩어리는 애플이 계속 갖고 있길 바란다.
하지만 메타의 헤드셋이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VR 게임 생태계의 실질적인 책임자로서의 역할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VR 헤드셋의 미래는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으며,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이 빠르게 생성형 AI로 이동한 점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 허공에 떠 있는 마크 저커버그 3D 아바타가 미래를 상징하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생성형 AI로 만든 마크 저커버그 아바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VR 게임을 허비하는 메타
필자가 보기에 마크 저커버그는 한때 VR과 메타버스에 진심으로 열정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페이스북(현 메타)이 그토록 막대한 자금을 이 분야에 쏟아부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커버그는 VR이야말로 “차세대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길 바랐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그 기대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그 자리를 생성형 AI 같은 기술에 뺏기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메타가 리얼리티 랩(Reality Labs) 부문을 축소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문제의 일부는 메타가 게임 개발자가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견고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신, 줄곧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 같은 ‘메타버스 스타일’의 경험에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많은 VR 게임 개발자가 메타 스토어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으며, 생존에 필요한 수준의 매출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로 게임 개발자 사이에서는 VR이 더 이상 유의미한 게임 시장이 아니라는 회의감이 확산하고 있다.
아울케미 랩(Owlchemy Labs)의 CEO 앤드류 아이시는 업로드VR(UploadVR)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는 게임 콘솔을 만들어 놓고, 일반 컴퓨팅 기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개발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한 개발자는 “메타는 더 이상 게임 플랫폼이 되는 데 관심이 없다. 오직 메타버스가 되길 원할 뿐이며, 기존 스토어는 과거의 유산처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발자는 “메타가 스토어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이를 플랫폼의 미래가 아닌 그냥 남겨두는 ‘레거시 옵션’ 정도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런 의견은 메타가 메타 스토어(Meta Store)를 운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점점 더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 중심 경험을 우선 노출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기존 인기 게임을 모방한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 외부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는 점차 뒤로 밀려나고 있다. 현재 메타의 전략은 게임보다는 무료 기반 콘텐츠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비전 프로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프로젝트, 삼성의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까지 VR 헤드셋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메타는 게임 중심 전략에서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VR 게임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상황이며, 이는 자기 충족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처럼 현실이 되고 있다. VR 게임은 방치된 채로 점점 쇠퇴하는 중이다.
VR 버전 스팀 덱을 볼 수 있을까?
밸브 인덱스(Valve Index) VR 헤드셋은 2019년 출시 당시 99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PC에 유선 연결이 필수인 기기였다. 당시 기준으로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고, 이를 통해 밸브는 고품질 VR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후 출시된 하프라이프: 알릭스(Half-Life: Alyx)를 통해서는 우수한 VR 게임 개발 역량까지 보여줬다. 참고로 더 랩(The Lab) 역시 2016년 첫 공개 당시 주목받았던 밸브의 또 다른 VR 콘텐츠다.
하지만 밸브는 그 이후로 VR 분야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그 대신 등장한 것이 바로 스팀 덱이다. 이 기기는 휴대용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팀 덱은 단순히 훌륭한 하드웨어를 넘어,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인 스팀OS(SteamOS)를 탑재하면서도 윈도우용 게임과의 높은 호환성을 구현했다. 상당히 인상적인 기술 성과다.
스팀 덱은 많은 사람이 실제로 원하던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기반 PC에서의 휴대용 게임 경험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스팀 덱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하자, 마이크로소프트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현재 출시된 윈도우 기반 휴대용 게이밍 기기의 완성도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지만,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이상 손 놓고 있지만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VR 게임 시장에 절실히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불꽃’이다. 메타가 스스로 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바통을 밸브가 이어받아 달릴 수 있을까?
루머로 떠도는 ‘데커드’가 유일한 희망
밸브의 프로젝트 데커드(Project Deckard)는 오랫동안 온라인상에서 추측만 무성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련 루머가 한층 더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 초 한 정보 유출자는 프로젝트 데커드가 2025년 말 출시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과도한 추측에 휘둘리고 싶진 않지만, 점점 그려지고 있는 그림은 “게이밍을 위한 고성능 VR 헤드셋, 그리고 PC에 연결하지 않고 단독으로 실행할 수 있는 메타 퀘스트 스타일의 독립형 기기”다. 만약 루머가 사실이라면,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밸브는 이미 인덱스로 VR 하드웨어 역량을 증명했고, 스팀 덱으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밸브는 게임을 진심으로 대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때 페이스북 피드를 팜빌(FarmVille)로 도배했던 메타와는 다르다.
밸브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바로 스팀(Steam)이다. VR 게임 개발자가 메타 스토어에서 매출 하락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VR 게임 개발 자체가 줄어드는 이유는 결국 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하지만 밸브가 스팀을 중심으로 VR 게임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스팀 덱처럼 “별도 하드웨어 없이 이 한 대면 된다”라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VR 기기를 만든다면, 밸브는 다시 판을 흔들 수 있다. 그런 단순하고 직관적인 경험이 바로 메타 퀘스트 시리즈가 사랑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드웨어가 아니라도 이런 움직임은 새로운 형태의 참신한 VR 게임 물결을 일으키고 침체된 시장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최소한 필자처럼 이 기술을 흥미롭게 여기는 사용자에게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스팀 덱 이전에 휴대용 게이밍 PC가 기업의 외면을 받았던 것처럼, 지금의 VR 게임 헤드셋 역시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밸브의 앞에는 그 흐름을 바꿀 큰 기회가 놓여 있다.
물론 아직 확실한 건 없다. 밸브가 다양한 제품을 실험 중이더라도 프로젝트 데커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필자는 밸브가 정말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를 바란다. 현재의 VR 게임 산업에는 이런 돌파구가 절실하며, 실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기업은 밸브밖에 없다.
여전히 특별한 게임으로서의 VR
여전히 많은 이들이 VR(virtual reality)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이해한다. 필자 역시 VR 헤드셋을 장시간 착용하고 싶지 않으며, 메타버스 안에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필자는 게이밍 PC로 ‘둠: 더 다크 에이지(Doom: The Dark Ages)’와 같은 AAA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면 그만이고, 윈도우 11이 이제 VR 헤드셋을 지원한다 해도 굳이 VR 헤드셋을 쓰고 일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래도 VR 게임은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비트 세이버 같은 게임은 정말 독보적이다. 10대 시절 푹 빠졌던 댄스 댄스 레볼루션(Dance Dance Revolution) 열풍을 떠올리게 할 만큼 특별한 매력이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VR은 게임 기술로서 분명히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밸브가 이 판을 다시 주도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 누군가는 반드시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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