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시대에 빛나는 로우테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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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사이버펑크 소설 속 세상에 살고 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억만장자들이 우주 프로그램과 로봇 군대를 운영하고, AI 챗봇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몇 문장만 입력하면 자신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기업은 ‘맞춤형 아기’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뇌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임플란트,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봇 수술, AI가 제어하는 의수와 의족, 수백만 대의 드론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여전히 손으로 쓴 편지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필자는 기술 중심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비슷할 것이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새로운 혁신과 제품에 관심이 많고, 그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 직접 써보는 걸 즐긴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큰 함정이 있다.
새로운 기술은 종종 오래된 기술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기술을 다루던 능력과 사고방식까지 함께 잃게 된다.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사회적 요인과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한다. 이런 흐름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셜미디어다. 처음에 우리는 그것을 ‘소셜 네트워킹’이라고 불렀다. 알고 있는 사람이나 흥미로운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도구였다. 멀어진 친구와 연락을 유지할 수 있었고,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그룹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그러다 언론이 소셜 네트워크에 합류하면서 뉴스 콘텐츠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며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고리즘은 플랫폼 기업의 이익에 맞게 진화했다. 처음에는 연결과 정보 공유를 위해 존재하던 시스템이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목적을 위해 작동한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이용해 광고주의 이익을 확대하고 정치인의 선전 활동을 돕고, 적대 세력의 분열 공작과 시비꾼, 혐오 세력, 스패머, 사기꾼이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었다.
흔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사용자가 상품이 됐다.
지금의 소셜미디어는 오히려 사람을 고립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신문을 구독하고 직접 읽고 친구와 대면해 토론하는 일은 믿기 힘들 정도로 구식이고 촌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야말로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더 정확한 정보를 얻는 길이다. 모두가 그렇게 했다면 민주주의는 훨씬 건강해졌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손쉽고 중독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회적 교류와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불쾌감을 느끼고 사회가 분열된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틱톡 사용자는 오디오북을 듣는 걸 상상하지 못하고, 오디오북 이용자는 전자책을 읽는 걸 상상하지 못하며, 전자책 독자는 종이책을 읽는 걸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종이책을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손으로 직접 쓰는 메모는 앱에 입력한 메모보다 기억력에 훨씬 도움이 된다. 손글씨로 쓴 편지는 문자 메시지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화 통화는 왓츠앱 메시지보다 훨씬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대부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다. 오히려 종이에 읽고 쓰는 습관을 증조부모 세대의 낡은 행위로 여긴다.
기술에 관한 진실
필자는 유목민처럼 산다. 아내와 함께 해외를 떠돌며, 한곳에 정착하지 않는다.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멕시코의 오악사카다.
오악사카시는 고풍스러운 스페인 식민지풍 도심이 거대한 현대 도시로 둘러싸인 독특한 곳이다. 오악사카시가 있는 오악사카주는 절반은 현대적 생활을, 나머지 절반은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삶을 사는 원주민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는 산간 외딴 마을에서 살며, 스페인어를 전혀 쓰지 않고 자포텍어나 미스텍어 계열의 토착어만 사용한다.
이들 중 가장 전통적인 사람들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 발명된 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대부분 식량을 직접 재배하거나 사냥 또는 채집하고, 오래된 석제 도구로 곡식을 빻고 장작불로 요리한다. 옷감은 산에서 채집한 식물로 염색해 직접 만든 베틀로 짠다. 약초를 눈으로 구별하고,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는다. 이는 전문 기술이 아니라 일상적 능력이다. 그곳에서 필자는 이런 일을 모두 스스로 해내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로우테크 생활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테크 사회는 집단적으로는 놀라운 성취를 이뤘지만 개인의 역량은 빼앗았다. 요즘 아이들은 필기체를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 아날로그 시계를 볼 줄 모르고, 종이 지도를 읽지 못한다.
기술 혁신의 가속은 곧 기술 상실의 가속이다.
비디오게임, 스마트폰, 데이팅 앱은 몇 년 전 코로나19 봉쇄의 여파와 맞물려 젊은 세대를 사회적 고립으로 몰아넣었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기술을 잃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외로움의 전염병’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옛 기술과 구식 기술 지식을 잃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결과다.
로우테크로 경쟁력을 높이는 법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AI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은 상당한 인지적 열세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의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AI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은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지적 열세’가 아니라 ‘정보 열세’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인지(cognitive)’란 ‘생각·추론·기억 등 의식적 지적 활동과 관련된 것’을 뜻한다. 필자는 AI 안경 같은 첨단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사람을 인지적 약자로 만드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미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천 건의 과학 연구 결과는 하나의 결론을 보여준다. 첨단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비판적 사고를 둔화시키고 기억력을 약화시키며,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고, 창의성을 제한하며, 집중력을 손상시키고, 자동화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흐름을 인식하고 되돌리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최신 기술이 언제나 더 낫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일에는 알맞은 도구를 써야 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도구가 새 기술이든 옛 기술이든 상관없다. 또한 구식 기술을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AI 챗봇은 가벼운 정보를 찾는 데는 검색엔진의 대체재로 쓸 만하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여전히 검색엔진이 더 낫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결과적으로 더 정확한 지식을 얻게 된다. 동영상은 단순한 오락이나 사용법 학습에는 좋지만,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려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낫다. 특히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려면 소설을 읽는 것이 두 배로 효과적이다.
알고리즘이 필터링한 뉴스는 주요 이슈를 훑어보는 데는 유용하지만, 진짜 깊이 있는 정보는 RSS 피드를 직접 구성해 양질의 매체를 구독하는 것이 최고다. 가장 지적인 사람들은 여전히 수준 높은 신문과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이다. 메신저 앱은 짧은 업무 커뮤니케이션에는 적당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메일이 훨씬 우수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절대 잊히지 않을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종이에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보내라.
이런 ‘올드 스쿨’ 방식의 공통점은 하나다.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사용자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관계를 더 깊게 만든다. 즉, 오래된 기술을 다루는 능력, 습관, 절제, 연습을 전략적으로 기르면 일과 인생 모두에서 훨씬 성공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이 있다. 사회가 하이테크로 발전할수록 로우테크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진다. 그러니 AI 챗봇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능숙하게 익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손편지 쓰는 법만큼은 절대 잊지 말기 바란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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