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전화하고 결제까지…AI 쇼핑이 소매업의 기본 공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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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쇼핑 시즌의 무대 뒤에서는 더 이상 산타의 요정이 아니라 AI 쇼핑 어시스턴트가 분주히 움직이게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구글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구글은 AI 에이전트가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고 가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심지어 스스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미나이에 ‘대규모 AI 쇼핑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이는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의 등장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시스템과 운영 관행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수석 리서치 디렉터 줄리 겔러는 “이번 구글 업데이트는 소매업을 ‘인텐트 기반 쇼핑(intent-based shopping)’에 한층 더 가깝게 만들었다. 소비자가 직접 탐색하는 과정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해답으로 안내받는 경험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매장에 직접 전화하는 AI 에이전트
구글은 자연어로 쇼핑 관련 질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자사의 AI 모드(AI Mode)를 확장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문장으로 설명하면 AI가 이미지, 가격, 리뷰, 재고 정보 등을 포함한 ‘지능적으로 구성된 응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응답 내용은 사용자의 질문과 필요에 맞춰 맞춤형으로 구성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따뜻한 가을 색감의 포근한 스웨터”를 찾는 소비자는 관련 상품 이미지 목록을 받게 되며, 보습제 선택을 고민하는 소비자는 리뷰를 기반으로 한 제품 비교표를 받을 수 있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 제이슨 앤더슨은 “소비자는 매우 개인화된 추천을 받을 수 있으며, 이미 구글을 통해 하듯 여러 업체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자는 이제 제미나이 내에서 직접 쇼핑할 수 있다. AI 모드에서 ‘내 주변(near me)’ 상품을 검색하면 ‘구글이 대신 전화하기(Let Google call)’ 버튼이 나타난다. 사용자가 상품을 탐색하는 동안 제미나이가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하며, 백엔드에서는 인근 매장에 전화를 걸어 재고 여부, 가격, 할인 행사 등의 정보를 확인한다. 이후 쇼핑 정보는 구글의 통합 쇼핑 그래프(Shopping Graph)를 통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형태로 전달된다. 구글에 따르면, 이 그래프에는 현재 500억 개 이상의 상품이 등록돼 있으며, 이 중 20억 개는 매시간 정보가 갱신된다.
이 기능은 현재 미국 내 사용자에게만 제공된다. 구글은 이번 업데이트가 듀플렉스(Duplex)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제미나이 모델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통해 AI가 최적의 매장을 선택하고, 후속 질문을 제안하며, 대화 요약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대신 전화하기(Let Google call)’ 기능은 최근 미국 검색 서비스에 적용됐으며, 장난감, 헬스·뷰티, 전자제품 카테고리부터 순차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구글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쇼핑 경험의 마지막 단계인 결제 과정까지 완전히 자동화한 에이전틱 체크아웃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가격 추적 기능을 이용해 관심 있는 상품의 사이즈, 색상, 예산 범위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설정한 가격대에 도달하면 알림을 받게 된다.
또한 일부 제휴된 판매처에서는 구글페이(Google Pay)를 통해 구글이 대신 상품을 구매하도록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미국 내 주요 소매업체인 웨이페어(Wayfair), 츄이(Chewy), 퀸스(Quince), 일부 쇼피파이(Shopify) 입점 상점에서 우선 적용됐다. 구글은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반드시 사전 승인을 요청하며, 가격과 배송 세부 정보가 사용자의 확인을 거친 후에만 결제가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번 기능이 “판매자에게는 오프라인 방문을 유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제시한다”라고 설명했다.
인프라의 재설계가 필요한 때
쇼핑 경험에 AI 에이전트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마트,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아마존 등 주요 소매 기업이 이미 AI 기반 쇼핑 기능을 실험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가 어떤 형태로 구현되든,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서는 기업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의 겔러는 “구글의 새로운 에이전틱 쇼핑 기능은 탐색부터 결제까지의 과정을 순식간에 하나의 자동화된 과정으로 압축한다. 모든 과정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큰 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겔러는 “기존에는 단계별로 진행되던 과정이 이제는 거의 동시에 실행된다. AI 에이전트가 몇 초 만에 가격, 재고, 리뷰, 배송 옵션을 모두 확인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의사결정이 느린 부분은 즉시 드러나게 된다. 대부분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은 인간의 탐색 속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데이터 구조가 불완전하거나 연결이 느슨한 부분에 큰 압박이 가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핵심 시스템 요소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겔러는 “이를 위해서 일관된 제품 데이터, 논리적인 카테고리 구조, 그리고 다른 기능을 방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겔러는 “이제 트래픽 양상이 기존의 인간 중심 브라우징 패턴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AI 에이전트가 얼마나 빠르게 여러 엔드포인트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운영자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세션에서 갑작스럽게 다수의 요청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재고 시스템과 배송 시스템 간의 불일치가 생긴다면 이는 시스템이 “원래 설계된 한계를 넘어 과부하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겔러는 지적했다.
다만 이런 변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AI 에이전트의 트래픽이 기업으로 하여금 데이터 품질과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도록 압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즉각적인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겔러는 “정보가 더 명확해지고 선택지가 일관되며,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했던 작은 불일치들이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의 앤더슨 역시 “아마존의 루퍼스처럼 독립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이런 에이전틱 기능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여러 사이트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AI 쇼핑 시스템에서 에이전트를 개별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아닌 그래프 구조로 추상화한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방식이 사이트의 성능이나 확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앤더슨은 “이 그래프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되는지, 또 그것이 새로운 가격 조정 요인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없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앤더슨은 “구글이 특정 제품의 가격이 120달러에서 99달러로 떨어질 때 알림을 요청한 소비자 수를 판매자나 경쟁사에 공유한다면, 이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글의 쇼핑 그래프 업데이트 주기에 따라 판매자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업데이트가 잦아지면 단기 할인 행사가 늘어날 수도,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이는 유통 구조 전반에도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앤더슨은 “인증된 여러 판매자가 존재할 경우, AI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판매 경로를 경쟁시키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럴 때 구글이 어떤 기준으로 판매자 우선순위를 정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앤더슨은 “현재로서는 판매자가 쇼핑 그래프에서 빠질 수 있도록 옵트아웃(opt-out) 선택권을 제공받는지, 혹은 새로운 구매 패러다임이 자리 잡을 때까지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번 변화는 소비자에게는 매우 유리해 보이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시장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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