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술 주권 강화 위해 미국 기술 의존 해소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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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디지털 인프라의 80% 이상을 유럽 외 지역 기술(역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유럽의회는 반도체·클라우드·소프트웨어·인공지능을 포괄하는 ‘유로스택’ 구상을 촉구했다. 다만 변화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유럽의회는 현지 시각 목요일, 기술 주권과 디지털 인프라에 관한 종합 보고서를 채택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시스템 전반에서 역외 기술 제공업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본회의 표결에서 471대 68로 통과됐으며, 77%가 찬성표를 던졌다. 유럽국민당, 사회민주당, 자유당, 녹색당 등 주요 정당이 지지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집행위원회에 핵심 기술 의존도를 전면적으로 파악한 뒤 역외 제공업체 의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유럽 기업 전반에서 기술 전략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이번 표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의회 문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디지털 제품, 서비스, 인프라, 지식재산의 80% 이상을 역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여러 애널리스트는 이런 구조를 해소하려면 10년 이상에 걸친 전환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광범위한 기술 의존 구조
유럽의 역외 기술 의존 수준은 분야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술 스택 전반에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만 보더라도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유럽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SAP, 도이체텔레콤, OVH클라우드 등 현지 사업자의 점유율은 합산 15%에 불과하다.
다만 클라우드는 기술 주권 과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망부터 인공지능 모델 개발까지 디지털 스택 전반을 다루고 있다.
유럽의회 리뉴 유럽 소속 의원이자 보고서 협상을 주도한 미하우 코보스코는 성명을 통해 “최근 지정학적 긴장은 유럽의 디지털 주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지금 행동하지 않고 역외 행위자에 대한 기술 의존을 줄이지 않는다면, 유럽은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시스템을 아우르는 유럽 공공 디지털 인프라의 기반 계층으로서 ‘유로스택’ 구축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 조달에서 ‘오픈 소스 우선’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레스터 수석 애널리스트 다리오 마이스트는 집행위원회의 최근 행보에 주목했다. 마이스트는 “2주 전 발표된 ‘증거 요청’ 문서에서 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의 비유럽 기술 공급업체 의존이 전략적 부담이 됐다고 명시했다”며 “이 수준의 정책적 적극성은 전례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집행위원회가 이달 초 발표한 오픈 소스 이니셔티브는 공공과 민간 부문 전반에서 활용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년에 걸친 전환
의회의 표결은 기술 의존 축소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기업 차원의 대응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트너가 2025년 11월 서유럽 기술 리더 2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1%의 최고정보책임자와 IT 리더는 지정학적 요인을 이유로 지역 또는 현지 클라우드 제공업체에 대한 의존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53%는 이런 요인이 글로벌 제공업체의 향후 활용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트너 부사장 애널리스트 나데르 헤네인은 “기술 주권 논의는 과거 데이터 보호가 핵심이었던 데이터 거주지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며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논의의 초점이 기술 스택 전반에서의 역외 디지털 의존 축소로 이동했다”라고 설명했다. 헤네인은 유럽의 최고정보책임자가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전반에 걸쳐 접근 방식을 재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으며, 이러한 변화가 지난 20년간 이어진 기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전환은 쉽지도 저렴하지도 않으며, 여러 세대의 최고정보책임자에 걸쳐 장기간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기업이 핵심 기술 영역 전반에서 실질적인 주권 대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헤네인은 “가능성 자체는 분명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유럽은 지난 20년 동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미국 기술 제공업체를 지원해 왔다”며 “이 흐름을 1~2년 안에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칫 비르 고기아는 이번 표결이 “유럽이 더 이상 디지털 의존을 용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인 정치적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법률도 아니고, 조달 개혁도 아니며, 강제력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IT 리더 관점에서 디지털 주권은 데이터 위치가 아니라 운영 통제로 정의돼야 한다고 고기아는 강조했다. 고기아는 관할권, 키 관리, 신원 거버넌스, 운영 통제권, 되돌림 가능성 등 5가지 핵심 통제 요소를 제시하며 “데이터가 유럽에 있더라도 키가 유럽에 없다면 주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달 정책이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보고서가 제안한 우대 조달 정책이 기존 기술 제공업체의 막대한 규모의 경제를 감안할 때 실제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기아는 조달 정책이 “공공 부문 수요가 충분히 크고, 조율돼 있으며, 주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제공업체가 존재하는 영역에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가 주권 클라우드를 인증하고 독일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단편화된 구조로 빠질 수 있다”며 회원국 간 정렬의 중요성을 경고했다.
마이스트는 기술 전반에서의 시장 수렴 현상을 지적했다. 마이스트는 “미국 기술 제공업체는 고객의 주권 요구에 점점 더 근접하고 있고, 유럽 업체는 상호운용성을 확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기존 제공업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대규모 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변화는 장기적으로 혁명적인 성격을 띠지만, 실제로는 워크로드 단위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DC 조사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64%는 개인정보보호규정이 적용되는 데이터를 유럽 내 데이터센터에 보관하거나 이전하기 위한 위험 완화 전략을 도입했다. 또한 69%는 디지털 주권 이니셔티브가 신뢰를 높인다고 답했다. 초대형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주권형 서비스가 실제로 어느 정도 주권을 보장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마이스트는 변화와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수준의 주권을 확보하는 ‘최소 실행 주권’ 접근법을 권고했다. 또한 “데이터 거주지는 데이터 주권의 잘못된 친구”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요구하는 주권 수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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