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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 이후, 기업 고객이 살펴봐야 할 HP 전략의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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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 업계는 HP CEO 엔리케 로레스가 회사를 떠나 페이팔을 이끌게 됐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디바이스 업계의 핵심 기업인 HP의 수장의 예기치 못한 행보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HP가 AI PC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고 명확한 투자 대비 효과(ROI)를 제시한다면, 가격과 기술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경영진 변동이라는 변수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1년 동안 기업 고객은 HP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AI PC의 ROI는 여전히 ‘지뢰밭’

AI PC를 둘러싼 기대와 관심은 높고 새로운 기술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비용과 ROI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2025년에도 기업의 도입 속도는 더뎠다. HP는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와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코파일럿+ 노트북을 비롯해 옴니북 X, 엘리트북 X, 옴니북 울트라 등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세서 선택 폭을 확대한 엘리트북 X G2 시리즈를 공개하며 제품군을 강화했다.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을 겨냥해 업무용 노트북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은 왜 굳이 추가 비용을 들여 AI PC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디지털 인프라 부문 책임자인 존 애넌드는 일부 ‘엣지 측면의 장식적인 활용례’는 존재하지만, 많은 IT 책임자가 여전히 AI가 자사 비즈니스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OI를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방법 역시 여전히 모호하다.

애넌드는 “로컬 PC에 탑재된 AI 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만한 결정적인 활용례를 아직 찾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산치트 비르 고기아도 “ROI의 불확실성은 지뢰밭과 같다”라고 표현하며 이 같은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고기아의 분석에 따르면, CIO의 57%가 PC 교체 주기에서 AI PC를 검토하고 있지만, 전사적 도입을 승인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디바이스에 탑재된 AI를 비즈니스 핵심성과지표(KPI)와 명확하게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은 이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P가 매니지드 파일럿 프로젝트와 정량화된 성과, 역할 기반 가치 제시를 통해 AI PC의 ROI를 보다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기아는 배터리 수명, 생산성 향상 수준, IT 지원 티켓 감소와 같은 지표를 기준으로 “CIO는 HP를 비롯한 공급업체에 도입 전과 후의 변화를 명확히 보여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안셸 새그는 “새 CEO는 PC 산업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그는 윈도우 10 지원 종료(EoL)로 인해 2026년이 ‘대규모 교체 주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메모리와 기타 자원 부족으로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른 시점에 교체 필요성을 강조한 데다, 관련 메시지 역시 추상적으로 전달되면서 교체 수요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그는 AI의 가치를 입증하고 디바이스 내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이 PC 업계 전반에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HP는 다양한 파트너로 구성된 폭넓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장 환경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와 공급망을 둘러싼 과제

또 다른 주요 과제로는 메모리 부족 문제가 꼽힌다. 가트너는 이로 인해 최종 사용자 기준 가격이 15%에서 최대 40%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오텀 스태니시는 이 같은 상황이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패닉성 구매’를 유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자산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는 이른바 ‘자산을 끝까지 소진하는 선택’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태니시는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메모리 부족이 극심한 시기를 넘기기 위해 AI PC가 아닌 리퍼비시 PC를 재배치하거나 구매하고 있으며, AI PC로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은 2027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HP가 저가의 보조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리뉴 서비스(Renew Services)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활용할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공급망의 복원력과 다변화 여부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스태니시는 이번 메모리 부족 사태를 두고 “지난 5년간 발생한 두 번째 주요 공급 위기”라고 평가했다.

스태니시는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 보건 위기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 만큼, HP가 향후 어떤 장기 전략을 가져갈지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이나 발표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PC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HP의 전략

이런 과제를 고려하더라도 AI PC에 대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경우 HP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의 고기아는 HP의 전략이 단순한 칩 사양 경쟁이 아니라, 기업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스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HP는 AI PC를 텔레메트리, 디바이스 플릿 가시성, 보안 아키텍처와 함께 묶어 제공한다. 이는 워크포스 익스피리언스 플랫폼(Workforce Experience Platform, WXP)과 AMD·인텔·퀄컴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원 전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HP는 엘리트보드 G1a 키보드형 PC와 같은 ‘비전통적인’ 엔드포인트를 선보이는 데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습 곡선 역시 중요한 요소다. 고기아는 HP가 단순히 ‘AI 스티커를 붙인 하드웨어를 출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튜닝과 거버넌스를 함께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는 2026년이 HP가 AI PC를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만능 기기’가 아닌, 거버넌스가 적용된 역할별·엣지 대응형 도구로 운영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지연 시간과 연결성이 예측하기 어려운 원격 현장 근무, 지점 사무실, 규제가 적용되는 환경, 하이브리드 역할 등에서 전술적 엣지 활용례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HP는 모든 처리를 디바이스에서 수행하거나 반대로 전부를 클라우드로 넘기는 방식을 지양하고, 고기아가 “연산을 조율하는 구조(a choreography of compute)”라고 표현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가볍고 실시간성이 필요한 작업은 로컬 NPU가 처리하고, 보다 무거운 질의는 클라우드 기반 코파일럿으로 전달된다. 이에 따라 CIO는 클라우드 비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데이터 규정 준수 측면에서도 더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HP는 실리콘 다변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고기아에 따르면, HP는 향후 출시할 스냅드래곤 기반 PC를 ‘초고이동성 옵션’으로 포지셔닝하는 동시에, x86 플랫폼과 동등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가트너의 오텀 스태니시는 HP의 워크포스 익스피리언스 플랫폼(WXP)과 울프 보안 칩이 결합되면서, HP가 단순한 하드웨어 OEM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반을 보면 하드웨어 사양의 일관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트너는 모든 업체의 주력 모델이 기존의 낮은 TOPS 성능을 가진 NPU에서 벗어나, 코파일럿+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45 TOPS 이상 성능의 2세대 NPU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규 출시되는 디바이스 대부분이 AI PC로 분류되고, 상당수가 코파일럿+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에서의 AI 기능 구현 역시 NPU에 국한되지 않고, 인텔·AMD·퀄컴의 고급 임베디드 GPU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HP는 과도하게 부각된 이론적 활용례보다는, 보안 강화와 협업 개선, 자가 복구, 전반적인 자율 운영 등 AI PC의 실질적인 가치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형 언어 모델(small language models, SLM),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domain specific language models, DSLM), 경량 언어 모델(light language models, LM) 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고급 기능이 점차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스태니시는 “이런 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인쇄 사업에서 AI 활용 방안 모색

HP는 프린터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 업체로 평가받는다. 인쇄 부문 역시 다른 사업 영역과 마찬가지로 AI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 변화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IDC에서 이미징·프린팅·문서 솔루션 부문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부사장 키스 크메츠는 “AI는 모든 기업과 산업에 관련된 기술”이라며 “인쇄 시장이 고민하는 지점은 AI를 기존 디바이스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메츠는 HP를 비롯한 인쇄 솔루션 업체가 AI를 애프터마켓 경험 서비스와 지속적인 유지보수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전반적인 인력 효율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비용 상승과 공급 제약은 프린터를 포함한 모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HP를 비롯한 업체는 이 부담을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크메츠는 “과거에도 HP는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가격 인상 폭이 크지는 않겠지만, 부품과 메모리 비용이 오르면서 가격이 ‘소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이다.

크메츠는 “메모리가 필요한 모든 제품은 이런 비용 상승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이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전략은 여전히 유효

HP의 CEO 교체는 여러 CIO가 우려하는 것만큼 큰 위험 요인은 아니라고 고기아는 분석했다. 이사회가 기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고, 고기아도 “전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HP의 전략 실행 속도와 통합 로드맵, 현장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는 있다.

HP는 AI PC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장애 처리 티켓 감소, 생산성 향상, 강력한 디바이스 가시성 등 측정 가능한 가치를 계속해서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가격 전략에서는 절제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AI 프리미엄이 엔드포인트 총소유비용(TCO)에 점차 반영되고 있는 만큼, 기업 고객 입장에서 HP의 가격 정책은 수익을 우선하는지, 아니면 마진 방어에 무게를 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은 HP가 멀티 실리콘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지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기아는 퀄컴, AMD, 인텔을 모두 지원하는 전략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관리 기능과 패치 적용, 텔레메트리 측면에서 일관성이 유지될 때만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델이 파편화될 경우 사용자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HP에 직접 물어야 하며, 지역별로 지원 수준이 일관적인지, 파트너 대응력이 약화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은 서비스 수준 협약(SLA)을 재협상하고 로드맵을 정렬하며, 기술 스택을 다시 검증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고기아는 “CIO는 HP의 새로운 리더십 첫해를 하나의 스트레스 테스트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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