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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달러짜리 오픈AI 소송, 진짜 승자는 ‘위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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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져야 마땅한 소송이 있다면,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바로 그런 사례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법적 공방은 세계 최고 부호와 기업 가치 3조 달러 이상의 회사, 곧 1조 달러 기업공개를 앞뒀다는 회사, 그리고 인류에게 해악을 끼칠 수도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오로지 세상의 선(善)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테크 경영진들 사이의 충돌이었다.

소송은 결국 기각됐지만, 기각 사유는 기술적인 절차 문제였을 뿐이다. 그 사이 규제 없는 AI는 계속 질주하고, 머스크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더 부유해지고 있다.

이 소송의 유일한 승자는 ‘위선’이었다. 그 이유를 짚어본다.

시작으로 돌아가서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이해하려면 오픈AI의 창립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오픈AI는 현 CEO 샘 알트먼과 머스크 등이 2015년 공동 창립한 회사로, 당시 AI는 이미지·음성 인식, 로봇공학, 자율주행 실험 등에 주로 활용되던 틈새 기술이었다.

창립자들은 AI를 인류의 이익을 위해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비영리 법인으로 오픈AI를 설립하고, 자비를 들여 자금을 댔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알트먼과 머스크 등은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는 AI가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워갔다. 좁은 영역이 아닌 범용 문제 해결 능력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적 사고 능력을 갖춰 다양한 과업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초강력 인공일반지능(AGI) 수준에 도달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두려워했던 것이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소송의 초기 소장에서 머스크는 당시의 우려를 이렇게 표현했다. “AGI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실존적 위협일지 모른다.”

초창기 오픈AI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을 때도, 기술 업계 밖에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생성형 AI 혁명의 서막이 올랐고, 그에 따른 혼란도 시작됐다. 생성형 AI 기술의 중요성과 가치가 분명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규모는 결국 130억 달러로 불어났다.

비영리에서 영리로

오픈AI 내부에서는 챗GPT 출시 수년 전부터,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형성되어 있었다. 수조 달러의 잠재 수익이 걸린 상황에서, 2017년 이들은 비영리 법인을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오픈AI에 따르면, 바로 그 시점에 머스크는 회사가 상장할 경우 지분 과반 취득, 이사회 장악, CEO직 인수를 요구했다. 다른 창립자들이 반대하자 머스크는 자금 지원을 끊었다.

지난해 오픈AI는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머스크가 보낸 이메일 사본을 공개했다. 2018년 2월에 보낸 이메일에서 머스크는 영리 부문 신설을 주장하며 이렇게 썼다. “영리 법인으로의 전환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고, 지금 팀이라면 상당한 투자 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머스크는 이어 오픈AI를 테슬라의 “현금 창출원(cash cow)”으로 결합시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다른 창립자들이 이 아이디어를 일축하자 머스크는 격분해 회사를 떠났다. 오픈AI는 이후 독자적으로 영리 부문을 신설하며 2019년 영리·비영리 혼합 구조로 전환했다.

수년이 흘러 2024년,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 부문 신설과 마이크로소프트의 130억 달러 투자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 CEO 알트먼, 오픈AI 공동창립자 겸 사장 그렉 브록먼, 마이크로소프트를 피고로 삼아 “자선 단체를 가로챘다”고 주장하며, 영리·비영리 구조를 통해 불법적으로 사익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청구 손해배상액은 1,500억 달러에 달했다. 오픈AI는 지난해 맞소송으로 응수했다.

배심원단이 머스크에게 불리한 평결을 내리는 데는 단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만 평결은 실질적인 청구 내용을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 소송은 소멸시효가 지난 뒤 제기됐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냉소와 위선의 승리

이 소송에 등장한 모든 당사자는 탐욕에 이끌렸다. 알트먼은 오직 인류를 위해 AI를 개발하겠다는 일념뿐이라고 주장하며, 오픈AI 지분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알트먼이 밝히지 않은 사실이 있다. 오픈AI와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에 20억 달러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IPO 이후 해당 거래가 확대될 경우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투자를 발판 삼아 수조 달러짜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예상대로 오픈AI가 올해 IPO에서 1조 달러 기업이 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27% 지분은 2,7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오픈AI가 비영리에서 영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눈을 감아 준 대가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익이다.

머스크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AI의 폐해로부터 인류를 구하겠다고 외치면서, 정작 오픈AI의 영리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회사를 ‘현금 창출원’으로 활용하려 했던 인물이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호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위선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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