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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인가 미끼인가, 아이폰 16 프로 사용자에게 건넨 애플 AI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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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16 프로를 구입했을 때, 수년간 함께한 아이폰 12 프로에서 한 단계 크게 도약한 기기를 손에 쥔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다. 새로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선명하고 부드러운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를 즐기고, 손이 따라갈 수 있는 한 빠르게 앱과 작업을 처리하는 것—모두 기대했던 요소였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해 설계됐다’는 문구였다.

물론, 당시는 애플이 세상에 애플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처음 선보이던 시기였다. 애플은 ‘모두를 위한 AI’를 약속하며,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싶었던 방식과 딱 맞아 떨어지는 강력한 기능을 내놓았다. 시리가 개인 맥락을 이해하고 앱을 직접 들여다보며 대신 작업을 처리해줄 것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기다려온 시리의 진정한 개인 비서로의 변신이 마침내 이루어질 것처럼 보였다.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출시 지연과 집단소송, 대대적인 망신살 끝에, WWDC 2026은 애플이 그 모든 약속을 마침내 이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2년 전 약속한 기능을 드디어 아이폰 16 시리즈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Apple Intelligence 1아이폰 16 프로가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해 설계됐다’고 했던 때를 애플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Apple

애플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

2024년 애플이 예고한 기능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 공개됐을 때보다 더 인상적으로 발전한 모습이다. 지난 2년 동안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바로 그 매력적인 기능이다.

문제는 어떤 기능이 어떤 기기에서 쓸 수 있느냐다. 모든 기능과 작동 방식을 화려하게 선보인 직후, 애플의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그 모든 기대감 속에 아주 작은 단서 조항 하나를 슬며시 끼워 넣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가장 강력한 온디바이스 모델과 그 모델이 구현하는 기능—생동감 있는 음성, 보다 정교한 받아쓰기 등—은 애플의 가장 강력한 아이폰, 아이패드, 맥 시스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화면에 슬라이드 하나가 떴다. ‘가장 강력한 온디바이스 모델’을 사용하려면 M4 칩 이상에 12GB 메모리를 탑재한 아이패드, 또는 M3 칩 이상에 12GB 메모리를 갖춘 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아이폰 에어나 아이폰 17 프로가 필요하다. 아이폰 17 프로이지, 아이폰 17 일반 버전도 아니다.

한 마디로, 기자는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Apple Intelligence 1애플이 가장 앞선 AI 탑재 아이폰으로 명시해 판매한 아이폰 16 프로가 최신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전부와 호환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pple

현재 애플이 최신 기기 전용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한 기능은 생동감 있는 시리 음성과 고급 받아쓰기 두 가지뿐이다. 그러나 페더리기의 표현 방식으로 보면, 이 둘은 아이폰 17 프로가 필요한 기능 가운데 단지 예시일 뿐인 것처럼 들렸다. 추가로 얼마나 많은 기능이 제외될지는 알 수 없다.

예컨대 스페이셜 리프레이밍(Spatial Reframing)과 같은 기능도 마찬가지로 제한될 것이라 해도 놀랍지 않다. WWDC에서 애플은 일부 ‘이미지 생성’ 기능이 워낙 강력한 AI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일 사용 한도가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16 프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애플 웹사이트 어디에도 아이폰 17 프로 전용으로 제한되는 기능의 전체 목록은 명시돼 있지 않다. 지금으로선 추측만 가능한 상황이다. 제한 기능 목록이 그다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iOS 28은 또 어떨까. 아이폰 16 프로가 그 기능을 받을 수 있기는 한 걸까.

iPhone 16 Pro on a bookshelf아이폰 16 프로는 훌륭한 스마트폰이다. 단, iOS 27과 애플 인텔리전스가 갖춘 모든 기능을 실행할 수 없다는 단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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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미끼 전술

애플은 기묘하게도 최신 AI 기능에 대한 극도의 기대와 극도의 실망을 거의 동시에 안겨주는 데 성공했다. 아이폰 16 시리즈의 높은 인기를 감안하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분명히 해두자면, AI 기능을 쓸 수 있다는 명시적 약속을 믿고 아이폰 16 프로를 구입한 건 아니다. 물론 써보고 싶다는 기대는 있었지만, AI는 구매를 결정한 여러 요소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발표가 깊은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멀쩡히 잘 쓰고 있는 아이폰 16 프로를 버리고 애플이 기능을 잠가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폰 17 프로나 아이폰 18 프로에 거금을 쏟아붓고 싶지는 않다.

물론, 모든 스마트폰이 막대한 연산 자원을 요구하는 AI 기능을 처리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아이폰 16 시리즈 출시 전부터 AI 기능 중 상당수의 개발이 이미 시작됐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기기가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해 설계됐다’고 홍보하면서, 완전한 사실이 아니라면 왜 그런 표현을 썼을까?

AI 특화 기기로 팔아놓고 시간이 지나자 사실 많은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고 슬쩍 인정하는 건 꼼수처럼 보인다. 애플의 야심이 커졌을 수도 있고, 모델의 요구 사양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AI 탑재 기기로 홍보된 스마트폰이 이제 와서 ‘일부 AI 기능만 탑재된 기기’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폰 16 프로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AI 기능은 분명 알차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연된 기능이 WWDC 기조연설에서 보여준 만큼 인상적으로 구현된다면, 기다림 또한 용납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AI 분야에서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두 걸음은 뒤로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만은 감출 수 없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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