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왔지만…” 시리 AI, 제미나이가 이미 지나간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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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억력이 좋은 사용자라면 애플이 WWDC 2024에서 시리 음성 비서의 업데이트 버전을 약속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깊은 맥락 인식 기능은 물론, 이메일·메시지·개인 데이터를 검색해 정확도를 높이고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는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었다. 아이폰 16 프로와의 연계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 시리즈까지 공개됐다.
안타깝게도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고, 이후 2년 동안 계속해서 삐걱댔다. 새로운 시리를 iOS 18에 탑재하려던 초기 계획은 빠르게 철회됐고, iOS 18.4, iOS 26, iOS 26.4로 차례로 미뤄졌다. 해당 기능을 기대하고 아이폰 16 프로를 구입한 사용자는 실망을 감수해야 했다(그나마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이번에 새로운 시리가 또 다른 WWDC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시리 AI(Siri AI)’로 이름이 바뀌었고, OS 27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출시와 연계됐다. 추가 차질이 없다면 올가을 애플 기기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세상이 이미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자체 출시 행사에서조차 새로운 시리는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속도였다. 이번 행사는 최적의 조건에서 진행된 무대 연출 시연이었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재시도도 가능했다. (광고처럼 실제가 아닌 조작된 시뮬레이션이 아닌, 진짜 시연이었다고 넉넉히 가정하자.) 그럼에도 시리 AI가 각 명령에 응답하기까지 눈에 띄는 지연이 발생했다. 시리가 처리 중일 때 다이내믹 아일랜드에는 원형 로딩 표시가 나타났고, 발표자들은 그 사이 추가 발언을 이어갈 여유가 있었다.
마이크 록웰의 초기 시연을 스톱워치로 측정해봤다. 시리가 로딩 아이콘을 표시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결과를 반환하는 시점까지를 기록했다. (명령을 말하거나 입력하는 시간, 시리가 이를 인식하고 사고 모드로 전환하는 시간은 포함하지 않았다.) 가장 짧은 응답 시간은 3.71초, 가장 긴 경우는 8.31초였다. 록웰의 동료 저스틴 티티가 더 복잡한 작업을 시연하면서 지연 시간은 더욱 길어졌고, 한 경우에는 10.43초에 달했다.
이 기능은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약속했던 대화형 모드와도 거리가 멀다. (친구와 대화하면서 매번 10초 이상 침묵이 흐른다고 상상해보라.) 경쟁 제품과의 비교에서도 불리하다. 실제 환경에서 챗GPT는 복잡한 분석 질문에 2초 이내로 반복적으로 응답했으며, 복수의 추가 조건을 붙였을 때도 최대 2.6초에 그쳤다. 실제 환경의 챗GPT와 실험실 조건의 시리 AI를 비교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기능 면에서도 시리 AI는 새로운 것이 없다. 시연에서 선보인 기능 대부분은 이미 어딘가에서 구현된 것들이다. 광범위한 세계 지식 접근? 기본 기능이다. 플랫폼 전반 통합? 구글이 지난달 발표한 것과 같다. 과거 대화 재조회? 제미나이가 이미 지원한다. 이메일·메시지 검색, 사진 촬영 위치 안내, 파티 자율 기획까지 제미나이는 모두 해낸다.
구글의 기반 위에서 완성된 시리 AI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제미나이를 사용해봤다면 시리 AI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챗GPT나 여타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을 써봤다면 마찬가지다. 애플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 정도지만, 서버 환경 문제로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긍정적인 측면
그럼에도 새로운 시리는 기존 시리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아래 기능들은 업계 전체로는 새롭지 않을지 몰라도, 애플로서는 처음이다.
정확도 향상 : 실제 사용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애플이 “더욱 높은 정확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거슬렸다. 기존 시리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정확도에 근접했던 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확도 향상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는, 시리가 말을 듣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었던 사용자에게 기대를 품게 한다.
전용 앱 : iOS 27 아이폰에서는 처음으로 시리 앱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앱을 열면 과거 대화 내역과 관련 조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기에 무관하게 동일한 대화 이력을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애플은 동기화가 아이클라우드에서 비공개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맥락 인식 :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다. 시연에서 시리 AI는 현재 화면에 무엇이 표시돼 있는지, 이전에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개인 맥락 정보를 파악했으며, 요청 시 사용자의 이메일·메시지 내용까지 반영했다. 사진을 보며 “어디서 찍은 거야?”라고 묻거나, 특정 가족이 최근 보내준 레시피를 물어보는 것이 가능하다. 활용 범위 면에서 큰 도약이다.
더 많은 곳에서 쓰는 쓰기 도구 : 애플은 “글을 입력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시리 AI를 활용해 텍스트를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하는 내용을 설명하면 시리가 초안을 제시한다. 다소 묘하게도, 메일과 메시지 작성 시에는 수신인별로 사용자의 문체를 모방하는 기능도 적용됐다.
맞춤 설정 가능하고 더 표현력 있는 시리 음성 : 최상위 버전의 시리 AI를 이용하려면 아이폰 에어, 아이폰 17 프로/17 프로 맥스, 메모리 12GB 이상의 아이패드 M4 이상, 메모리 12GB 이상의 맥 M3 이상, 또는 애플 비전 프로 M5가 필요하다. 조건을 갖춘 사용자는 두 개의 슬라이더로 시리 AI의 음성을 조정할 수 있다. 하나는 속도, 다른 하나는 표현력을 조절한다. 흥미로운 시도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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