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AI?” 복잡한 모델 선택지가 초래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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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필자는 제미나이를 비롯한 LLM 기반 AI 챗봇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AI 챗봇은 원하는 답을 즉시 제공하는 마법 램프의 요정처럼 홍보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신뢰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틀린 정보를 놀라울 정도로 확신에 찬 태도로 내놓는 나쁜 버릇이 있다.
이미 여러 번 말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어떤 것이 10%라도 부정확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면(10%라는 숫자는 상당히 후하게 잡은 것이다), 실제로 그 유용성은 0%에 가깝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할 주제는 이 같은 근본적인 결함이 아니다. 사실, 정보 검색 시스템으로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미나이를 비롯한 AI 툴은 다른 생산성 기능에서 실제로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스프레드시트를 포맷하는 등의 비교적 단순한 작업에 AI 툴을 활용하며 업무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녹여가고 있다.
분명히 구글은 제미나이를 사용자의 업무와 일상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만들고 싶어 한다. 가능한 모든 기회를 통해 이 서비스를 강제로 밀어 넣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치 과거 구글+를 홍보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물론 유용할 수 있지만, 구글이 제미나이를 내세우는 방식은 오히려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처럼 보인다. 얼리 어댑터가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전략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점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무슨 말인지 예를 들어 본다.
제미나이의 퍼즐 같은 인터페이스
현재 구글 픽셀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용 제미나이를 실행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화면 상단에 작은 툴팁이 보이는가? “더 많은 모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세요.” 이런 접근 방식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어떤 옵션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화면 상단을 가볍게 터치하면…
이것들이 도대체 무엇일까?
분명히 말하자면 이건 베타 버전도 아니고,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구글 제미나이 경험이다. 즉, 새 픽셀 휴대폰이나 삼성 갤럭시 기기를 구입한 사람이 기본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할 때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다. 그 외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대체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압도적인 비주얼로 사용자의 눈을 강타하는지 충분히 강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안드로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웹에서 제미나이를 사용할 때도 똑같은 선택 화면이 등장한다. 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모습이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구글 엔지니어링팀에서 일하지 않는 일반적인 사람이 이 화면을 보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설령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대체 누가 이런 모든 선택지를 원하겠는가?
혼란스러운 모델 선택지
참고로 이들 선택지는 최근 몇 달 동안 구글이 출시한 모든 제미나이 버전 목록이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최신 버전은 지난주 출시된 제미나이 2.0이다. 이 2.0 버전 안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무려 4가지다.
- 2.0 플래시(2.0 Flash) : 일상적인 작업에 적합, 더 많은 기능 제공
- 2.0 플래시 씽킹 실험 버전(2.0 Flash Thinking Experimental) : 다단계 추론에 가장 적합
- 2.0 플래시 씽킹 앱 실험 버전(2.0 Flash Thinking Experimental with apps) : 유튜브, 지도, 검색을 통한 추론 지원
- 2.0 프로 실험 버전(2.0 Pro Experimental) : 복잡한 작업에 가장 적합
혼란스러운 선택지 외에도 사용자는 “심층적인 답변”을 위해 “1.5 프로 딥 리서치(1.5 Pro with Deep Research)”, “1.5 프로” 또는 “1.5 플래시” 모델로 돌아갈 수 있다. 왜 안 되겠는가?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필자가 다소 굼뜬 포유류일지는 몰라도 구글의 서비스와 기술을 연구하는 게 직업이고,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기술에 익숙한 편이다(물론 그렇게 대단한 기준은 아니다). 게다가 이 기술 업계에서만 무려 7,947년을 살아왔다.
그런데도 이 모든 선택지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왜 특정 제미나이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말로 간단히 설명할 자신이 없다. 심지어 구글이 4,000자에 걸쳐 최신 제미나이 2.0에 대해 쓴 자세한 설명글을 읽고 나서도, 이전 버전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꽤 오랜 시간 테스트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 경험에서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런 점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다. 제미나이의 핵심 목적이 바로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고 삶을 더 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인터페이스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난해해서 어떤 버전을 왜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려면 또 다른 버전의 제미나이가 필요할 정도다.
이런 아이러니가 즐겁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웃음은 제쳐두고, 이 문제는 사실 꽤 심각하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직장 동료를 떠올려보라. 그들이 구글의 안내에 따라 제미나이를 사용해 보려고 했다가 이 복잡한 선택 화면을 마주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이 이 화면을 보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아마 화면을 본 순간 바로 창을 닫아버리고, 두 번 다시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장담할 수 있다.
첫인상 이외의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은 상태다. 만약 운 좋게 이 복잡한 메뉴를 지나쳤다고 해도, 이후 매번 새로운 작업이나 질문을 할 때마다 어떤 제미나이 버전을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좋은 사용자 경험이 아니다. 특히 시간을 절약하고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이는 모든 사람이 모든 기기에서 제미나이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려는 구글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결론은 간단하다. 제미나이는 더 이상 베타 수준의 실험적인 기능이 아니다. 구글이 대중적으로 미는 핵심 서비스이며, 아마도 현재 구글의 가장 핵심 제품일 것이다. 기업용 워크스페이스 제품군에도 깊숙이 통합됐고 심지어 슈퍼볼 광고까지 나왔다. 개인 사용자를 위한 것이든 기업 사용자를 위한 것이든 구글에 제미나이는 진지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설픈 개발자 놀이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글이 정말로 제미나이를 일상적인 업무 생산성 툴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일반 사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친숙한 UI가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확성에 문제가 있는 AI 어시스턴트는 필요하지 않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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