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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불편한 멀티태스킹의 미래…비전 프로 ‘맥 가상 디스플레이’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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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는 정말 당혹스러운 기기다. 감각을 압도하는 놀라운 기술력을 갖췄지만, 초기 투자 비용과 불편한 착용감을 감수하게 만들 만큼의 킬러 앱이나 콘텐츠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기기의 가능성에 매료됐고, 무료 반품 기간이 지나도록 내려놓지 못했다.

비전 프로를 사용할 때마다 필자는 기기만의 독특한 기능들, 특히 ‘맥 가상 디스플레이(Mac Virtual Display)’ 기능이 떠오른다. 현실 세계의 평범한 작업을 가상 환경과 결합해 하이브리드 경험으로 전환한다는 개념은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초창기에는 기능이 제한적이었고 실질적인 장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비전OS(visionOS) 2.2에서 애플이 와이드 또는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지원 기능을 추가하면서 이 기능은 훨씬 유용해졌다. 필자 역시 이 기능이 추가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필자는 맥에서 3개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사용하는 작업 환경을 선호한다. 업데이트된 맥 가상 디스플레이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까? 모두가 기대해 온 비전 프로의 ‘킬러 기능’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금부터 맥 가상 디스플레이 기능이 과연 3,500달러(499만 원)짜리 비전 프로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 실제 사용 경험을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와이드 및 울트라와이드 업그레이드가 의미하는 것

비전 프로의 OS는 맥 가상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해 맥 화면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띄워준다. 이는 기존의 맥 환경에 기반을 두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맥 화면을 정면 중앙에 배치한 뒤, 주변에 여러 개의 앱 창을 고정해 둘 수 있다. 비전 프로 전용 앱들도 함께 배치할 수 있어 마치 SF 영화 속 장면처럼 다중 화면을 공간 전체에 펼쳐놓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초기 버전의 맥 가상 디스플레이는 신선하긴 했지만, 감탄사가 나올만한 요소는 없었다. 이 기능에 진짜로 필요했던 것은 더 큰 디스플레이 옵션이었다. 다행히 애플은 비전OS 2.2에 이를 포함했다. 이제는 책상을 떠나서도, 넓은 와이드 혹은 울트라와이드 디스플레이를 가상으로 띄워 어디서든 자유롭게 개인적인 작업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필자의 맥 작업 환경은 3개의 모니터로 구성된다. 정면 중앙에는 애플 프로 디스플레이 XDR이, 양옆에는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2대가 자리한다. 책상 2개를 연결해야 할 정도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비전 프로를 사용할 경우, 작은 맥 하나와 비전 프로만 있으면 된다. 이 점만 봐도 물리적 공간과 장비 구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Mac Pro with 3 displays

Thiago Trevisan / Foundry

맥 가상 디스플레이 기능의 작동 방식

비전OS 2.2에 추가된 맥 가상 디스플레이 업데이트는 단순히 와이드나 울트라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정교하고 실용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참고로, 현재는 비전OS 2.4 버전이 최신이다. 이 버전에서는 드디어 애플 인텔리전스 지원이 추가됐다.)

맥 가상 디스플레이의 와이드 모드는 쉽게 활성화할 수 있다. 비전 프로를 애플 실리콘 맥에 연결하면, 맥 가상 디스플레이 상단에 위치한 드롭다운 메뉴에서 새로운 와이드 및 울트라와이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Mac Virtual Display settings

Thiago Tresvian / Foundry

첫 번째 설정인 스탠다드(Standard)는 16:9 화면 비율을 가지며 최대 5K(5,120×2,880) 해상도를 지원한다. 다음 옵션인 와이드(Wide)는 21:9 비율에 최대 6,720×2,880 해상도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울트라와이드(Ultrawide)는 32:9 비율로, 최대 10,240×2,880 해상도를 구현한다.

맥의 입력 기기인 키보드, 트랙패드, 마우스 등은 비전 프로 인터페이스에서도 매끄럽게 작동한다. 이는 맥 환경이 비전 프로와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다. 비전OS에 내장된 제스처 기능도 많은 작업에 유용하지만, 실제 생산성을 고려한다면 물리적인 입력 장치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맥 가상 디스플레이는 유연한 조절 기능도 제공한다. 왼쪽 아래를 손가락으로 집고 끌어당기는 제스처만으로 화면 크기를 조절하거나, 가상 디스플레이의 위치를 더 멀리 혹은 가까이 이동시킬 수 있다. 해상도도 조절할 수 있어 전반적인 사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외부 빛을 작업 공간에 얼마나 들일지에 따라 가상 환경과 실제 공간을 다양한 단계로 자연스럽게 섞을 수도 있다.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가 더 편안한지 직접 체감하며 조정하면 된다.

또 하나 유용한 기능은, 이제 맥의 오디오를 비전 프로 스피커로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리를 더 가깝게 들을 수 있고 연결 과정도 더 간단해졌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비전 프로의 맥 가상 디스플레이 기능은 크고 복잡한 3대의 모니터 구성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로 고칠 수 없는 문제

비전 프로와 같은 VR/XR 헤드셋의 결정적인 한계는, 오랜 시간 착용하면 불편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더 가벼운 비전 프로가 나온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피로감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또 하나는 사용 후 느껴지는 공간 감각의 혼란이다. 애플이 이 문제를 고려해 배경 몰입도와 고립감을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설정을 마련해 두긴 했지만, 완전 몰입형 환경은 특정 용도나 짧은 시간 동안은 훌륭하지만, 장시간 사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패스스루 기능도 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식하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주는 수준에 머문다.

비전 프로는 선명한 해상도와 와이드·울트라와이드 디스플레이 지원 덕분에 가상 환경에서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끝없다고 느껴질 만큼 자유롭게 맞춤화할 수 있고, 그 경험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모든 장점은 의미가 없다. 필자에게 비전 프로는 짧은 시간 동안만 사용하는 용도로는 괜찮지만, 장시간 작업용으로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필자가 사용하는 물리적인 다중 모니터 환경에서는 몇 시간씩 작업해도 피로감이 거의 없고,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변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 컴퓨팅은 물리적인 환경만큼 자연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된 맥 가상 디스플레이 경험이 의미 있는 이유는 공간 컴퓨팅이 분명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비전OS 또한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apple vision pro

Thiago Trevisan / Foundry

관건은 하드웨어다. 사용자에게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기가 나와야 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비전 프로가 아이폰처럼 상징적인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도 수많은 장벽과 마찰을 넘어야 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비전 프로는 기기 자체만 놓고 보면 사용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여러 생산성 작업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기기다. 하지만 이런 ‘거품’은 현실 세계에서는 금방 터져버린다. 착용감은 불편하고 가격은 비싸며, 결정적인 킬러 기능 대신 일부 특수한 상황에서나 유용한 기능만 제공한다.

이런 점은 애플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안긴다. 비전 프로는 출시 전 기대됐던 만큼의 판매량이나 사용자 반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플도 기존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 개발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와 공간 컴퓨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무게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쓸모 있는 도구가 되지는 않는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전 프로가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느껴져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폰에서 하던 다양한 활동을 이 기기로 자연스럽게 옮겨올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적 도전이 필요하며, 완성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으로서는 비전 프로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는 정말 훌륭하게 만들어진 기기지만, 와이드 및 울트라와이드 옵션이 추가됐다고 해서 사용성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다. 팀 쿡마저 인정한 것처럼 결국 이 제품은 매우 한정된 마니아층을 위한 기기다.

그 자체로 나쁠 건 없다. 향후 더 나은 버전으로 진화할 수도 있고, 애플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언젠가 조용히 단종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기술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만큼은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부디 애플이 해답을 찾아내길 바란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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