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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토류 규제 칼날, 엔터프라이즈 IT 공급망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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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를 즉시 시행하면서 또 한 번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 조치는 델 테크놀로지스, HP, 애플, IBM 등 주요 기술 기업은 물론 인텔,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업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이번 규제는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및 이들 금속의 합금, 산화물, 화합물 수출에 대해 수출 허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희토류는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시스템, 네트워크 장비, 반도체 등 엔터프라이즈 IT 하드웨어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CEO이자 수석 애널리스트 산치트 비르 고기아는 “이번 조치는 2020년 이후 그레이하운드 리서치가 추적해 온 대부분의 공급망 혼란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특정 대상을 겨냥하며, 그만큼 더 큰 공급망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은 단기적으로 대체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칩이나 케이블과 달리, 이런 희토류는 단순히 설계를 바꿔 공급망에서 제외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소재 중 디스프로슘, 스칸듐, 터븀은 IT 업계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들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사용되는 고성능 자석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구성 요소다. 또한 이트륨과 스칸듐은 생성형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첨단 반도체 칩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이번 조치는 기술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계산된 대응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확대하고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54%까지 인상하기로 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주요 하드웨어 제조업체, 중국 규제 직격탄 우려

이번 수출 규제 대상이 된 희토류는 거의 모든 주요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제품에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는 대용량 하드드라이브에 희토류 자석을 대량으로 활용하며, 시스코, 주니퍼 네트웍스, 델, HP, 레노버 등도 다양한 부품에 이들 소재를 활용한다.

고기아는 “GPU, 엣지 가속기, 고효율 냉각 기술이 포함된 AI 중심 인프라 구축이 이번 규제의 핵심 타깃이다. 열 특성과 자기 특성이 중요한 양자 컴퓨팅 연구개발이나 고신뢰성 스토리지 시스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량의 70%, 정제 공급의 87%를 차지하는 중국은 이번 규제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IT 하드웨어 공급망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AI 최적화 서버 라인을 보유한 기업에 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AI 칩 생산에도 먹구름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반도체 제조업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AMD, 인텔, TSMC 등 주요 기업은 첨단 칩 생산 과정에서 희토류를 핵심 소재로 사용한다.

고기아는 “민간 데이터센터 확장 프로젝트, 엣지 단에서의 AI 추론 작업, 그리고 산업용 IoT와 로보틱스를 포함한 차세대 디바이스 제조 분야가 이번 조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라고 분석했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AI 연산 능력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해 왔으며, 2025년 말 대규모 하드웨어 교체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칩 제조업체가 공급망 제약에 직면하면서 이런 계획은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3~6개월 내 가격 압박 현실화 전망

전문가들은 제조업체들이 현재 보유한 재고를 소진하는 동안에는 단기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3~6개월 내에 가격 압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기아는 “실질적인 영향은 재고 완충 장치가 소진되는 시점인 3~6개월 내에 본격화될 것이다. 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에 대비해 제조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영향을 받는 부품에 대한 가격 압박은 그보다 더 이르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그룹(Everest Group) 부사장 무케시 란잔은 이 같은 상황을 “2020년과 2021년에 발생한 반도체 공급난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란잔은 “2025년 말부터 리드타임 증가나 부품 가격 상승 같은 초기 신호가 나타날 수 있으며, 본격적인 영향은 2026년에 더 뚜렷해질 것이다.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프로젝트는 선제적으로 부품 조달 전략과 예산 유연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의 고기아는 CIO가 이런 요소를 기술 로드맵과 예산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격화되는 지정학적 ‘치킨 게임’

이번 발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칩4(Chip4)’ 동맹을 통해 반도체 역량을 고립시키고,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기아는 “중국은 자국이 핵심 기술 스택에서 배제되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든 비대칭적인 마찰로 맞설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새로운 규제는 중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자국의 자원 우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기아는 “지정학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제는 엔터프라이즈 IT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의 이번 희토류 조치는 변화가 공식화됐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희토류 지배력을 지정학적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12월 3일, 중국은 반도체, 전자제품, 기타 기술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 여러 종의 대미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은 2021년 자국의 희토류 산업을 국영기업으로 통합하며 통제력을 강화했다. 2019년, 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전쟁이 벌어지던 당시에도 유사한 수출 제한을 경고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영토 분쟁 과정에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전 세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일본은 이를 계기로 대체 공급처 확보에 적극 투자하게 됐다.

고기아는 “단순한 보복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다층적인 전략이다. 중국이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서 수동적인 한 축에 머무르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능동적으로 경제적 관문을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는 지금까지 IT 산업에 특화된 희토류 활용을 가장 정밀하게 겨냥한 조치로, 기술 기업에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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