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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밖 사각지대…원격근무 시대의 재난 대응 전략 수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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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AT&T, 델, 미국 정부 등에서 사무실 복귀를 강력히 요구하는 지침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를 지원한다. 2024년 11월 발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무를 가진 근무자 가운데 26%는 전일제로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근무를 수용하면 직원이 자국 내 여러 지역이나 세계 각지에 분산돼 근무할 수 있다. 이는 곧 본사와 무관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 예를 들어 단순한 정전부터 대형 폭풍, 산불, 지진 등 자연재해에서 원격근무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Environment and Development)가 미국 연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기후와 관련된 주요 재난이 90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전체 인구의 약 41%에 해당하는 1억 3,700만 명이 작년 한 해 동안 주요 재난 또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추산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수일 또는 수 주 동안 전기, 인터넷, 휴대전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자택에서 긴급히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 이웃을 잃는 심각한 피해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이 본사나 데이터센터에 대한 재난 대비 및 복구 계획을 마련해 두는 것처럼, 이제는 원격근무자의 재난 상황에도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기업은 직원에게 재난 시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추가적인 자원을 제공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근무자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대응은 HR팀의 역할처럼 들릴 수 있지만, IT팀의 책임이기도 하다. IT는 원격근무자가 재난 상황에서도 연락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기기 내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며, 안전이 확보된 후에는 신속히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직원이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기업은 높은 업무 몰입도, 생산성, 그리고 이직률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심으로 직원의 복지를 챙기는 곳은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재난 상황에 놓은 원격근무자를 어떻게 준비시키고 지원할 수 있을까? 여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악에 대비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BSE 스칼라스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40년 경력의 생존 훈련 강사인 올리버 슐레이크는 재난 대비에는 문화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슐레이크는 “대중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보다 ‘영웅’을 더 높이 평가한다. 예를 들어, 불타는 집에서 피해자를 구한 소방관은 칭송하지만, 애초에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게 해준 연기 감지기의 배터리를 교체한 관리인은 주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화적 인식 때문에 많은 기업이 재난 대비에 필요한 도구, 인력, 프로그램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슐레이크는 “재난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이런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한 ROI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백업 시스템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근시안적인 사고를 피하려면, 재난 발생 이전부터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강의실 기반의 재난 대비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슐레이크는 현장 체험 중심의 시뮬레이션 훈련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인트라넷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거나, 직원에게 기존 인터넷 연결을 강제로 끊도록 하고 연결이 제한된 상황을 가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슐레이크는 기업에 ‘3의 법칙(Rule of Three)’이라는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재난 상황에서 어떤 활동을 우선할지 결정하기 위해, 3초, 3분, 3시간, 3일, 3주, 3개월처럼 3의 간격으로 시간 단위를 설정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경영진과 직원이 재난 상황에 완벽히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식별하도록 돕는 것이다.

슐레이크와 함께 훈련을 진행한 한 B2B 기업은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VoIP 시스템이 중단되면 고객 통화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약 100개의 임시 휴대폰(버너폰)을 구입해 사전 설정을 마친 뒤 비상용으로 보관했고, 이 판단은 적중했다. 6~7개월 후 실제 재난으로 인해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버너폰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시뮬레이션을 통해 업무 환경에 맞는 위험과 대응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사무실 근무자뿐 아니라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자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중 정전이나 인터넷 장애 발생 시 원격근무자와 연락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기업이라면, 추가 통신 장비를 제공하거나 대체 연락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

직원 기기 보안도 재난 대응의 핵심

재난 유형에 따라 원격근무자의 홈오피스가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화재나 홍수로 공간이 파괴됐거나, 지자체나 연방정부의 대피 명령이 내려졌을 수도 있다.

재난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직원이라도 재난 상황에서 인터넷 접속을 위해 카페, 도서관, 기타 공공장소로 이동해 업무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과정이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캐나다 독립비즈니스연맹(Canadian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CFIB)의 기업 자원 이니셔티브 수석 매니저 조슬린 린드레스는 설명했다.

2022년 캐나다 통신사 장애 사태 당시, 실제로 많은 원격근무자가 동일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린드레스는 “당시 많은 재택근무자가 공용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 카페나 패스트푸드 매장 등으로 몰렸다. 문제는 공공 네트워크가 매우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보안 솔루션 업체 에그나이트(Egnyte)의 공동 설립자 겸 CSO 크리스 라히리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IT팀은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도구, 예를 들어 VPN 등을 사전에 설치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히리는 “VPN을 비롯한 보안 도구는 반드시 재난 발생 이전에 직원 기기에 사전 구축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개인 재난 복구 계획’ 지원도 필수

사이버보안 위험 외에 직원이 자택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은 또 다른 위험을 의미한다. 세금 서류, 가보, 소중한 사진 등 개인 자산의 손실 가능성이다.

라히리는 개인 자산을 보호하는 과정을 ‘개인 재난 복구 계획(Personal Disaster Recovery Planning)’이라고 정의하며, 기업이 놓치기 쉬운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 서버를 본사에서 분산팀으로 이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생활 기반까지 어떻게 지원할지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다.

라히리는 IT팀이 공감 중심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직원의 홈오피스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재난 복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직원에게 ‘개인 물품은 괜찮은가? 귀중품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가? 세금 서류나 재정 정보는 잘 백업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준비를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언이 IT팀의 역할 범위를 넘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라히리는 이를 조직 차원에서 직원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는 필수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지역적 위험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재난 대응 수립

개별 직원 지원을 넘어서, 기업은 전체 인력 구성을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원격근무뿐 아니라 글로벌 근무 형태가 확산함에 따라, 직원이 어디에 근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의 슐레이크는 “기업은 원격근무자가 어디에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 재난 조짐이 보일 때 선제적인 대응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 태풍이 접근 중일 경우, 해당 지역 인력 중 5%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에그나이트의 라히리는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려면 ‘핵심 업무 역할’에 주목해야 하며, 글로벌 관점에서 인력 채용과 교육을 설계해 지역별 백업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정 지역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다른 지역의 직원이 즉시 업무를 대체하도록 준비하는 방식이다.

옥스팜 인터내셔널(Oxfam International) CIO 케니 카말에 따르면, 옥스팜은 이 같은 전략을 글로벌 조직 차원의 인력 관리 방식으로 구현했다. 불평등 해소와 빈곤 종식을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기구인 옥스팜은 전 세계 자연재해와 위기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체계적인 재난 관리 전략이 필수적이다.

카말은 “옥스팜 직원과 파트너는 각종 재난 상황에 대응함과 동시에 자신과 지역사회의 위험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옥스팜은 개별 직원보다는 ‘핵심 운영 거점’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이 거점은 하이브리드팀을 지원할 수 있는 이중 전력 공급, 백업 인터넷 연결, 위성 장비 및 태양광 충전기 등 사전 배치된 자원을 갖추고 있다.

핵심 운영 거점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위에 옥스팜은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카말은 “확장할 수 있는 재난 대응 계획을 구축해야 하며, 재난의 영향을 국지적,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분류해 각 상황에 맞는 명확한 대응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우선 순위는 직원

재난에 대비할 때는 기업의 민첩성, 중복성, 유연성, 회복력, 비즈니스 연속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전략에서 최우선 순위는 직원이어야 한다.

CFIB의 린드레스에 따르면, 캐나다와 같은 일부 국가는 보건·안전 조치가 법적으로 재난 대응 계획에 포함돼야 하는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린드레스는 단순한 규정 준수에 그쳐서는 안 되며, 효과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관리자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거나, 직원이 언제든지 누구와든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보건·인도주의 단체인 프로젝트 호프(Project HOPE)의 최고재무행정책임자 마리오 자부르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자부르는 “정신 건강 지원, 균형 잡힌 기대 수준, 명확한 정책 및 훈련,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직원 복지를 우선시하는 것이야말로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옥스팜의 카말 역시 정신 건강 지원, 유연한 근무 환경,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모든 기업이 직원을 완벽하게 지원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인 자가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말은 “모든 재난 대응 이후에는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계획을 정교화하고 집단적인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재난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지만, 사전 준비만으로도 그 영향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카말은 “회복력, 유연성, 팀의 복지에 집중한다면 직원은 자신 있게 위기를 극복하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조직의 사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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