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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덱, 사고는 싶은데 왜 이렇게 망설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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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부터 꼭 스팀 덱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사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닌텐도 스위치를 휴대 모드로 사용한 시간이 많지 않았던 걸 떠올리면, 굳이 또 하나의 휴대용 게임기를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유가 좀 다르다. 이제는 ‘두렵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합리화할 수 있다. PCWorld에서 일하는 기자인 만큼, 휴대용 게임용 PC를 사더라도 존재하지도 않는 회계 담당자가 불쾌해할 일은 없다. 문제는 금액이다. 기본 모델이 500달러, OLED 모델에 몇 가지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면 1,000달러에 근접한다. 이 정도면 충동구매 범주를 훌쩍 넘는다. 그러니 적어도 ‘좋은 소비’는 되어야 한다. 꼭 ‘현명한 소비’가 아니더라도.

스팀 덱,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스팀 덱은 벌써 출시된 지 3년 반이 지났다. OLED 모델이 등장하면서 내부 부품이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성능 자체는 그대로다. AMD 젠 2 APU는 스팀OS와 프로톤(Proton) 호환 계층의 효율이 좋아 대다수 PC 게임을 잘 구동한다. 하지만 최신 3D 게임을 기준으로 보면, 낡은 느낌은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구매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1,000달러 가까이 들여 기기를 샀는데, 곧 후속 모델이 나오기라도 하면 억울하다. 물론 이런 고민은 모든 기술 제품에 따라붙는다. 그래픽카드든, SUV든 말이다.

게다가 밸브는 신제품이나 리비전 계획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다른 기업보다도 사용자 기반이 갈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회사다. 그렇다 해도, 더 나은 선택지가 곧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게 꼭 밸브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rog ally vs msi claw vs steam deck

Willis Lai/Foundry

스팀 덱이 시장을 열어젖힌 뒤, 수많은 경쟁 제품이 등장했다. 외형도 비슷하고, 내부도 거의 동일하다. 대부분 AMD의 최신 APU를 쓰고 있고, 성능 면에서는 적어도 명목상 스팀 덱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런 기기도 스팀OS를 실행할 수 있어서 불안정한 윈도우 기반 제품보다 훨씬 매력적이 됐다.

경쟁 제품의 세대 진화도 빠르진 않아

가장 눈에 띄는 예가 레노버 리전 고 S 스팀OS 에디션이다 (이름은 끝내 적응 안 되지만). 이 기기는 더 강력한 Z1 익스트림이 아닌, 성능이 낮은 라이젠 Z2 고(Ryzen Z2 Go) 사양임에도 동일 해상도와 게임 환경에서 스팀 덱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단순히 ‘파워’만 놓고 보면, 지금 스팀 덱을 살 이유는 줄어든 셈이다.

물론 스팀 덱에도 강점은 있다. 여전히 이 작은 분야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기기다. 하지만 개선할 부분도 적지 않다. 본체 크기에 비해 화면이 작고, 인체공학적인 설계도 부족하다. 아날로그 스틱과 터치패드는 딱 절충적인 위치에 있어 손이 어중간하다.

스틱은 홀 센서 기반으로 바꿔야 하고 (닌텐도, 듣고 있나?), 내부 설계를 조금만 다듬으면 더 큰 배터리와 표준 80mm SSD를 넣을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표준 SSD는 더 싸고 구하기 쉽다.

즉, 성능이 더 나은 대안은 존재한다. 게다가 윈도우가 아닌 운영체제를 원하는 사용자도 선택권이 생겼다. 이 정도면 새로운 모델이나 경쟁 제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이런 기기에서 스팀OS를 직접 돌리려면 어느 정도 손이 가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소프트웨어 지원 면에서는 스팀 덱만큼 풍부하지 않으며, 호환 액세서리 수도 크게 떨어진다.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당장 마음을 사로잡는 ‘결정적 대안’이 없는 이상, 다음 세대 스팀 덱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 세대’가 금방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밸브가 구형 하드웨어로도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굳이 빠른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회사 측도 그런 입장을 밝혔다. 관세, AI 반도체 수급 위기, 기타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가 하드웨어는 사용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부담이다. 아직은 저렴한 기존 모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결정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최신 게임들이 점점 더 스팀 덱의 효율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현재 하드웨어의 단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수백만 사용자와 수년간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밸브가 어떤 개선을 내놓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기술 제품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사치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기술 소비에 있어 ‘기다림’에는 분명한 장점도 있다. 신제품이 등장하면 구형은 더 저렴해지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지금은 그럴 타이밍인 것 같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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