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는 기억”의 시대…생성형 AI로 되살아난 라이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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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전, 필자는 이렇게 선언했다. “라이프로그는 죽었다. 적어도 지금은.”
‘라이프로그(lifelogging)’라는 단어는 유행에 뒤처진 느낌을 주지만, 그 핵심 개념인 ‘컴퓨터를 기억 보조 장치로 삼아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발상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개념은 80년 전 처음 등장했다. 1945년, 미국 공학자이자 발명가, 과학 행정가였던 배너버 부시는 『애틀랜틱』에 기고한 글에서 ‘메멕스(Memex)’라는 기억 기계를 제안했다. 부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과학연구개발국을 이끌었고, 아날로그 컴퓨터 개발을 주도했으며 레이시언(Raytheon)을 설립한 인물이다.
부시가 구상한 메멕스는 개인용 책상 크기의 장치로, 마이크로필름을 이용해 대량의 서적, 기사, 메모 등을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계였다. 사용자는 마이크로필름에 사진을 찍어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고, 특수 키보드로 관련 항목을 연결 검색하는 방식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될 예정이었다. 단순한 알파벳 순이나 숫자 순서 대신 가지를 따라가는 정보 탐색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얼핏 쉬워 보일지도 있지만, 문제는 정보를 입력하고 꺼내는 과정이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기술 마니아가 라이프로그 실현을 위해 도전했다.
1980년대, 캐나다의 발명가이자 토론토대학교 교수였던 스티브 맨은 착용형 컴퓨터와 센서를 개발해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했다. 영상, 음성은 물론 손 위치나 환경 정보를 인식하는 카메라, 마이크, 안테나 등의 장치를 활용했다.
2000년에는 고든 벨이 라이프로그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벨은 디지털이큅먼트(DEC)에서 PDP, VAX 아키텍처를 설계한 컴퓨터 설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벨은 1998년 ‘마이라이프비츠(MyLifeBit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기사, 책, 편지, 음반, 사진, 프레젠테이션, 영상, 전화통화, 채팅 기록, TV·라디오 등 모든 일생의 자료를 디지털화하려 했다. 벨은 목에 카메라 2대를 걸고 다니며 자동으로 사진을 기록했고,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소프트웨어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2016년, 필자가 인터뷰했을 당시 벨은 이미 라이프로그를 포기한 상태였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기록해야 할 정보량이 폭증해, 당시 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벨은 “향후 AI 혁명이 오면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 전까지는 현실화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제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생성형 AI 혁명이 도래했고, 라이프로그는 다시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을 최고의 라이프로그 도구
지난 25년간, 에버노트와 같은 데이터 캡처 앱이 등장했다. 2008년 메모 앱으로 시작한 에버노트는 범용 생산성 도구로 확장돼 2019년까지 2억 5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 벤딩스푼스(Bending Spoons)가 인수해 AI 기능을 추가한 상태다.
문제는 복잡성이다. 라이프로그를 넘어 협업 및 업무 중심의 생산성 도구로 진화하며, 노트에 댓글을 달고, 계정 없이도 공유 및 공동 편집이 가능하다. 템플릿 갤러리,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내비게이션 바, 모바일·데스크톱 앱 등 기능이 매우 풍부하다. 새로운 AI 기능으로는 의미 기반 검색, 자동 요약, 오디오·영상·이미지 콘텐츠의 전사 기능이 추가됐다. 요금은 월 12.99달러(개인), 월 17.99달러(프로)이다.
더 매력적인 대안은 마이마인드(MyMind) 앱이다. 2021년 출시된 이 앱은 데스크톱·모바일 앱,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며, 월 7.99달러(기본형), 월 12.99달러(고급형) 요금제가 있고, 최대 100개 항목까지 무료 사용도 가능하다.
마이마인드는 폴더나 수동 정리 없이 작동하는 북마크 및 지식 캡처 도구로, 템플릿이나 협업 기능도 없다. 콘텐츠 유형에 따라 자동으로 형태를 인식하고 정돈해 보여주며, 노래, 영화, 책, 요리법 등은 자동으로 구분되어 표시된다. 이미지나 영상도 출처와 무관하게 콘텐츠 유형에 맞춰 표시된다.
AI가 모든 콘텐츠에 자동 태그를 붙이며, 사용자가 직접 태그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미지 안의 단어까지 포함해 모든 단어가 색인화된다.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하면, 그 안의 단어나 문장을 검색해 바로 찾아낼 수 있다. 기사에서 문장을 복사하면, 원문 링크와 함께 해당 인용문이 저장된다. 각각의 정보는 ‘카드’ 형태로 캡처된다.
캡처 방법도 간단하다. 브라우저에서는 확장 프로그램의 버튼을 누르면 되고, 스마트폰에서는 앱 공유 기능을 통해 마이마인드를 선택하면 된다.
마이마인드는 정보 과잉을 제거하고 통제감을 제공한다. 카드에는 “집중 모드(Focus)” 버튼이 있어 클릭하면 콘텐츠만 화면에 표시되고, 나머지는 모두 제거된다.
검색 결과는 입력과 동시에 표시된다. 예를 들어, 주차장 사진을 찍고 저장해뒀다면, ‘p’나 ‘a’ 정도만 입력해도 바로 정보가 표시된다. 단축키로 앱을 조작할 수도 있어 키보드 중심 사용자에게도 적합하다.
대다수 경우 1초 이내에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되고 추적되지 않는다.
음성 인터페이스는 아직 없지만, 현재로선 가장 실용적인 라이프로그 도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이프로그 하드웨어도 등장
마이마인드 같은 AI 기반 소프트웨어와 함께, 라이프로그 하드웨어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 유망한 사례는 브릴리언트랩스(Brilliant Labs)라는 신생업체는 299달러 AI 안경 ‘헤일로(Halo)’다. 이 제품은 현재 사전 주문 중이며 11월 배송 예정이다.
해당 안경은 골전도 사운드, 카메라, 초경량 디자인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핵심은 ‘내러티브(Narrative)’라는 기억 에이전트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마이크로부터 정보를 자동 수집하고, 개인 지식 기반에 저장한다. 여기에 노아(Noa) 또는 노아 플러스라는 AI 도우미가 자연어로 정보를 검색해주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안경을 이용해 앱에 ‘바이브 코드’를 주입하는 기능도 있다.
고든 벨이 예고했던 AI 혁명은 현실이 되었고, 이제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라이프로그가 가능해졌다.
이제 생성형 AI가 우리 일상 속의 정보를 수집하고 검색하는 수고를 도맡아주면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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