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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글래스, 아름다움에 가려진 애플의 ‘무너진’ 디자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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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글(toggle)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용자는 iOS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설정 슬라이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토글이 시스템의 설계 철학과 제작자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드러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 디자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며, 그 메시지는 결코 고무적이지 않다.

물론 리퀴드 글래스에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맥OS 타호(Tahoe)에서 구현된 모습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iOS 26에서도 과거 iOS 18 이전 디자인과 비교해 확실히 발전한 사례가 곳곳에 있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불편함을 유발할 때가 있다. 일관된 가치를 더하기보다는 디자이너의 기발함을 과시하는 과잉 장식처럼 느껴지곤 한다.

바로 여기서 토글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iOS 26의 투명 슬라이더는 리퀴드 글래스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며, 동시에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제시했던 디자인 철학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 효과

“스티브 잡스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꺼내는 건 IT 저널리즘에서 흔히 범하는 금기라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애플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자인의 상징적 인물인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디자인의 조건에 대한 중요한 원칙을 남겼고, 리퀴드 글래스는 그 원칙을 상당 부분 깨뜨리고 있다.

iOS 26의 토글을 살펴보자. 설정 앱에서 카메라 항목으로 들어가면 여러 개의 토글을 볼 수 있다. 엄지손가락으로 슬라이더를 누르면 버튼이 더 크고 유리 같은 형태로 변하며 누른 상태로 움직일 때마다 빛을 굴절시킨다. 처음 사용할 때는 꽤 매력적이고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번 탭만 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토글이 튀어 오르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유리 같은 시각 효과와 크기 변화가 훨씬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버튼은 지나치게 커져 사용자의 시선을 분산하고 움직임 또한 다소 느릿느릿한 인상을 준다. 이 애니메이션은 절대 놓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데, 어쩌면 그것이 의도일지도 모른다.

애플의 디자인 철학은 언제나 불필요한 요소와 산만함을 줄여 제품의 본질적 목적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토글의 목적은 무엇일까? 단순하다. 어떤 기능을 켜거나 끄는 것이다. 즉, 토글의 본질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글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단순하며,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사용자는 빠르게 토글을 조작한 뒤 다시 원래 하던 작업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리퀴드 글래스 토글처럼 화면에서 튀어 오르는 움직임은 명백히 산만함을 유발한다. 이는 애플이 내세워 온 디자인 철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며, 이런 모순은 결국 불편한 인상을 남긴다. 즉, 리퀴드 글래스의 핵심은 기능보다 형태에 치중한 것, 다시 말해 실질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단순히 ‘멋져 보이는 것’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이다.

주의를 분산하는 디자인

필자는 재미없고 불평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제품이란 리퀴드 글래스처럼 매혹적이고 대담하며 흥미로워야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 좋은 것만이 주된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잘 작동하는 디자인이 주는 이점을 놓치고, 결과적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사용 경험은 유쾌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귀결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말처럼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WWDC에서 애플이 리퀴드 글래스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떠올려 보자. 애플 휴먼 인터페이스 담당 부사장 앨런 다이 “애플의 목표는 모든 사용자 경험에 즐거움과 기쁨을 더하는 아름다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는 발표 내내 리퀴드 글래스의 “반사광 효과”, “아름다움, 정교함, 기쁨”, 그리고 “활력”이 “더욱 생동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사용자는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Liquid Glass toggle in the Settings app

Foundry

하지만 다이는 새로운 디자인이 일상적인 사용성 측면에서 어떤 개선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다이가 강조한 몇 가지 기능, 예를 들어 탭했을 때 나타나는 알림 같은 것은 리퀴드 글래스의 시각적 효과 없이도 구현할 수 있는 요소였고, 디자인 고유의 특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특히 다이가 리퀴드 글래스의 장점을 나열하면서 친숙하고 쉽게 쓸 수 있다는 점보다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했다.

앨런 다이는 또 리퀴드 글래스가 “콘텐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짝이고 굴절하는 특성, 물결처럼 출렁이는 애니메이션 때문에 콘텐츠보다 리퀴드 글래스 자체가 더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용자의 작업을 보조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스스로 주목받으려는 디자인에 가깝다.

컨텍스트 메뉴를 끌어당길 때, 메뉴가 늘어나는 효과가 꼭 필요할까? 혹은 텍스트 돋보기가 움직일 때 흔들리는 애니메이션이 본질적으로 중요한가? 이런 효과는 실제로 보면 인상적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주의를 빼앗는 특성일 뿐,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돕는 ‘조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결국 사용자가 작업이 아니라 디자인을 바라보도록 요구하는 셈이다.

우려의 신호

어쩌면 필자가 작은 문제를 두고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리퀴드 글래스는 애플 디자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곧 애플이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리퀴드 글래스의 외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내비게이션 버튼 위를 스크롤할 때 나타나는 슬라이더, 혹은 카메라 앱의 반투명 유리 질감 모드의 선택 메뉴 같은 부분은 확실히 눈길을 끈다.

Liquid Glass in safari showing the address bar

Foundry

문제의 본질은 애플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느냐다. 사용자의 삶을 향상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눈길을 끄는 요소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일까? iOS 26 안에는 여전히 전자의 가치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후자의 성격이 지나치게 강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디자인은 겉보기에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훌륭한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아이맥 G3 모방 제품에 대해 “경쟁사가 놓치고 있는 핵심은 그들이 디자인을 유행, 즉 표면적인 외형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 형편없는 컴퓨터에 색깔만 입히면 우리도 같은 제품을 가질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요점을 놓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역시 눈길을 끌기 위해 요란한 곡선 형태를 쓰거나, 시각적으로 과하게 설계된 제품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이브는 “그것은 오만일 뿐이며,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행을 따라 디자인하는 것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런 결정이 사용자 경험을 악화시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리퀴드 글래스의 토글이 실제로 그런 경우에 해당하며, 그런 토글이 iOS 26에도 반영됐다는 사실은 분명 우려할 만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조정의 시간

아름다운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위대한 예술이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키듯, 디자인도 그런 힘을 지닌다. 그러나 예술적 요소가 산만함을 불러오며 사용자 경험을 해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시 겸손한 토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만약 애플이 리퀴드 글래스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지금처럼 튀고 방해되는 “나를 봐!”식의 과장된 효과를 줄인 토글을 설계할 수 있다면, 이는 여전히 스티브 잡스의 황금률을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사고방식을 리퀴드 글래스 전체와 iOS 26, 나아가 그 이후 버전에까지 반영한다면, 훨씬 더 나은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리퀴드 글래스는 수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애플이 이를 조정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초기 베타 업데이트에서 이미 여러 변화가 나타난 것을 보면 앞으로도 개선이 이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바라는 점은, 애플이 단순히 시각적 효과를 손보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디자인 결정의 밑바탕에 깔린 사고방식 자체를 조율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수 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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