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가볍기만 하던 시대는 끝났다…개성 가득한 노트북 트렌드
컨텐츠 정보
- 조회 395
본문
최초의 노트북을 기억하는가? 지금 돌이켜보면 꽤 기괴한 기기였다. 당시 노트북은 데스크톱만큼 큰 본체에 달린 작은 화면으로, 고작 수십 자만 표시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초기 노트북의 결함과 특이함은 점차 사라졌다. 특히 2010년대의 울트라북(Ultrabook) 트렌드는 노트북을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이끌었다. 얇고, 가볍고, 그러나 개성이 사라진 ‘익명의 기기’로 말이다.
그러나 2025년,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인텔, AMD, 퀄컴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일부 영역에서는 실험이 더 이상 큰 위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 결과 PC 노트북 시장은 독창적이고 이례적이며,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한 제품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무척 반갑다.
듀얼 스크린·폴더블·롤러블 노트북, 현실이 되다
노트북은 언제나 디스플레이 크기에서 타협이 필요했다. 큰 화면은 더 나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휴대성이 떨어진다. 이 딜레마는 오랫동안 노트북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9년 출시된 에이수스 젠북 듀오(Zenbook Duo)와 HP 오멘 X 2S(Omen X 2S)는 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초기 노트북이었다. 물론 듀얼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최초의 노트북은 아니었다. (레노버 싱크패드 W700ds(ThinkPad W700ds)를 기억하는가?) 그러나 이들 제품은 이전 시도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을 갖췄다. HP는 이 아이디어를 이어가지 않았지만, 에이수스는 달랐다.
에이수스가 듀얼 스크린 노트북의 초기 선두주자였다면, 이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건 레노버였다. 레노버는 노트북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과감히 밀어붙였다. 세계 최초의 폴더블 OLED 노트북, 롤러블 OLED 노트북, 그리고 커버에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노트북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전례 없는 시도를 이어갔다.
레노버는 물리 키보드 대신 두 번째 풀사이즈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최초의 듀얼 스크린 노트북인 요가북 9i(Yoga Book 9i)도 내놨다. 이후 에이수스 역시 젠스크린 듀오(ZenScreen Duo)로 이에 대응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런 노트북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레노버 요가북 9i와 에이수스 젠북 듀오 듀얼 스크린 노트북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24년형 요가북 9i는 PCWorld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를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레노버의 첫 롤러블 OLED 노트북도 같은 상을 받았다.
수리 가능성의 귀환, 오픈소스의 부상
울트라북 트렌드는 노트북 디자인을 획일적으로 만든 것에 그치지 않았다. 수리 가능성을 급격히 떨어뜨린 주범이기도 했다. 사용자가 교체할 수 있는 부품과 나사는 사라지고, 납땜 된 부품과 접착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제조사는 이것이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구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고, 곧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수리하기 쉬운 노트북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제조사가 등장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레임워크(Framework)다. 프레임워크는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교체할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우며, 모듈식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노트북을 선보였다. 물론 한계도 있다. 성능과 배터리 수명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워크는 PC 마니아와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프레임워크만 이런 흐름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요즘 인기를 빠르게 끌고 있는 리눅스를 쓸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독특한 선택지가 꽤 많다. 예를 들어 MNT의 리폼(Reform)과 포켓 리폼(Pocket Reform)은 오픈소스 접근법을 택해 사용자가 PCB 설계 수준까지 직접 개조할 수 있도록 방대한 문서를 제공한다. 아르곤 원 업(Argon One Up)은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를 노트북 형태로 탈바꿈한 제품이다. 그리고 직접 드라이버까지 작성할 정도로 깊이 파고드는 DIY 마니아라면, 리스크-파이브(RISC-V) 칩을 탑재한 DC 로마 II(DC Roma II) 같은 노트북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기존 대형 제조사의 전통적인 노트북을 선택할 것이다. 더 익숙하고, 실용적이며, 가성비도 나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독특한 노트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5~10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압력을 가한다. 더 쉽게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도록 만들고, 사용자가 오픈소스와 수리할 권리라는 개념을 접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기능과 독특한 부가 요소
최근 노트북의 수리 용이성이 개선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조 비용이 낮아지고, 소량 생산에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PC 부품을 만들어주는 공장이 전 세계 곳곳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또 다른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바로 기상천외한 기능과 독특한 부가 요소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이밍 노트북은 이런 변화의 최대 수혜자다. 에이수스는 일부 게이밍 노트북 상판에 애니메 매트릭스(AniMe Matrix)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사용자가 직접 로고나 애니메이션을 표시할 수 있는 단색 LED 격자다. 예전 같으면 이런 기능은 프로토타입이나 전시용 한정 모델에만 들어가고 일반 소비자용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급부터 고급형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에이서는 스페이셜랩스(SpatialLabs)라는 전용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는 안경 없이 즐길 수 있는 3D 노트북으로, 최근에는 모니터도 출시했다. 일부 게임과 생산성 소프트웨어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3D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스페이셜랩스 모니터는 제공하는 기능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스페이셜랩스 노트북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며, 약 2,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프레임워크를 언급할 만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 회사의 가장 실용적인 특징은 바로 교체 가능한 물리 포트다. 프레임워크는 포트를 노트북 본체에 고정해 두는 대신, 모듈형 방식으로 원하는 포트를 꽂아 쓰는 구조를 채택했다. 사용자는 노트북 구매 시 원하는 포트를 함께 선택할 수 있고, 나중에 필요해지면 별도로 추가 구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쓰던 HDMI 디스플레이를 USB-C 디스플레이로 바꾼다면, 프레임워크에서 USB-C 포트 모듈만 사서 교체하면 된다.
독특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이런 특이한 기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에이수스는 외장 수랭 시스템을 갖춘 노트북을 선보였고, 레이저는 키마다 LCD 화면이 달린 노트북을 만들었다. 심지어 에이서는 키보드 위쪽에 터치패드를 배치한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괴한 노트북’ 트렌드는 과거와는 다르다.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한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제조사가 여러 세대를 거치며 개선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핵심 기능이 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독창성은 이제 노트북 시장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이런 흐름이 반갑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