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7 프로에서 빠진 단 하나의 ‘프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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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블랙은 애플 제품군에서 단순한 색상이 아니었다. 블랙은 곧 ‘프로(Pro)’를 상징하는 약속된 색이었다. 책상 위의 맥북 프로를 떠올리면 대부분 스페이스 블랙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패드 프로? 아이맥 프로? 마찬가지다. 심지어 매직 키보드, 매직 트랙패드 같은 애플 액세서리 역시 진한 블랙 옵션을 제공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새로 공개된 아이폰 17 프로와 아이폰 17 프로 맥스에는 블랙 색상이 없다. 제트 블랙도, 미드나잇도, 스페이스 블랙도 아니다. 애플은 자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 제품군에서 가장 ‘프로다운’ 색상을 퇴출시켰다.
블랙의 역사
블랙은 애플에서 전통을 지닌 색상이다. 아이폰 3G 시절부터 블랙 모델은 꾸준히 존재했으며, 때때로 스페이스 그레이처럼 조금 더 밝은 변형으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어두운 중립 계열 색상은 늘 선택지에 포함됐다.
2016년에는 아이폰 7에서 고광택 마감의 제트 블랙을 선보였다. 스크래치가 잘 생긴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소장 가치가 높은 모델로 자리 잡았다. 2017년 출시된 아이폰 X은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색상만 제공됐고, 이듬해 나온 아이폰 XS에서는 여기에 세련된 골드 옵션이 추가됐다.
2019년, 애플은 아이폰 11 프로를 공개하면서 미드나이트 그린 색상을 새롭게 선보였지만, 스페이스 그레이 옵션은 유지했다. 이후 아이폰 12 프로와 아이폰 13 프로는 그래파이트를 어두운 기본 색상으로 내세웠고, 아이폰 14 프로는 수년 만에 가장 어두운 마감으로 주목받은 스페이스 블랙 색상이 출시돼 화제를 모았다.
아이폰 15 프로가 출시될 즈음에는 스페이스 블랙(블랙 티타늄)이 사실상 기본 색상처럼 여겨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 색상이 아이폰 17 프로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애플이 라인업을 공개했을 때, 블랙 옵션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문과 실제
올해 초 Macworld는 애플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아이폰 17 라인업에서 애플이 실험 중이던 잠재적 색상을 확인했다. 대부분은 실제와 맞아떨어졌지만, 스틸 그레이 아이폰 17은 최종 출시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문서에는 애플이 아이폰 17 프로를 전통적인 블랙, 화이트, 실버 색상과 함께 새로운 딥 블루와 코스믹 오렌지로 출시할 계획이 있었다는 암시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할 만한 블랙과 화이트는 실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애플은 가장 프로다운 색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소재 연구 과정의 희생양이 된 것일까? 애플이 왜 블랙 옵션을 제외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소재와 관련될 가능성은 있다. 과거 아이폰 5의 블랙 알루미늄은 쉽게 스크래치가 나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그 이후 블랙 알루미늄 제품을 전혀 만들지 않은 것도 아니다.
왜 블랙이 중요한가
블랙은 그저 그런 무난한 색상이 아니다. 하나의 선언이다. 전문가에게 블랙 하드웨어는 작업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회의실에서도 시선을 끌지 않고, 절제된 세련미와 품격을 보여준다. 많은 사용자가 블랙 기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은은함과 우아함, 전문성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 17 프로에서 블랙이 빠지면서 애플 제품군에는 균열이 생겼다. 사용자는 여전히 스페이스 블랙 맥북 프로와 스페이스 블랙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할 수 있지만, 아이폰에서는 선택지가 실버와 딥 블루, 코스믹 오렌지뿐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이 강조해 온 생태계의 일관성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올해 어떤 아이폰 색상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된다.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 16 프로 맥스 데저트 티타늄은 너무 밝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주는 꽤 우아한 색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 나온 오렌지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딥 블루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 실버는 너무 기본적이다. 마치 네 번째 옵션이 빠진 듯한데, 다름 아닌 블랙이다.
애플은 새로운 마감 색상도 충분히 고급스럽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블랙의 부재는 아쉽다. 프로 사용자에게 중요한 가치는 일관성이며, 많은 이들에게 블랙은 가장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옵션이다. 블랙은 애플 프로 라인업의 유니폼 같은 존재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제품에서는 그 색상이 사라졌다.
애플이 내년에 다시 블랙을 도입할 가능성은 있다. 과거에도 그린, 퍼플, 골드 같은 색상을 주기적으로 되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블랙 맥북이나 애플워치와 어울리는 블랙 색상의 최신 아이폰을 구매할 수 없다.
블랙은 언제나 가장 ‘프로다운’ 색상이었다. 그 블랙이 사라진 지금, 아이폰 17 프로 라인업은 어딘가 조금 ‘덜’ 프로같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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