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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죽은 인터넷’을 거부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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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인터넷 이론(Dead Internet Theory)‘은 허구의 음모론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놓고 보면 사실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 후반, 포챈(4chan)과 위저드챈(Wizardchan)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져나온 죽은 인터넷 이론은 전지전능한 정부나 기업의 비밀 집단이 봇과 AI 생성 콘텐츠를 활용해 인터넷에서 인간을 대체한다고 주장한다. 목적은 대중의 인식을 조작하고 여론을 통제하며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 명제는 인터넷상의 콘텐츠 대부분이 사람이 아니라 봇과 AI가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음모론 자체는 잘못됐지만, 인터넷 콘텐츠 대부분이 봇과 AI가 만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2025년 중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새로 만들어진 온라인 콘텐츠의 약 74%가 AI나 봇의 도움으로 생성됐다. 반대로 AI 개입 없이 사람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는 전체의 1/4 정도에 그쳤다. 이 변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전망에 따르면 연말까지 전체 콘텐츠의 90% 이상이 AI로 생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죽은 인터넷 이론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실이나 다름없다. 코미디언 조지 칼린의 말을 빌리자면, “이익이 수렴할 때는 굳이 음모가 필요 없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는 지금 그 이익이 분명히 수렴하고 있다.

거대 규모로 확산하는 생성형 AI 콘텐츠

인셉션 포인트 AI(Inception Point AI)라는 업체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오픈AI, 퍼플렉시티, 클로드, 제미나이 등 다양한 챗봇을 결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규모의 AI 팟캐스트를 쏟아내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콰이어트 플리즈 팟캐스트 네트워크(Quiet Please Podcast Network)는 현재까지 5,000개 이상의 팟캐스트 쇼(에피소드가 아니라 ‘쇼’ 단위)를 제작했으며, 현재 50명 이상의 AI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앞으로 수천 개의 새로운 AI 인격을 추가할 계획도 밝혔다.

에피소드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달러에 불과하다. 광고 한 건을 2달러에만 팔아도 바로 수익이 남는다.

공개 발언을 종합하면 인셉션 포인트 AI의 CEO 지닌 라이트는 AI로 생성한 인격을 실제 인간으로 착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 에피소드 시작 부분에서 진행자가 AI임을 밝히지만, 얼마나 많은 청취자가 AI 팟캐스트 진행자를 진짜 사람으로 믿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라이트는 “머지않아 지구 인구 절반이 AI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탄생시키는 회사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 AI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이 “AI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라고 쓴 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셉션 포인트 AI CEO가 그들을 “사람을 탄생시키는 존재”라고 믿는다는 것은 곧 자신들을 신적 존재로 규정하는 셈이다.

또한 라이트는 “여전히 모든 AI 생성 콘텐츠를 ‘AI 쓰레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마도 게으른 러다이트(Luddite)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버튼 하나만 눌러 팟캐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 이들이 남을 ‘게으르다’고 부르는 상황이다.)

물론 인셉션 포인트 AI만 이 산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팟캐스트AI(PodcastAI), 원더크래프트 AI(Wondercraft AI), 젤리팟(Jellypod) 등 ‘가짜 사람 팟캐스트’를 쏟아내는 업체는 많다.

다만 AI 팟캐스트 스타트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AI 비디오 스타트업이 이미 규모 면에서 훨씬 앞서 있다.

예를 들어 T-시리즈(T-Series), 소니 샙(Sony SAB), SET 인디아(SET India), 지TV(Zee TV) 같은 기업은 각각 2만~23만 4,000개의 영상을 제작했다. 이 중 T-시리즈는 약 2만 4,000개의 영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TV는 21만 5,000건 이상의 업로드를 기록했다.

AI 생성 콘텐츠는 어디에나 있다

구글도 이 흐름을 지원한다. 유튜브 생태계에 통합된 크리에이터 AI 스튜디오(Creator AI Studios)는 자동 편집, 썸네일 생성, 장면 감지, AI 생성 스크립트 같은 기능을 제공해 소규모 팀이나 개인 크리에이터가 하루에 수백 개의 영상을 손쉽게 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아질 AI(Argil AI), 라이트블로거(RightBlogger), 팀-GPT(Team-GPT), 디자인스.ai(Designs.ai) 같은 플랫폼은 크리에이터가 카메라 없이도 AI 모델을 이용해 기획부터 편집, 심지어 합성 음성 더빙까지 포함된 틱톡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한다.

AI 생성 도서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년 전 아마존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책을 업로드하자 1인당 하루 최대 3권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을 두어야 했다.

추정에 따르면 새롭게 출판되는 자가출판된 킨들 도서의 70% 이상이 부분적이거나 전적으로 AI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닷컴에서만 하루에 최대 1,000권에 달하는 AI 생성 도서가 업로드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조작 기술은 이제 ‘상당히 정교하다’에서 ‘완벽하다’에 이르는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더해 사진 생성 및 수정 기능은 구글의 제미나이 2.5 플래시 이미지(Gemini 2.5 Flash Image), 일명 나노 바나나(Nano Banana)의 등장으로 큰 도약을 이뤘다. 이제 ‘완벽한 사진’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결과물이 돼버렸다.

2022년 이후 텍스트 입력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텍스트-투-이미지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이미 150억 장을 넘어섰다. 현재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을 기반으로 하루 약 3,400만 장의 새로운 이미지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이미지는 광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패션, 건축 같은 비즈니스 목적뿐 아니라 디지털 아트, 온라인 인플루언서 활동 같은 수익성 높은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와 선전물 제작, 사기, 동의 없는 딥페이크 포르노, AI 생성 아동 성착취물 같은 악용례에도 쓰이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의 가장 큰 장점은 선의의 목적이든 악의의 목적이든 똑같다. 바로 저비용이다. AI 이미지는 제작비가 극도로 저렴하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는 조잡하고 부자연스러운 합성 이미지조차 진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5년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3%가 AI 생성 이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정답을 맞힌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이제 불과 몇 달 뒤면 온라인 콘텐츠의 99% 이상이 AI로 생성되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한다. 그 결과 인류는 인간끼리 소통하기보다는 대부분, 어쩌면 전적으로 기계와만 상호작용하는 세계로 빠르게 내몰리고 있다.

대체 이것은 누구의 발상일까? (아마도 ‘작가와 독자’를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소비자’로 바꿔 부르기로 한 이들과 같은 부류일 것이다.)

애초에 기사, 책, 사진, 영상, 녹음된 목소리와 같은 ‘콘텐츠’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본래 인간끼리 소통하기 위한 도구이지, 기계가 사람에게 데이터를 퍼붓기 위한 수단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제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람 손으로 만든 콘텐츠에 우선순위를

이제 사용자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우선 제공하는 서비스를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비용을 지불하거나 그런 서비스만 선택해 사용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카기 서치(Kagi Search)라는 유료 검색 엔진은 이미지 검색에서 AI 생성 콘텐츠를 피할 수 있는 필터링과 라벨링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AI 이미지를 포함할지, 제외할지, 혹은 AI 이미지 전용으로만 볼지 선택할 수 있다.

또 개인화 기능을 통해 원치 않는 AI 생성 이미지나 저품질 이미지가 필터를 뚫고 들어오더라도 특정 도메인을 차단하거나 검색 결과에서 낮은 순위로 내릴 수 있다. 이런 제어 기능은 이미지 검색뿐 아니라 웹 검색에서도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의 아들은 카기 서치에서 근무한다.)

덕덕고 역시 이미지 검색 화면에 전용 드롭다운 메뉴를 마련해 사용자가 AI 생성 이미지를 모두 숨기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프리픽(Freepik) 같은 일부 스톡 이미지 플랫폼은 검색 결과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제외할 수 있는 도구를 추가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구글이 일부 AI 콘텐츠를 끄는 ‘NOPE’ 버튼을 제공하긴 하지만, 찾기도 어렵고 효과도 미미하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 빙,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레딧, X, 링크드인, 핀터레스트 등은 아예 AI를 차단하는 선택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업계가 온라인 콘텐츠 대부분을 AI 쓰레기 콘텐츠로 대체하는 도구를 내놓고자 한다면, 동시에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도구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이제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볼 수 있는 선택권을 요구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인터넷에 맞서 일어설 때가 됐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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