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동작? 원격 조종?” 믿음만 충만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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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리콘밸리 기업 1X가 모든 집안일을 대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로봇의 이름은 ‘네오(NEO)’다. 1X는 네오가 세계 최초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주장했다. 반복적인 집안일을 자동화하고 개인 비서를 제공해 사용자가 다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풍으로 제작된 다소 독특한 시연 영상에는 네오가 세탁물을 개고 선반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방을 청소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문을 열고, 물건을 가져오고, 불을 끄는 등의 기본 동작은 물론, 춤을 추거나 사람 곁에 머무는 등 친구 같은 행동도 선보였다.
1X에 따르면, 네오는 집안을 스스로 탐색하며 학습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버튼 한 번이나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설정할 수 있다. 로봇이 어떤 일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사용자는 1X 전문가와 원격 세션을 예약해 전문가가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하면서 네오가 동시에 작업을 학습하고 완료하도록 돕는다.
네오는 화면 없이도 자연어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를 탑재했다. 사용자가 직접 말을 걸었을 때만 듣고 반응한다. 시각 인식 기능을 통해 물체와 상황을 파악해, 조리대에 올려진 재료를 읽고 요리를 제안할 수도 있다. 과거 대화와 사용자의 취향을 기억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적응하며, 일정 관리, 알림, 장보기 목록 작성, 학습 진행 추적 등을 지원한다.
로봇의 AI는 실제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돼 다양한 주거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토크 높은 모터를 이용한 힘줄 구동 구조로 설계돼 부드럽고 안전하게 움직이며, 사람 주변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네오는 22개의 자유도를 가진 손, 3D 격자 폴리머 소재의 부드러운 몸체를 갖췄으며, 무게는 30㎏이다. 최대 70㎏까지 들어 올릴 수 있고, 25㎏까지 운반할 수 있다. 작동 소음은 22데시벨로 냉장고보다 조용하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5G 연결 기능을 갖추고 골반과 가슴 부분에 내장된 스피커도 탑재돼 있어 이동형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네오의 디자인은 일반 가정 인테리어에 어울리도록 중성적인 색상과 천 재질의 옷과 신발을 입은 형태로 제작됐다. 색상은 베이지, 회색, 짙은 갈색 세 가지이며, 현재 1X 온라인 스토어에서 사전 주문할 수 있다. 미국 내 첫 출하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고, 2027년에는 다른 시장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예약가는 2만 달러이며, 우선 배송권이 주어진다. 월 499달러 구독 모델도 제공된다.
1X의 최고경영자이자 창립자인 번트 뵈르니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네오는 공상과학이나 연구에서만 존재하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실제 소비자 제품이 된 순간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드디어 가정용 휴머노이드 가정부 로봇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인다. ‘제트슨 가족의 로지 더 로봇’이 현실이 된 듯하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자율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문제점
네오(NEO) 공개와 화려한 홍보 영상은 그야말로 눈속임이다. 영상 속에서 로봇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공정하게 말하면, 1X는 네오의 완전 자율 작동을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진보의 규모를 터무니없이 축소하고 있다.
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원격 조작 방식으로 제작됐다. 즉, VR 헤드셋과 특수 장비를 착용한 사람이 실제로 빨래를 개고, 식기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옮기는 동안 로봇은 그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이 장면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지난해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스튜디오 부지에서 열린 테슬라의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행사에서 테슬라 옵티머스(Optimus) 로봇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음료를 따르고, 춤을 추고, 참석자에게 ‘생일 축하합니다’를 불렀다. 로봇이 명령을 이해하고 질문에 대답하며 음료를 건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로봇이 아니라 무대 뒤편에 배치된 테슬라 직원이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었다. 관람객이 로봇과 대화하며 감탄했을 때, 사실은 그 로봇을 대신해 직원이 말을 하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와 번트 뵈르니크를 비롯한 일부 기술 기업 CEO는 ‘신념 기반 혁신(Faith-based Innovation)’이라 부를 만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AI와 로봇의 능력을 과장해 홍보하는 것이다.
네오의 경우, 1X는 연구진이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기능을 개발할 것이라는 ‘약속’을 근거로 이미 선주문 금액을 받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아직 옵티머스 로봇을 판매하진 않지만, 머스크가 곧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장담한 자동차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15년 3월 17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콘퍼런스에서 머스크는 완전 자율주행이 “이미 해결된 문제”이며 2018년에는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말에는 2017년 안에 테슬라 차량이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을 것이며, 이후 생산되는 모든 테슬라 차량이 2년 안에 ‘레벨 5 완전 자율주행(Level 5 Autonomy)’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과 2019년 실적 발표와 행사에서도 머스크는 “3~6개월 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공언했고, 2020년 중반까지 자율주행 로보택시 100만 대가 운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4월 22일 ‘테슬라 오토노미 데이(Autonomy Day)’에서는 2020년 말까지 테슬라 차량이 운전자가 “잠을 자도 안전하게” 스스로 운전할 수 있을 것이며, 몇 년 내 규제 승인도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인터뷰, 트윗, 실적 발표에서도 “완전 자율주행은 매우 가까워졌다”며, 매년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 모든 약속은 틀렸다.
사실, 카메라와 AI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그 기술이 몇 개월,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 개발될지조차 알 수 없다. 웨이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LiDAR)와 레이더를 함께 사용해 주변 환경을 더 정밀하고 중복된 3D 지도로 인식한다.
자율주행 기술과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자율성을 착각하게 만드는 ‘눈속임 데모 영상’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는 대부분이 원격 조종 기반이다.
- 피겨 AI(Figure AI)의 피겨 03(Figure 03). 가정 내 작업을 수행하는 피겨 03의 영상은 사실적인 동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완전 자율 작동인지 원격 조작인지 논란이 일었다. 1X의 네오와 마찬가지로, 이 로봇 역시 공개 시연에서는 상당한 원격 조작 요소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 유니트리(Unitree) G1.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달리기나 역동적인 동작을 선보였지만, CES 같은 행사에서 관람객이 직접 G1을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해, 일부 공개 시연이 사람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암시했다.
- 폴렌 로보틱스(Pollen Robotics)의 리치(Reachy). 리치는 제한된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VR 헤드셋을 통한 정밀 원격 제어 기능이 강조됐다. 프로필 영상에서는 이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조종자의 입력이 있었다.
- 리플렉스 로보틱스(Reflex Robotics), 왓니 로보틱스(Watney Robotics) 등도 청소, 정리, 심지어 ‘로봇 게임’ 같은 과업을 수행할 때 원격 조작 방식을 사용한다. 이들 로봇은 마치 스스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인간 조작에 의존하고 있다.
로봇 기업이 경계를 흐리는 이유
인간처럼 인식하고, 계획하며, 조작할 수 있는 완전 자율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도전 과제다. 로봇은 모든 동작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학습해야 하고, 모든 사물을 인식해야 하며, 사물의 움직임, 파손 가능성, 배치 위치, 적절한 행동 방식 등을 이해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런 능력을 익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가 ‘원격 조종’이다. 사람이 특수 장비를 착용해 시제품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면서 수 시간 동안 셔츠를 개는 법을 가르친다. 아동용 셔츠처럼 크기가 다른 옷을 개는 법을 학습하려면 추가로 몇 시간이 필요하다. 접는 테이블의 높이, 옷감의 탄성 등 모든 변수를 각각 따로 학습시켜야 한다.
로봇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훈련받는 동안, 조종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장면은 그럴듯해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종자가 안 보이는 상태에서 로봇이 정교하게 움직이는 영상을 공개해 투자 유치를 하거나 주가를 올리거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로봇 제품을 판매하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하다.
현실적으로, 영상 속 네오처럼 아무 가정 환경에서 실제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등장하려면 아직 수년, 어쩌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내세워 이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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