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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목소리’가 없는 로봇의 글은 설득력도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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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세상을 장악할지라도, 로봇이 쓰는 글의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론적으로 로봇, 즉 생성형 AI는 사람처럼 말하도록 설계돼 있다. LLM은 인터넷에 축적된 수십억 건의 인간 발화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누군가 플래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격정적으로 주장하던 해커뉴스의 스레드조차 이제는 누군가의 LLM 기반 박사 논문을 훈련시키는 자료가 된다. 이렇게 LLM은 인간처럼 들리는 문장을 생성하도록 학습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링크드인 같은 곳에서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옥사이드컴퓨팅(Oxide Computing)의 CTO 브라이언 캐니트릴은 “AI가 작성한 글은 정말 끔찍하다”라고 표현했다. 강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캐니트릴이 말한 “스타일 자체가 거슬린다”라는 지적은 틀림없다. 가장 흔한 특징은 무엇일까? “일부 사람만 자연스럽게 쓰는 긴 대시(em-dash)를 누구나 남발하는 문장”이다. 오픈AI 설립자 샘 올트먼이 최근 이 문제를 고쳤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AI를 편하게 쓰려다 모두의 글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과 비슷하게 들리는 문장을 흉내 내는 LLM의 산출물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드러내는 글로 돌아가야 할 때다.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은 결국 인간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로봇 문체에 길들여지는 흐름

‘로봇 같은 문장’으로 기울어지는 흐름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영국에 가봤거나 영국 언론을 온라인으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현지 신문마다 고유한 문체와 개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각 매체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이를 대놓고 표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가디언처럼 때로는 지나치게 의로운 표정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철저하게 의견 중심적이고, 숨기지 않는다. 미국 언론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는 듯 행동하지만, 어떤 사실을 선택하고 어떤 내용을 비틀어 전달하는지 보면 정치적 편향이 금세 드러난다.

영국 출신 언론인 에밀리 벨은 “영국 언론은 미국 언론의 ‘작품 세계(oeuvre)’보다 더 빠르고, 더 조잡하며, 더 재치 있고, 자원은 부족하지만 더 탐욕적이고, 경쟁적이며, 직설적이고 거침없다”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oeuvre’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순간 이 글이 가디언 스타일이라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다.)

기술 업계에서는 영국에서 창간된 더 레지스터(The Register)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장된 헤드라인으로 유명한 매체지만, 실제로는 날카롭고 힘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립을 가장하지도 않고 그럴 의지도 없다. 필자 역시 한때 더 레지스터에 글을 썼고, 지금도 기억나는 헤드라인이 있다.

  • MS–AWS 난투전 속, IBM은 ‘차가운 위로’ 대신 ‘뜨거운 공허함’을 내세웠다(IBM trades cold comfort for hot air in Microsoft-AWS slugfest) : 핑크 플로이드에 대한 재치 있는 오마주
  • 형편없는 분석, 2.8ZB의 빅데이터를 ‘2.8ZB 대참사’로 바꿔버렸다(Craptastic analysis turns 2.8 zettabytes of Big Data into 2.8 ZB of FAIL) : 이런 제목을 클릭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래리 엘리슨의 요트는 NoSQL에 흔들리지 않는다 – 아직은(Larry Ellison’s yacht isn’t threatened by NoSQL – yet) : 현직 고용주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제목

이들 제목은 필자가 직접 쓴 것이 아니다. 전부 더 레지스터 편집팀의 작품이었다. 때로는 살짝 민망했지만, 늘 재미있었고 가끔은 유익하기도 했다. 어떤 기계도 이런 공식을 복제할 수 없다. 애초에 공식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그저 누군가(한때는 애슐리 밴스 같은)가 재치와 정보를 적절히 섞어 독자가 무엇을 클릭하고 싶어 할지 감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 당시 필자는 더 레지스터뿐 아니라 다른 매체에도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쪽 헤드라인은 훨씬 순했다. 해당 사이트가 미국 자본 소유였다는 점이 큰 이유였다.

  •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인수로 애저의 개발자 기본 플랫폼 전략 가속(With GitHub acquisition, Microsoft wants to make Azure the default cloud for developers) : 2018년 작성한 기사인데,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인수 의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정확해 보인다.
  • NoSQL의 상승세에도…빅데이터 시장을 지배하는 건 관계형 DB(NoSQL keeps rising, but relational databases still dominate big data) : 그때도 사실이었고 지금도 변함없는 내용이다.
  • 과장에 속지 마라…악성 논란과 저조한 인기로 외면받는 AGPL 오픈소스 라이선스(Don’t believe the hype, AGPL open source licensing is toxic and unpopular) : 실제로 필자가 직접 쓴 몇 안 되는 헤드라인이다.

물론 이런 예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식 헤드라인과 글쓰기는 모든 관점을 평평하게 만들며, 실현 불가능한 중립성에 집착하는 경향을 잘 보여준다. 반면 영국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글은 독자를 도발하고, 생각하게 하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 AI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영국식보다는 미국식 중립 문체에 훨씬 더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글에서 ‘나’를 되살리는 일

캐니트릴은 LLM을 두고 “엉성한 글쟁이일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당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을 설득하는 주체는 바로 그 ‘당신’이다. 우리는 『분노의 포도』를 로봇이 흉내 낸 절망과 상처의 요약을 보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다. 그 글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읽는다.

보도자료를 쓰기 위해 누구나 스타인벡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보도자료가 모조리 비슷해 보이고 지루하다면, LLM으로 10초 만에 만들었는지, 스스로 한 시간을 들였는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몇 년 전, 제품 마케팅을 맡은 지인은 LLM이 신입 마케팅 직원보다 더 나은 판매 자료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채용을 줄이고, 그 자료를 만드는 일은 LLM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그 자료는 수천 명의 영업 인력 가운데 몇십 명만 내려받는 수준이니 말이다. 겉보기에는 문제를 그럴듯하게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운로드조차 거의 되지 않는 자료라면, 애초에 그 자료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LLM으로 ‘가치 없는 콘텐츠’를 싸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은 잘못이다. 이는 보도자료나 다른 마케팅 콘텐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필자가 늘 말해왔듯, 일반적으로 보도자료는 컴퓨터, 그것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컴퓨터가 쓴 것처럼 들린다. LLM이 그런 글을 쓰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글 자체가 필요 없었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좋은 PR은 단순히 글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가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는 일이다.

LLM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효과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기계는 지루한 코드(보일러플레이트)를 아무런 불만 없이 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라도 설득이 필요한 일이라면(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인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다. 예를 들어, 필자가 트럼프의 행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문체 자체의 이상함이다. 이상하지만 ‘진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트럼프처럼 쓰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으로 쓰는 것’이다. 탈런츠닷에이아이(Talentz.ai)의 CEO 무하마드 샤피는 “AI는 당신의 글을 매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라고 말한다.

지워지지 말자. 매끄럽기만 한 글이 되지 말자. 당신 자신의 글을 쓰자.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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