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툴 시장의 승부처는 ‘혁신’이 아니라 ‘지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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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마다 개발자 툴 생태계에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2023년에는 코드 자동완성을 마치 마법처럼 느끼게 만든 AI 기반 프로그래밍 툴 깃허브 코파일럿이 그 자리에 있었다. 2024년에는 분위기가 바뀌어 커서(Cursor)와 AI 중심 편집기라는 새로운 부류가 주목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적어도 X를 중심으로 보면 구글의 ‘에이전트 퍼스트’ 툴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가 다음 단계의 필연적인 선택지처럼 홍보되고 있다.
한편 모델 계층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한때는 모두가 챗GPT를 사용했고, 이후에는 제미나이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최근에는 속도보다 추론 능력을 중시하는 개발자 사이에서 클로드가 사실상의 기본 선택지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잦은 변화가 지속적인 채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끊임없는 교체 속에서도 참신함보다는 유통과 배포 능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엔터프라이즈가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 이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그 결과 2026년이 된 지금도 일상적인 개발 환경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에 기울어 있다. 작업대 역할을 하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워크플로우의 중심 깃허브, 그리고 이 둘에 기본으로 결합된 깃허브 코파일럿이 하나의 표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야 할 질문은 “AI가 IDE를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다. “AI가 IDE의 일부가 되었을 때, 그 제어 지점을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다.
VS 코드의 굳건한 지위
커서와 안티그래비티 같은 새로운 이름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의 인기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칫 잊히기 쉽다. 젯브레인스가 개발자 2만 4,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5%가 AI 툴을 사용하고 있으며, 62%는 하나 이상의 AI 코딩 어시스턴트·에이전트·에디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AI 활용의 중심은 어디일까? 스택 오버플로우의 2025년 개발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가 전체 응답자 기준 75.9%, 전문 개발자 기준 76.2%의 사용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의 73.6%에서 더 상승한 수치다.
붕괴가 아니라 고착화에 가깝다.
물론 커서는 17.9%라는 인상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신생 툴로서는 큰 도약을 보였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다른 데 있다. 새로운 AI 편집기 상당수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생태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올라타고 있다는 점이다. 커서의 공식 문서 역시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에서의 원활한 이전을 강조하는데, 이는 커서가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코드베이스를 포크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구글의 안티그래비티 역시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의 파생으로, 제미나이 3를 통합해 편집기 안에서 에이전트형 워크플로우를 원하는 개발자와 엔터프라이즈를 겨냥한다.
개발자가 화제의 새로운 툴로 이동하더라도 중력의 방향은 결국 동일한 플랫폼의 기본 요소로 되돌아간다. 확장 기능, 키 바인딩, 저장소 연동 등은 모두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생태계에서 형성된 자산이다. 이는 개발자 툴 세계에서의 ‘인텔 인사이드’ 문제와도 같다. 한 번 형성된 생태계는 쉽게 끊어내기 어렵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사라지지 않는다
‘승리’를 개발자의 실제 사용률로 정의한다면, 깃허브 코파일럿은 결코 부차적인 존재가 아니다. 깃허브 CEO 토마스 돔케는 최근 깃허브 코파일럿 사용자가 2,0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불과 한 분기 전만 해도 1,500만 명이었다. 돔케는 또한 포춘 100대 기업 가운데 90%가 깃허브 코파일럿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대안 툴이 주목을 받으며 화제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성장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코파일럿이 모든 개발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코파일럿은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구매 절차와 컴플라이언스, 그리고 “이미 툴 체인에 포함돼 있다”라는 사실이 ‘바이브’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같은 사용자 규모는 깃허브 코파일럿의 진정한 강점으로 이어진다. 바로 배포력이다. 깃허브는 워크플로우의 중심이고,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는 작업대 역할을 한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이 둘에 기본 어시스턴트로 결합돼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개별 최적 솔루션을 조합하는 방식보다 통합된 제품군을 선호한다. 통합은 복잡성에 따른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통합 전략을 개발자 경험 전반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관건은 개발자 신뢰 유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배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기능이 아니라 신뢰다. 2025년은 깃허브의 평판에 있어 좋지 않은 해였다. 단순히 장애가 잦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의 자율성보다 AI 도입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된 점이 더 큰 문제로 작용했다.
이 같은 균열은 옵트아웃을 둘러싼 마찰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다. 2025년 마이크로소프트와 깃허브는 깃허브 코파일럿을 핵심 워크플로우에 더욱 깊숙이 밀어 넣으면서도, 프로젝트 관리자가 이를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개발자 신뢰를 흔들었다. 실제로 지난 12개월 동안 깃허브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 2건은 코파일럿이 생성한 이슈와 풀 리퀘스트를 차단해 달라는 요청과, 코파일럿의 자동 코드 리뷰를 비활성화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였다.
작은 마찰을 넘어 깃허브는 통합 파트너 입장에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생태계 차원의 변화를 단행했다. 깃허브는 깃허브 앱 형태로 구축된 깃허브 코파일럿 확장 프로그램에 대해 2025년 9월 24일 이후 신규 생성을 차단하고 11월 10일부터는 전면 비활성화를 강제한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여기서의 문제는 방향을 전환한 방식이었다. 깃허브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 서버로 전환하면서 이를 ‘마이그레이션’이 아니라 ‘대체’라고 명시적으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깃허브는 인프라의 기본 원칙으로 여겨지는 ‘지루함’을 스스로 깨뜨렸다. 인프라의 가치는 변화가 아니라 안정성에 있어야 하며, API의 잦은 변경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한 연구팀이 ‘카모리크(CamoLeak)’로 명명한 치명적인 코파일럿 챗 취약점을 공개하면서 보안 측면에서도 공개적인 타격을 입었다. 해당 취약점은 프롬프트 인젝션과 콘텐츠 보안 정책 우회를 통해 비공개 리포지토리에서 비밀 정보와 사설 코드를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는 문제였다. 깃허브는 대응으로 코파일럿 챗에서 이미지 렌더링을 비활성화하는 등 일부 완화 조치를 취했다.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문제의 본질은 AI 존재 자체가 아니다. 깃허브 코파일럿이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는 동시에, 잦은 변화와 간헐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루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할 계층’으로 기대되는 제품에서 이런 불안정성이 나타난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이 구글에 기회를 열어줄지도 모른다.
구글은 기대감을 지속할 수 있을까?
안티그래비티는 기술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다. 편집기, 터미널, 브라우저 전반에 걸쳐 제미나이 3 에이전트에 고수준 작업을 위임하는 ‘에이전트 퍼스트’ 개발 방식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동시에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의 익숙한 사용 경험을 차용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익숙함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구글의 약점은 혁신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개발자와 CTO는 구글이 개발한 여러 서비스와 툴이 이른바 ‘구글이 판 무덤’으로 가는 사례를 반복적으로 목격했다. 엔터프라이즈가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를 안티그래비티로 교체하려면 적어도 2030년까지 안티그래비티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지만 구글의 과거 이력을 보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점점 ‘지루하지만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가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구글이 AI 보안 문제를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안티그래비티도 새로운 ‘지루한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 시장의 승자는 가장 많은 화제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아니다. 혼란스러운 모델 경쟁 구도를 차분하고 관리 가능한 환경으로 정리하고 마찰이 적은 개발자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십 년에 걸쳐 바로 이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강력하지만 마냥 난공불락은 아닌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개발자 관점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본 작업대인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기본 워크플로우 허브인 깃허브, 그리고 실험을 표준으로 전환시키는 엔터프라이즈 인프라까지 모두 쥐고 있다. 개발자가 안티그래비티로 ‘교체’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비유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집 안에서 방을 옮기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도 계속 승리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루함’의 기준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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