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은 닫혔지만 기술은 남았다” 아마존 고가 남긴 전략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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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Amazon Go) 매장은 소매 유통 업계의 오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정교한 기술을 도입했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수익 모델 없이 막대한 기술 투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수년 동안 아마존 고는 소매 유통 기술의 정점에 자리해 있었다. 매장마다 수많은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를 설치해 고객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추적하고, 어떤 제품을 집고 내려놓는지까지 정밀하게 파악했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의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는 매장이었다. 인간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마찰 없는(friction-free)’ 쇼핑 경험을 구현한 듯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수익성이 전혀 없는 기술의 상징이기도 했다.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기술 혁신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모습은 지금 생성형 AI나 에이전틱 AI 솔루션을 내세우는 일부 업체와 닮아 있다. 실현 불가능한 투자수익률(ROI)을 좇는 경쟁의 ‘왕관’이 이제 그들에게로 넘어갔다.
아마존 고의 운영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고객이 아마존 앱에서 생성된 QR 코드를 스캔한 후 매장에 들어가면, 수많은 카메라와 분석 시스템이 자동으로 고객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고 그대로 매장을 나서면 결제가 자동으로 처리된다.
버티던 아마존은 약 8년 간의 실험을 결국 포기했다. 최근 아마존은 모든 아마존 고 매장을 폐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실패로 치부하기는 이르다. 매장을 닫았지만 매장을 구현한 핵심 기술은 폐기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해당 기술을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의하고, 새로운 활용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기술의 가치를 소매 매장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찾기 시작했다.
‘수익 없는 혁신’의 상징이 된 아마존 고
아마존 고의 원래 목표는 마찰 없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주로 신기함 때문에 매장을 방문했을 뿐, 기존 매장보다 특별히 나은 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 시스템이 훨씬 더 빠르기는 했다. 그러나 소매 유통 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마존 고 매장은 수익을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충분한 매출을 이끌어내지도 못해 로스리더(loss leader)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편의점 수준의 작은 매장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형 매장에는 더욱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존은 결국 해답을 찾았다. 더 큰 매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작은 공간에서 이 기술의 가치가 발현된다는 사실이었다. 코스트코, 월마트, 타깃 같은 대형 매장이 아니라 소규모 환경에 기술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존 경영진은 이 기술의 유일한 강점이 ‘속도’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속도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환경을 찾기 시작했고, 해당 기술을 소규모 시설에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이 기술이 베이케어 세인트 조셉 병원(BayCare’s St. Joseph’s Hospital) 구내식당의 대기 시간을 25분에서 3분으로 줄이고, 스코샤뱅크 아레나(Scotiabank Arena)에서는 관중이 30초 만에 간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아마존 특유의 천재적인 발상(Amazonian brilliance)이다. 너무 늦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직접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해당 기술을 라이선스로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즉각적인 수익으로 이어졌다. 거의 10년 전 완성한 기술을 라이선스로 판매하는 방식에서는 손해를 보기 어렵다.
아마존은 적용 범위를 극도로 좁히며, 다른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공간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장 내 매점이다. 이런 매장은 일반적으로 하프타임이나 경기 시작 전처럼 짧은 시간 동안만 핫도그, 팝콘, 음료 등을 판매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대부분 관중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판매가 사실상 어렵다.
아마존 고의 기술은 이러한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판매자가 그 짧은 기회 창 동안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일한 제약은 고객이 주문을 말하고, 점원이 상품을 건네는 데 걸리는 시간뿐이다. 과거에는 결제 과정이 모든 흐름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아마존이 찾은 해답,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작게’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업 이마케터(Emarketer)에서 유통 산업을 분석하는 수석 애널리스트 잭 스탬보는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기차역의 작은 간식 매대에서 이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잘 작동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 스탬보는 “음료나 간식만 사는 경우에는 마진이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도가 모든 차이를 만든다. 기차가 도착하기 전 1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는 도로를 건너 일반 상점에 들를 여유가 없다. 그러나 결제 절차가 완전히 생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탬보는 “간식을 집어 들고 바로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스탬보는 이를 애플의 사례와 비교했다. 애플이 뉴욕 지하철의 결제 시스템에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적용하면서, 애플 워치로 거의 즉시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단순화한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스탬보는 “뉴욕 지하철에서 애플 워치를 사용하는 경험은 흥미롭다. 아이폰보다 훨씬 빠르다. 최근 아내와 함께 뉴욕에 갔을 때 애플 워치로 개찰구를 순식간에 통과했지만 아내는 아이폰으로 여러 번 시도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쁜 건 아내는 아이폰을 손에 들고 있어야 했다. 혼잡한 지하철역에서는 최악의 조건이다. 반면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아도 애플 워치로 결제가 이뤄지는 것은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핵심이다. 아마존과 애플 같은 기업은 ‘속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순간’이 언제인지 정확히 파악했고, 그런 상황에서 기술이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하도록 설계했다.
아마존의 경험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의 비즈니스 적용 방안을 모색할 때 기술 자체를 수정하는 것은 해답은 아닐 수 있다. 그 기술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느냐를 바꾸는 것이 진짜 해결책이 될 때가 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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