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술을 죽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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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아니 최소한 가장 빠른 기술적 격변을 지나고 있다.
AI 혁명은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의학·바이오테크·소재과학 분야의 과학적 돌파를 앞당기며, 의료와 교육 같은 핵심 산업에서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겠다고 약속한다. 최전선에 선 이들은 이미 반복 업무를 바이브 코딩으로 밀어내고 있다.
살아 있기 편한 시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부정적 전망도 분명하다. 많은 전문가가 대규모 일자리 감소, 사고력 저하, 사이버 공격 증가 등 각종 위험을 경고해왔다.
살아 남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기술 전반에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이해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제는 분명해졌다. 모든 기술이 AI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AI는 다양한 기술과 기술 제품·서비스를 죽이거나, 약화시키거나, 출시를 지연시키거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AI 산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 치명적인 반도체 부족 초래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AI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igh-Bandwidth Memory, HBM)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스마트폰, 노트북, 의료기기에 쓰이는 일반 DRAM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부족해졌다.
- 하드웨어 가격 상승 : 메모리 부족 여파로 AI와 무관한 전자제품 생산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2026년 초 기준, 업계가 소비자용 부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AI 칩을 우선 생산하면서 일반 PC용 메모리와 SSD 가격이 급등했다. 새 제품 대신 중고 노트북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흐름도 나타난다
- GPU 및 GPU 탑재 기기 출시 지연 : AI 연산 수요는 대부분 GPU에 의존한다. 이 수요가 폭증하면서 GPU 공급에 대규모 적체가 발생했고, 그래픽 처리용 기기 출시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를 연상시키는 공급난 발생 : 칩 생산이 AI 인프라로 쏠리면서 비AI 하드웨어 출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본 전력 반도체와 차량용 칩 부족은 자동차 제조사부터 가전업체까지 광범위한 산업에 영향을 준다. 코로나19 당시와 비슷한 공급 병목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스타트업 투자 흐름 왜곡 : AI 분야가 아닌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투자 자금이 사실상 AI 기업으로 쏠리면서, 비AI 창업자들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AI 우선(AI-first) 전략을 내세우거나 이른바 AI 워싱(AI washing)에 나서는 압박을 받는다.
- 연구 인력의 AI 업계 쏠림 : 대학 연구실과 기술 산업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AI 열풍이 이 균형을 흔들고 있다. 민간 AI 기업은 최고 수준의 학계 연구자와 엔지니어를 고액 연봉으로 영입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 학과와 비AI 연구실의 기반이 약화되고,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핵심 분야의 미래 인재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 비AI 기술 분야 진입 기회 축소 : 기업이 AI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다른 영역의 초급 채용을 줄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초급 직무 공고가 35% 감소했다. 경력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청년층이 비AI 기술 직군을 선택할 동기가 약해진다.
- 사이버 공격의 고도화·무기화 : 위협 행위자는 AI를 활용해 비AI 시스템을 공격한다. AI는 중급 수준의 해커도 정교한 공격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음성 복제와 가짜 신원 생성 도구는 기존 보안 프로토콜을 무력화하고, 전통적인 IT 인프라 방어 체계를 압박한다.
- 새로운 디지털 격차 확대 : 개발자와 기술 인력, 바이브 코딩 등 AI를 적극 활용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빠르게 앞서 나간다. 기술 친화적 집단과 비기술 집단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 기술 산업에 대한 대중 신뢰 약화 : AI 업계의 과도한 ‘996’ 근무 문화, 일자리 위협, 이른바 AI 슬롭, 과도한 연봉, 전력요금 급등, 신규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 부담 등이 실리콘밸리에 대한 호감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개인 데이터와 저작권 작품을 무단으로 수집해 모델을 학습시키는 문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범람하는 딥페이크와 허위정보도 불신을 키운다.
- 앱 시장 수요 붕괴 압력 : 일반 소프트웨어 시장은 바이브 코딩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용자는 리플릿(Replit), 러버블(Lovable), 커서(Cursor) 같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일회성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면서 유료 앱 구독을 해지한다. 가트너는 생성형 AI 비서에 의존하면서 모바일 앱 사용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떤 경로든 앱 개발 생태계 전반에 충격이 가해진다.
- 위협받는 ‘사실’의 미래 : AI 챗봇은 검색엔진을 링크 목록 대신 직접 답변을 제시하는 구조로 바꾸고 있다. 이는 언론사와 콘텐츠 제작자의 트래픽과 수익을 잠식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 생산을 위한 재정적 기반이 약해진다. 동시에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교육과 지식 축적에 의존하는 기술 산업의 토대가 흔들린다.
모든 이야기가 암울하다. 단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다만 AI 혁명의 장기적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수십 년간 애정을 쏟아온 비AI 기술 종사자, 기업, 프로젝트, 문화, 커뮤니티에 순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AI에 기대를 거는 이들조차 기술 생태계에 나타나는 비용과 부작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참고 : AI 활용에 대해 밝히자면, 이 글은 AI로 작성하지 않았다. 여기 적힌 문장은 모두 필자의 것이다. 다만 사실 확인을 위해 카기(Kagi) 어시스턴트를 통해 제미나이 3 프로를 사용했고(참고로 필자의 자녀가 카기에서 근무한다), 카기 검색과 구글 검색을 병행했다. 원고는 AI 기능이 포함된 워드 프로세서 ‘렉스(Lex)’로 작성했으며, 원고를 완성한 뒤에는 렉스의 문법 검사 기능을 활용해 오탈자와 표현 오류를 점검하고 일부 단어를 수정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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