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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이 보낸 일주일 “오히려 좋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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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거실에 서서 이삿짐 박스에 둘러싸인 채 고장 난 식기세척기 앞에 섰을 때, 필자에게 절실했던 것은 딱 세 가지였다. 가위, 짐을 풀 공간, 그리고 배관공. 챗GPT는 그 목록 근처에도 없었다.

가족과 함께 봄방학 대부분을 맨해튼의 새롭고 훨씬 작은 집으로 이사하며 보냈는데, 이 경험은 특정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AI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뼈저리게 일깨워줬다.

물론 구매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할 때 클로드의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딸아이의 새 방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모습을 제미나이로 미리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세간을 모두 꾸려야 하는 순간이 닥치자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챗GPT가 불릿과 이모지를 잔뜩 넣어 제안했던 가구 배치 목록도 마찬가지였다. 더 작은 공간에서 실제로 맞는 것을 찾는 데 집중하다 보니 금세 잊어버렸다.

물론 이사하는 동안 AI를 멀리하게 된 데는 단순히 접근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이사 전날 컴퓨터를 모두 끄고 분리했는데, 개인 AI 어시스턴트가 돌아가는 라즈베리 파이 서버까지 포함해서였다. 시스템이 하나씩 꺼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AI 단식이 시작됐다.

설령 컴퓨터가 포장지에 싸여 있지 않았더라도, 이삿짐 회사와 새 건물 관리팀에 연락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챗GPT나 클로드 모바일 앱을 열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AI가 별 도움이 안 되는 여정에 들어섰다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새집에서의 첫날, 딸아이와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에 가서 새 침대 시트와 이불을 샀다. 챗GPT에 이불 커버와 베갯잇 사진을 올려 비교 분석을 구했냐고? 아니다. 대신 매장 직원 실비아의 도움을 받았다. 침구 전문가인 실비아는 선택지를 하나씩 설명해주며 결국 우리가 선택할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했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AI 어시스턴트에게 “이 거실에 가구를 완벽하게 배치해줘”라고 요청하는 대신, 엘레나라는 실제 인테리어 전문가와 상담 예약을 잡았다. 엘레나는 직접 집에 찾아와 몇 시간 동안 치수를 재고 무엇을 어디에 둘 수 있는지 설명해줬다. 필자가 무슨 제안을 해도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그럴듯하게 그려내던 AI와 달리, 엘레나는 “안 된다”는 말을 할 줄 알았다. 낡은 식탁 의자는 처분해야 한다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조언했고, 맞는 말이었다.

새 주방 식기세척기에서 비눗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클로드에게 제조사와 모델 번호를 입력해 진단을 구하지 않았다. 대신 건물 관리인의 소개로 배관공 이고르를 불렀다. 밝고 유쾌한 청년인 이고르는 일찍 나타나 금세 문제를 파악하고 그 자리에서 수리를 마쳤다. 덤으로 주방 수전의 느슨한 부분도 조여주고 가스레인지의 불량 버너도 무료로 고쳐줬다.

길고 고된 한 주였지만, 동시에 뿌듯하고 상쾌한 경험이기도 했다. 사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 모두 경험이 풍부했고 자기 일을 잘 알았으며 도움이 되고 싶어 했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반대 의견도 냈다. 즉각적으로 불러낼 수 없고 15분 안에 구글 검색 350번을 대신해주지도 못했지만, 실제로 검증되는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줬다.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AI에 완전히 등을 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 AI가 스며들고 있는 현실을 영원히 외면하기도 어렵고, AI에는 분명히 쓸모 있는 영역이 있다. 실제로 지금도 이메일 정리와 뒤죽박죽인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매일 AI를 쓰고 있으며, 개인 미디어 서버 플렉스(Plex)나 자체 호스팅 서비스를 디버깅할 때는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중 하나를 가장 먼저 찾는다.

하지만 수작업이든 다른 종류의 일이든, 그 외의 많은 문제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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