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보다 빼기가 어려운 AI 시대의 제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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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였다. .doc 파일은 컴퓨팅 세계의 공용어였고, “워드 파일로 보내주세요”라는 표현은 비즈니스 용어로 자리 잡았다. 워드와의 경쟁에 패배한 경쟁 프로그램 워드퍼펙트(WordPerfect)는 결국 윈도우 환경으로의 전환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워드퍼펙트와의 경쟁은 일종의 ‘피로스의 승리’였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기능으로 워드퍼펙트를 압도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원래 제품 관리자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MS 워드는 지나치게 많은 기능이 붙어서 비대하고 다루기 어려운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함정에 빠진 셈이다.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마케팅 자료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거의 쓰지 않는 생소한 기능이 계속 추가됐고, 제품은 점점 복잡해졌다.
게다가 이 때는 새로운 기능을 사람이 직접 코딩해야 했고, 개발에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리던 시대였다. 그렇다면 이제 AI를 이용해 오후 한나절 만에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시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능 과잉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소프트웨어 제품 관리자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다음에 어떤 기능을 추가할 것인가?”다. 기능 추가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능 백로그가 쌓인다. 그리고 이 시간 덕분에 제품 관리자는 기능을 충분히 검토하고, 제품과의 적합성을 따져보고, 실제로 그 기능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백로그에 있는 항목은 제품의 고객 매력을 높일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재평가된다.
즉, 백로그의 존재 자체가 제품 관리자에게 ‘충분한 검증 시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에이전틱 AI의 등장으로, 백로그에 기능이 오래 머무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에이전틱 코딩으로 아침에 떠올린 기능을 오후에 바로 배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미 빌드 및 테스트 파이프라인으로 몇 시간 만에 버그를 수정하고 배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제 같은 속도 향상이 제품 기능에도 적용될 것이다.
제품 관리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충분히 검증된 기능 중에 무엇을 먼저 만들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이 기능을 아예 만드는 것이 맞는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유혹은 분명하다. 경쟁사가 가능한 한 많은 기능을 빠르게 추가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다시 제품을 비대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기능 과잉(featuritis)’ 혹은 ‘기능 확장(feature creep)’의 함정으로 빠진다. 유능한 제품 관리자라면 항상 경계해온 문제다.
통제되지 않은 코딩
문제는 개발자가 기능을 너무 빠르게 추가할 수 있게 되면서,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우회해 “일단 만들어버리고 보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 기능이 가치 있는지, 사용자에게 필요한지, 심지어 유용한지조차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기능이 추가될 수 있다. 보안 문제, 법적 요소,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하는 이런 절차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무시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원하는 것을 만들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무엇을 만들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된다.
기업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제품 관리자는 더 이상 제품 주기에 기능 하나를 더 넣기 위해 기업을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기능이 제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경영진이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라고 압박했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팀이 통제되지 않도록 기능 추가를 제한하려는 힘이 커질 것이다.
예전에는 추가 기능 하나를 밀어 넣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그 기능을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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