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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의 탐욕, AI 인플레이션 시대 청구서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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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는 트렌드이자, 가장 값비싼 트렌드다. AI의 시대이자, 물가 폭등의 시대다.

필자는 한때 SF 소설 속 이야기였던 AI가 이제 일상이 되고 인류에게 수많은 혜택을 약속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설레고 있다.

AI는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단백질 접힘 연구 비용을 대폭 낮추며, 인간 영상의학 전문의보다 빠르게 암을 진단한다. 거의 모든 화이트칼라 업무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수백 개 언어 간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하며, 시각 장애인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준다.

AI는 이 모든 것과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어떤 기술 낙관론도 AI가 거의 모든 것을 더 비싸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가릴 수 없다.

AI 트렌드가 소수의 부유층을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동안, 일반 대중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로 그 대가를 치른다. 부를 갖지 못한 자들에게서 가진 자들로 부가 이전되는 구조다.

AI는 자원을 먹는 기계다. 칩을 먹고, 전기를 먹으며, 물과 토지, 노동력, 건설 자재를 먹어치운다. AI의 탐욕은 공급 부족을 낳고, 공급 부족은 인플레이션을 부른다.

AI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지갑을 얇게 만드는가?

개인 기기 가격이 오른다

AI는 메모리 칩과 기타 컴퓨팅 하드웨어로 구동된다. AI 기업이 워낙 많은 칩을 구매하다 보니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킹스턴(Kingston)에 따르면 NAND 가격은 2025년 초부터 지난 12월까지 약 246% 급등했다. 유럽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가격은 불과 4개월 만에 46% 올랐다.

칩 공급 부족은 스마트폰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렸다. 한 애널리스트는 업계에 “쓰나미급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한 추산에 따르면 컴퓨터와 기기 가격은 2026년 말까지 20% 오를 전망이다.

애플 CEO 팀 쿡은 이번 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애플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인한 메모리·스토리지 칩 비용 급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쿡은 공급 충격을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라고 표현했다.

소프트웨어 가격이 오른다

탐욕 인플레이션이 소프트웨어 업계를 강타했다.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 등은 AI를 이유로 구독 가격을 인상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IT 지출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해 6조 3,1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증가분의 대부분은 AI 인프라 투자가 차지한다.

가격 책정 모델 자체도 더 복잡하고 비싸지고 있다. 시트 라이선스에 API 사용료, GPU 컴퓨팅 비용, 데이터 스토리지 비용,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줄줄이 추가된다. 예전엔 구독 하나로 끝났지만, 이제는 청구 항목만 다섯 개로 늘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지출은 13.3% 늘어나고 있으며, 대부분은 신규 구매가 아닌 기존 계약의 가격 인상분이다.

서비스 가격이 오른다

기업이 AI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면서 사용자가 구매하는 서비스 가격도 올랐다. 토큰 단가는 낮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추론 모델은 동일한 작업에 기존 모델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 많은 토큰을 소비할 수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료 인플레이션은 현재 13.2%로, 사용자 물가 상승률의 거의 5배에 달하며 증가분의 대부분은 AI 비용에서 비롯된다.

골드만삭스 에이전트형 AI가 2030년까지 토큰 소비를 24배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기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같은 흐름에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 요금이 오른다

AI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끌어쓰며 2025년 미국 주거용 전기 요금을 연평균 약 5% 끌어올렸다. 일반 물가 상승률 2.7%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인근의 도매 전력 가격은 2020년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전기 인플레이션이 2027년까지 약 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회사들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새 발전소와 송전선을 건설하고, 그 비용을 전력망에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청구한다. AI를 쓰든 쓰지 않든, AI의 전력 소비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난방비도 오른다. 가정을 따뜻하게 하는 천연가스와 동일한 자원이 데이터센터의 전력 생산을 위해 연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이 오른다

현대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다. 새로운 자동차용 칩 공급 부족이 시작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메모리 칩 가격은 2026년 70~100%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 한 대당 최대 400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른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선과 수원지 인근의 토지를 필요로 한다. 기록적인 가격에 부지를 매입하며, 주택이 들어설 수 있었던 땅을 선점한다. 텍사스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주택 건설업체가 전력망이 연결된 부지를 두고 직접 경쟁을 벌인다. 노던버지니아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장이 이미 공급이 부족한 주택 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콜럼버스, 리노,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데이터센터 토지 거래가 그 지역 산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유례없는 수준으로 지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건설되는 주택도 더 비싸지는데,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해 건설 노동자 임금이 25~30% 상승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와도 동일한 인력과 콘크리트·구리·철강을 두고 경쟁하며, 도로와 공공시설 건설 비용까지 끌어올린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른다

AI는 온갖 기업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2025년 카네기멜론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순위 및 가격 책정 시스템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반 가격 알고리즘이 이제 차량 공유, 항공권, 호텔 객실, 심지어 콘서트 티켓 가격까지 결정한다. AI를 활용해 사용자가 기꺼이 지불할 최대 금액을 추산한 뒤 그 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서지 프라이싱 또는 동적 가격책정이라고 불리지만, 결국 사용자의 지출을 늘린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2020년 미국 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Review) 논문은 AI 알고리즘이 빈곤층 프리미엄을 형성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안이 적은 사용자일수록 가격에 덜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고리즘이 학습해 저소득층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거의 언급되지 않는 또 다른 현상도 있다. 경쟁사끼리 유사한 AI 가격 책정 시스템을 도입하면, 아무런 협의 없이도 가격이 자연스럽게 높은 수준으로 오른다. 일종의 우발적 가격 담합이 발생하는 셈이다.

식료품 가격이 오른다

높은 전기 요금은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농장, 식품 가공업체, 운송 회사, 소매점 모두 AI 전력 소비로 인해 더 높은 전기 요금을 부담하고, 그 비용은 사슬을 타고 내려와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지불한다.

데이터센터는 농업용으로 쓰이던 토지도 잠식하고 있어, 일부 농장은 주요 소비지에서 더 멀리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세금도 오른다

데이터센터는 주·지방 정부에서 막대한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받는다. 현재 최소 38개 주가 데이터센터에 이런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은 일반 납세자가 메워야 한다.

텍사스는 2029년까지 33억 달러의 세수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는 루이지애나 주로부터 데이터센터 장비에 대한 20년 판매세 면제를 받았으며, 그 가치는 약 33억 달러로 추산된다. 펜실베이니아는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으로 약 20억 달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AI는 언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바꾸고 있는 것은 주로 생활비뿐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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