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가 아닌 복종 요구”…트럼프 vs. 앤트로픽의 AI 주도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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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 미토스 5는 업계의 뜨거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소문을 믿는다면, 다소 두려움을 자아낼 만한 수준이기도 했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조차 미토스가 “취약점과 침해 사고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인정했다—아니, 자랑이었을까? 하지만 그 두려움과 함께, 전례 없는 AI 역량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다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
6월 12일,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 우려와 탈옥 가능성을 이유로 수출통제권을 발동해 앤트로픽에 외국 국적자의 페이블 5·미토스 5 접근을 차단하도록 요구했다. 앤트로픽은 기술적으로 이행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뒤, 두 최신 프론티어 AI 모델의 서비스를 전 세계에서 중단했다.
참으로 AI 업체에 꼭 필요한 조치다! 오퍼스·소넷 시리즈 등 나머지 클로드 모델은 여전히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AI 시장에서 매출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가장 새롭고 강력한 모델이다.
설상가상으로—비단 앤트로픽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첨단기술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앤트로픽 직원 상당수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다. 앤트로픽 자사 개발자들조차 최신 모델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앤트로픽을 방해하려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월,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자사 모델을 미국 시민 감시 및 자율 무기 운용에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지만, 앤트로픽은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앤트로픽의 비협조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새 모델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기억해 두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AI 모델이 얼마나 위험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기술적 역량을 갖춘 인물은 없다. 필자가 최근 지적했듯이, 트럼프의 AI 행정명령은 실효성이 없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행정부 내에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도, 국제무역 담당 차관 윌리엄 키밋도 AI에 관해 아는 것이 없다. 기술 정책을 정치적 아마추어가 결정하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페이블과 미토스가 이론적으로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 CEO 앤디 재시가 트럼프 행정부에 페이블을 신뢰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WS는 파운데이션 모델용 아마존 베드록을 비롯해, 훈련·배포용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 그리고 에이전틱 AI 도구와 서비스로 구성된 자체 클라우드 AI 풀스택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마존은 중립적인 제3자가 아니라 경쟁자다.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아마존은 앤트로픽과 협력 관계도 맺고 있다. 그러나 주요 AI 기업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임에도 경쟁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갈등을 더욱 달구는 요인은 AI 기업이 정액 구독 모델을 폐기하고, 훨씬 비싼 토큰 기반 요금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 정보를 토대로 앤트로픽에 90분 안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통보했다. AI 개발이 빠르다 해도, 그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더욱이, 앤트로픽에 따르면 미 당국은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상무부가 페이블에서 “제한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탈옥”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앤트로픽은 오픈AI의 GPT-5.5 등 다른 주요 모델에서도 유사한 탈옥이 가능하다고 타당한 근거와 함께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모델들에는 유사한 수준의 수출통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AI와 보안 분야를 실제로 이해하는 전문가는 미국 상무부가 어리석게 행동하고 있다고 본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러 전문가는 공개 서한 ‘투명한 AI 사이버 보호에 관하여(On Transparent AI Cyber Protections)’에서 상무부의 지침이 방어자들에게서 최고의 모델을 빼앗고 시장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아무런 실질적 위험도 없이 미국의 AI 리더십을 위태롭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적대 세력이 빠르게 진전하는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방어자들의 역량을 제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정확히 그렇다.
보안 업체 에데라(Edera)의 공동창업자 겸 CTO 알렉스 젠라는 페이블이 보안 취약 코드 구간을 식별하는 기능이 보안 코드 작성에 신뢰할 수 있는 모든 모델의 기본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능은 GPT-5.5, 오퍼스, 소넷, 키미 2.7(Kimi 2.7)에도 존재하며, 페이블만의 고유 기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어자들에게서 페이블을 퇴출시킨다고 해서 위협 환경에서 그 기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들에게서만 기능을 제거하는 것뿐이라는 게 젠라의 지적이다.
AI 안전이나 보안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트럼프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앤트로픽을 상대로 새로운 전선을 여는 것이다. 물론 앤트로픽이 실제로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다른 기술 기업처럼 트럼프에게 순순히 누그러지지 않는 태도가 더 큰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는 앤트로픽의 사실상 최대 행보를 차단함으로써 미국 AI 기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단기적으로는 앤트로픽이 타격을 입는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주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미국 기술 기업과 거래를 꺼리게 될 이유가 생긴다.
현재 앤트로픽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어떤 안전장치 아래 모델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을지를 놓고 긴박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무부는 탈옥 문제가 해결되고 추가 통제 조치가 마련될 경우—그것이 어떤 형태든—제한적 재출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트럼프의 자존심을 달래는 문제인 만큼,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도록 내버려뒀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물어보면 된다. 결코 좋은 그림이 아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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