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은 사용자가, 수익은 AI 업체가…메모리 위기 구조는 누가 설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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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비용 인상에 대응해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결정은 사실 애플만의 일이 아니다. 애플이 올려야 한다면,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목요일 제품 전반에 걸쳐 최대 25%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리퍼브 맥과 아이패드도 포함됐으며, 일부 제품은 최대 330달러 올랐다. 아이폰은 이번 인상 대상에서 빠졌지만, 올가을 신모델 출시 시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메모리 가격 위기가 저가 스마트폰 시대의 종말을 고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인상의 시작
IDC 수석 이사 나빌라 포팔은 “프로 및 프로맥스 아이폰은 100달러, 기본형 모델은 50달러 인상을 예상했다”며 “그러나 아이패드와 맥 일부 모델 가격이 최대 300달러 오른 것을 보면, 아이폰 인상폭은 우리 예상보다 클 수 있다. 프로·프로맥스 모델은 200달러까지도 가능하다. 50달러 인상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밝혔다.
무엇이 이 모든 상황을 불러왔나. 답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AI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인프라 구축에는 방대한 양의 고대역폭 메모리가 필요하며, 수요는 제조업체가 대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애플이 타격을 입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포팔은 시리 AI 도입이 기존 사용자 다수에게 기기 교체 유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다수의 기기가 할부로 판매되는 만큼, 36개월 기준 200달러 인상이 판매에 큰 장벽이 되지 않을 수 있다. IDC는 아이폰 판매량 감소폭이 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전반이 더 큰 폭으로 위축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금이 최악이 아닐 수 있다. 주요 업체는 수급 격차가 향후 수년간 계속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은 모든 전자기기로 확산될 전망이다. 메모리, 프로세서, 저장장치를 탑재한 기기라면 무엇이든 더 비싸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주 엑스박스 가격을 최대 150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레노버도 2030년까지 높은 메모리 가격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며, 2025년 초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론, 삼성, SK하이닉스는 이 상황이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고 설명한다. 주요 고객사의 수요조차 충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세 회사 모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레노버는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충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 해소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원래 2040년으로 잡았던 생산 시설 확장 계획을 2030년으로 앞당겨, 그 시점에는 생산량을 3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조차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급 정상화, 요원하다
마이크론 CEO 산제이 메로트라는 이번 주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가늠조차 어렵다”라고 말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애플이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가격 인상에 향후 인상분까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메모리 가격은 지난 가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치솟기 시작했으며, 현재 수준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에 도달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만 최대 98% 급등했으며, 현재 분기에는 58~63%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기술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 증시는 금요일 기술주 매도세를 앞세워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 거래는 일시 중단됐는데, 이번 주만 세 번째다. 애플 주가도 다시 하락했으며,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누가 이득을 보나
메모리 대란으로 이익을 얻는 곳은 분명하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 콘솔 가격 인상을 감당하는 사이, 메모리 수요를 주도하는 기업—대규모 서버팜을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업체—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비용 부담은 사용자에게 전가되고, 수익은 AI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다.
나오미 클라인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이를 인간 지성과 창의성에 대한 수탈 행위로 규정한다. 인류의 지적 자산이 소수 기업의 수익으로 흡수되는 과정이며, 난립하는 AI 챗봇 서비스로 재포장돼 유료로 재판매된다는 시각이다.
이런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UBS그룹(UBS Group)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약 60%가 토큰 비용 부담으로 AI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저비용 및 오픈소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AI 주도 메모리 수요가 완화되더라도, 사용자 기술 제품 가격이 따라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드물었다.
500달러보다 저렴한 맥이라는 꿈이 현실로 이뤄진 듯했던 순간의 즐거움은 너무나 짧았다. 그 기대는 AI 서버팜 구축 경쟁의 파고에 꺾이고 말았다. 경쟁의 수혜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막대한 토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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