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메모리 독식하는 시대, 사용자 부담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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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RAM 부족과 가격 상승 문제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성능 AI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가속화하며 사용자 가전 산업 전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프로(GoPro)는 이미 사업 존폐 위기를 경고했으며, 이번 공급난의 규모를 두고 애널리스트는 중소 기술 기업에 “절대적인 생존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밤
문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저명한 애플 애널리스트 쿠오밍치는 수급 위기가 2027년까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쿠오는 현재 사용자 가전에 할당된 나머지 메모리 생산 능력 중 최대 20%가 내년 중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소 기업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으며, 안드로이드 시장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애플을 악당으로 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애플이 추가 메모리에 시장 가격보다 높은 요금을 부과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기술적 이유가 존재했다. 쿠퍼티노의 과거 관행을 비판하는 이들도, 앞으로 어떤 브랜드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든 더 높은 가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메모리 제조사는 사용자 시장을 희생하더라도 AI 수요를 공략할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혼란 속 수익
그 결정이 비윤리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메모리 제조사는 공급 축소가 기존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어야 했을까? 기업, 학교, 그리고 거의 모든 사용자가 디지털 주체로 살아가는 지금, PC·스마트폰·사용자 가전 가격의 대폭 인상은 사회 전 계층에 걸쳐 파장을 낳을 것이다.
사용자 가전 메모리 공급을 추가로 제한하는 결정은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며(이미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기업의 무책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 기업은 전 세계 메모리 공급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어,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각한 권력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시장 지배력
고프로의 사례는 전형적이다. 규모가 작은 업체는 자구책을 마련할 여지가 거의 없다. 애플은 협상력이 있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조차도 애플 CEO 팀 쿡이 이미 “백 년에 한 번 있을 홍수”라고 표현한 상황을 거스르는 싸움이다.
현재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진 중국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hangXin Memory Technologies)에서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애플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한다 해도, 압박이 크게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쿠오는 “팀 쿡은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를 상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술 리더이므로, 쿡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낫다”라고 썼다. 쿡은 9월 애플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전환한 이후에도 “정책 입안자들과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파트너사와 협력해 추가 반도체 공장에 공동 투자하거나 자체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건설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논의가 결실을 맺더라도 가동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존 메모리 대기업의 생산 투자는 데이터센터에 집중된 상황이다.
공급 부족은 계속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상황을 바꿀 직접적인 개입이 없는 한, 메모리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 에쿼티 리서치(Jefferies Equity Research)는 3분기에 최대 50% 상승하고, 2026년 말까지 추가로 30%~40% 오를 것으로 경고했다. 상승세는 내년까지도 이어지며, 그 무렵에야 일부 신규 생산 물량이 시장에 가세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 폭을 감안하면, 애플의 최근 제품 가격 인상과 올가을로 예고된 아이폰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메모리 가격 급등을 온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메모리 가격 인상세가 진정되면 제품 가격도 내려갈까? 역사적으로 AI 인플레이션이 역전된 사례는 드물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사이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하드웨어 비용 인상에 시달릴 것이다. 일부 중소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그 제품을 사업 전반에 도입했던 기업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하드웨어 수리가 중단되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AI가 바꾼 더 비싼 세상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지금 그 변화는 모든 것을 더 비싸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혼란 속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존재하겠지만, 대다수 정부가 재정 균형을 위해 의존하는 안정적이고 친기업적인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오늘의 상황은 2002년 DRAM 가격 담합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디지털이 모든 것에 스며든 지금, 그 결과는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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