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차단 카드 꺼내자, EU ‘기술 주권’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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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경쟁이 달아오르던 6월, 미국이 전격적으로 ‘블로킹 카드’를 꺼내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무력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미국 시민(미국 내 거주자 포함)이 앤트로픽이 막 공개한 최첨단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같은 조치가 오픈AI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 최대 기술 분야 뉴스 중 하나였다. AI 대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이 ‘블로킹 카드’를 꺼내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무력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미국 시민(미국 내 거주자 포함)이 앤트로픽이 막 공개한 최첨단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같은 조치가 오픈AI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앤트로픽에 대한 차단 조치는 6월 30일이 되어서야 해제됐다. 미국 행정부는 그 사이 앤트로픽과 협력해 “페이블5(Fable5)가 미국 정부의 방침에 부합하고 미국의 AI 리더십을 강화하는지 검토·승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오픈AI도 다음 주요 출시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프리뷰 방식으로 시작할 것임을 확인했으며, 파트너 목록은 미국 정부와 이미 공유됐다.
이 기업은 자체 마케팅의 희생양이 된 것일까? 자사 모델이 점점 더 지능적이고 잠재적으로 위험해지고 있다고 홍보해온 결과가 돌아온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한 지정학적 환경의 피해자인가? 어떤 논리로 해석하든, 최근의 조치는 디지털 주권 운동이 부상하고 있는 유럽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페이블5와 미토스5의 갑작스러운 차단이 유럽 기업에 미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모델 자체가 너무 새로웠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스페인 수석 애널리스트 페르난도 말도나도는 “여기서는 사용을 시작한 곳이 거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간접적 파급 효과는 훨씬 광범위하다. 강제적인 기술 차단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유럽의 대응 여지가 극히 좁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럽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미래의 기술 재앙으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다. 유럽 AI 연구자·애널리스트·투자자 그룹이 작성한 ‘유럽 2031(Europe 2031)’ 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보고서는 “AI의 확산 규모에 비추어, 지금은 전후 유럽 역사상 가장 야심찬 정치 의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결론짓는다. 유럽이 AI 확산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이 무관심 속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이 그룹은 최악의 경우 2031년까지 유럽이 전 세계 AI 컴퓨팅의 5%만 장악하게 되는 반면 미국은 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한다. 주권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실제 행동은 아직 미미하다.
이 같은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은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시각과 공존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와 정치학자들은 AI가 향후 권력 균형을 형성할 경제적·정치적 레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킬 스위치’ 시나리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전면 차단 ‘킬 스위치’ 옵션이 지정학적 위험의 현실적 우려로 자리 잡았다. 최근 G7 회의의 의제에도 포함됐다. 앤트로픽 사태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 토마스 레니에는 유로뉴스에 “기술은 점점 더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다. 유럽은 스스로의 조건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로이터에는 “이번 사태는 유럽이 기술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라고 전했다.
디지털ES 디지털 전환 디렉터 베아트리스 아리아스는 앤트로픽 서비스 중단이 “기술 주권에 대한 투자를 촉구해온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으며,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부각시켰다”라고 말했다. 아리아스는 이번 사태가 오늘날의 현실이 더 많은 영역에서의 대응을 요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내다봤다. 통신이나 표준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상호운용성과 지적 재산권 같은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으며, “협력과 동맹이라는 개방형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우리 자신의 역량에 더 많이 투자할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다만 엘카노 왕립연구소 기술·디지털 정책 연구원 다리오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는 우려하는 킬 스위치가 실제로 발동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기술 수출 모델이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업이 기술 분야에서 미국 외교의 강력한 수단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역할을 수행하려면 글로벌 입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앤트로픽 사태가 이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고, 동시에 기술 주권의 의미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는 것이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의 진단이다.
대규모 차단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접근을 저해하는 다른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정치학자 아멜리 페레이는 프랑스 퀼튀르 방송에서 라이선스 가격이 점진적으로 올라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능에 대한 접근이 서서히 제한될 수도 있다.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의 표현을 빌리면, 모델 접근에 대한 모라토리엄은 “시간적 비대칭”을 만들어낼 것이다. 혼란은 “우리 기술 전반을 뒷받침하는 복잡한 공급망”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수출 통제나 필수 서비스 품질 저하가 그런 경우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특정 기술 부품의 공급 자체를 차단하거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처럼 유럽이 의존하는 핵심 인프라 서비스의 품질을 서서히 낮추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은 최근 몇 년간 이 분야에서 상징적 조치와 실질적 입법 행보를 병행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럽 의회는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프랑스의 콴트(Qwant)로 교체했다. 6월 초에는 집행위원회가 AI를 포함한 ‘유럽 기술 주권 패키지(European Technology Sovereignty Package)’를 발표했다. 유럽을 “AI 대륙으로 만들고, 디지털 자율성을 강화하며, 더 지속 가능한 디지털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이며, 동시에 유럽의 기술 의존성도 인정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병원을 운영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서비스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술을 타국에 의존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유럽은 향후 5~7년 내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늘리고, AI 도입을 확대하며, 연구·혁신을 강화하고, 자체 개발 및 배포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패키지는 법제화를 위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럽은 충분히 했는가?
핵심 질문은 유럽이 지금까지 해온 것과 앞으로 계획하는 것이 충분한지다. 주권 패키지가 실효성 있는가, 아니면 구체성이 결여된 막연한 선언에 불과한가? ‘유럽 2031’ 그룹은 유럽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빈 약속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는 최신 패키지가 “기술 주권을 위험 완화로 정의하는 측면에서 좋은 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위험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기술 의존성이 강압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동맹 관계가 어느 시점에 악화될 경우” 기술 운영이 중단될 수 있으며, IT가 감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는 음모론적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통신 노드와 소프트웨어를 장악한 자는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곧 전략적 우위로 이어진다는 것이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의 진단이다. 따라서 주권은 정체성에 기반한 시각이 아니라 위험 회피의 문제다. 유럽 기술이라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집행위원회가 오늘날의 문제들(거버넌스나 전력망 디지털화 등 “AI의 주된 병목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래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자금 문제도 더해진다. 이 체스 게임에서 투자는 핵심 요소다.
디지털ES는 유럽 반도체 관련 노력 등 현재 진행 중인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리아스는 다만 더 강한 결단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 사태 같은 사건이 유럽이 기술 주권 확보에 더 과감하게 나서도록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AI 투자 계획이 주요 기업의 것보다 덜 웅장해 보일 수 있지만, 아리아스는 패배주의적 담론을 경계했다.
아리아스는 EU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으로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것은 시장의 문제이자 누가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 아리아스의 시각이다. 유럽의 규제는 결국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으며, 유럽은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투자처로서 매력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리아스는 핵심이 완전한 자율성이 아니라 균형을 찾는 데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의 100%를 스스로 생산할 필요는 없으며, 단일 공급업체나 단일 관할권에 100% 의존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기술 외교, 즉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가고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다른 규칙으로 경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리아스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유럽이 결코 가능성 낮은 선수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히려 정반대로, 유럽은 일정한 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리아스의 주장이다.
거대한 혁명
가르시아 데 비에드마는 유럽이 AI 경쟁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분야의 발전 방향에 따라 “일정한 리더십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은 자체적인 틈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그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진행 중이다. AI 분야에서는 유럽 특화 영역을 발굴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며, 앞으로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AI 문제는 매우 복잡한 현실의 일부다. 아리아스는 “AI과 양자 컴퓨팅이 제공할 컴퓨팅 파워의 수렴”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경고했다. “군사적·민간적 목적 모두에 활용될 이중 사용 기술”이 될 것이다. 더 강력한 이 도구들은 “더 탄탄한 기반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양자 표준을 협상하고, 지적 재산을 보호하며, 국가 안보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 외교가 필수적이다.”
양자 혁명은 임박했지만 아직 펼쳐지지 않았으며, 유럽은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아리아스는 유럽이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고 강조하며 양자 역량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부각했다. 클라우드와 AI 시대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아리아스의 진단이다. EU는 빠르게 움직이며 국가별로 포지셔닝할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고 아리아스는 덧붙였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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