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넷 잭슨의 노래가 9년간 노트북을 먹통으로 만든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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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려운 도시 괴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자 블로거인 레이먼드 첸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첸은 기술 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세부 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 업계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첸은 한 동료에게서 들은 흥미로운 사연을 소개했다. 이 동료는 과거 윈도우 XP팀에서 일하던 당시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다. 노트북 스피커로 자넷 잭슨의 ‘리듬 네이션’을 재생하면 노트북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근처에 있던 다른 노트북까지도 함께 다운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변수를 하나씩 제거하며 문제를 분석했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의 원인은 다름 아닌 ‘소리’였다.
그 당시 노트북에는 오늘날처럼 SSD가 탑재돼지 않았다. 5,400rpm 속도의 HDD를 사용했으며, 이 하드디스크는 액추에이터, 전자기 헤드, 플래터 등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우연히도 ‘리듬 네이션’은 이 구성 요소 중 최소 하나의 공진 주파수와 일치하는 소리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 공진이 하드디스크에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자기 헤드를 플래터에 부딪히게 할 정도의 진동은 아니었지만, 데이터 읽기 오류가 반복되면서 결국 OS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공진 주파수는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 단순한 물리 현상이다. 유리잔을 두드리면 울림이 생기는데, 같은 소리를 다시 들려주면 유리잔이 공명하며 진동하고, 심한 경우 깨질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과학관(Exploratorium)에는 한때 체인에 매달린 금속 덩어리가 전시돼 있었는데, 방문객은 줄에 매달린 조그마한 막대 자석으로 이 금속을 움직여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타이밍을 맞춰 약하게 당기기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금속이 실제로 흔들렸다. 이는 타코마 다리(Tacoma Narrows Bridge)가 무너진 원리와 유사하다. 아주 작은 진동이라도 특정 주파수에서 반복되면 진동이 점점 커지며, 결국 구조물을 무너뜨릴 수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이런 현상이 ‘리듬 네이션’을 재생할 때 발생한 것이다. 첸과 함께 일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 데이브 플러머도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플러머는 노래에 포함된 특정한 소리가 웨스턴디지털 하드디스크 플래터의 공진 주파수와 정확하게 일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플러머는 동일한 문제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그 이유에 대해 첸은 플러머가 노트북용이 아닌 외장형 5,400rpm 하드디스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드디스크 종류가 달랐던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기술적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이다. 플러머의 설명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문제의 주파수 대역을 걸러내기 위한 ‘노치 필터(notch filter)’를 적용했다. 특정 주파수만 정밀하게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는 필터다. 이 때문에 수년 동안 노트북으로 ‘리듬 네이션’을 재생하면 사용자도 모르게 노트북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극히 좁은 오디오 주파수 대역이 잘려 나갔다.
최근 첸은 “그 노치 필터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적용돼 있었을까?”라며 후속 이야기를 이었다.
해당 노치 필터는 윈도우 XP가 출시된 2001년부터 윈도우 7이 나온 2009년까지 유지됐다. 첸에 따르면, 한 PC 제조업체는 자넷 잭슨의 노래가 노트북을 다운시킨다는 사실에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노치 필터를 포함한 모든 오디오 처리 객체(Audio Processing Objects(APO)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규칙을 도입하려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노치 필터를 쉽게 제거할 수 없었다.
블로그 게시물에서 첸은 “해당 업체는 APO를 비활성화할 경우 컴퓨터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예외 적용을 요청했다. ‘이 APO를 끄게 되면 저음이 더 풍부해진다’라는 말이 퍼지게 되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더 강한 베이스 음을 원한다. 결국 설정을 해제하고 한동안은 더 풍부한 저음을 즐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되거나, 심할 경우 잘못된 결과를 출력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예외 적용이 승인되면서 모든 APO가 비활성화되더라도 노치 필터만은 계속 적용되도록 허용됐던 것이다.
물론 오늘날 대부분 노트북은 진동에 영향을 받는 기계식 부품이 없는 SSD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SSD의 소재에 공진 주파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SSD 역시 고유의 공진 주파수를 갖고 있지만, 이 주파수가 가청 음역의 소리로 자극될 수 있다는 증거나 이를 통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
어쩐지 조금은 아쉬운 일이다. 만약 ‘아기 상어’가 노트북을 먹통으로 만들었더라면 세상은 꽤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미안, 이제부터는 아빠 음악만 들어야겠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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