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Feed

“모든 것은 홀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주커버그의 비전에 누가 동의하랴

컨텐츠 정보

  • 조회 587

본문

최근 마크 주커버그는 미국의 코미디언 테오 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디스 패스트 위켄드(This Past Weekend)’에 출연해 “모든 것이 점점 홀로그램으로 전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홀로그램은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된 3차원 이미지로, 입체감과 깊이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실제 사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주커버그는 물리적 물건 대부분이 결국 쓸모없어지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안경을 통해 보는 홀로그램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커버그는 책, 보드게임, 탁구대, 심지어 스마트폰까지도 현실의 실물 대신 가상 공간에서 구현된 디지털 형태로 사용하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4년 안에 10억~20억 명에 달하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AR 안경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커버그의 전망에는 한 가지 잠재적 문제가 있다. 바로 ‘대중이 물리적 사물을 홀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싶어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소비자들이 홀로그램 기반 대체물에 열광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2024년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는 애플의 첫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로, 디지털 객체 및 경험과의 상호작용 방식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 이 기기를 사용하면 앱 속 3D 오브젝트를 눈앞으로 끌어내 다양한 각도에서 실제처럼 관찰할 수 있다. 즉, 실제 체스판 같은 물리적 사물을 홀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의 체스판이 사용자의 실제 테이블 위에 고정된 형태로 나타나고, 제스처와 시선으로 조작할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가상 체스판 위에서 말을 옮기고, 맞은편에 앉은 가상의 상대와 게임을 즐기는 일도 현실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초대형 4K TV, 대형 컴퓨터 모니터, 탁구대, 화이트보드, 보드게임 등 다양한 물리적 사물을 가상으로 대체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3,499달러(한국 출시가 499만 원)라는 가격은 이 모든 실제 제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소비자는 이 고급 헤드셋이 그만한 가치를 한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비교는 다음 3가지 이유로 완전히 공정하다고 보긴 어렵다. 첫째, 애플 비전 프로는 TV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한 번에 한 사람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네트워크 효과의 한계도 있다. 체스나 보드게임은 기기 없이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지만, 애플 비전 프로에서는 상대방도 같은 기기를 가지고 있어야만 대전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셋째, 주커버그가 말하는 미래는 거대하고 무거운 기기가 아닌 일상에서 쓰는 가벼운 안경 형태의 AR 기기를 통해 홀로그램이 구현되는 세상이다. 애플 비전 프로처럼 부피가 크고 착용감이 떨어지는 기기와는 다른 방향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정반대다. 가장 인기 있는 소비자 전자제품 중 100%는 홀로그램 기반이 아니며, 반대로 홀로그램 기술을 탑재한 제품 100%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홀로그램 기술의 현주소

현재 여러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홀로그램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포함된다.

  • 루킹 글래스 팩토리(Looking Glass Factory)는 접이식 휴대폰처럼 접히는 포켓 사이즈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인 ‘루킹 글래스 고(Looking Glass Go)’를 판매 중이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일반 디지털 사진을 3D 홀로그램으로 변환해 고 디스플레이에 띄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홀로커넥트(Holloconnects)는 ‘홀로박스(Holobox)’와 ‘홀로그리드(Hologrid)’라는 2가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에 설치하는 상호작용형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소비자가 제품을 3D로 살펴보거나 가상으로 옷을 입어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일부 도입 사례에서는 AI 어시스턴트를 홀로그램 형태로 구현하는 경우도 있다.
  • 프로토(Proto)는 ‘프로토 에픽(Proto Epic)’이라는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 제품을 판매한다. 이 제품은 실물 크기의 사람을 실시간 3D 영상으로 구현하는 대형 홀로그램 부스다. 주로 원격 회의, 공연, 이벤트 등에 활용되며, 사용자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프로토의 부스는 미국과 유럽의 공항, 컨퍼런스 센터, 소매 매장 등에서 활용된다.
  • 레아(Leia)는 ‘레아 루미 패드 2(Leia Lume Pad 2)’를 판매한다. 이 제품은 안경 없이도 3D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태블릿 형태의 기기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휴대용 3D 시각화가 필요한 크리에이터, 교육자, 전문가가 주요 타깃이다.
  • z스페이스(zSpace)는 홀로그램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용 스테레오 디스플레이, 위치 추적이 가능한 특수 안경,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스타일러스를 활용해 현실감 있는 3D 시각화 환경을 구현한다. 사용자는 디지털 객체를 실제 사물처럼 조작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3D 모델을 회전시키고, 잡고, 자르고, 탐색할 수 있다. 주요 타깃은 제조, 건축, 엔지니어링, 의료, 연구 분야다.
  • 하이퍼비전(Hypervsn)은 안경 없이도 고해상도 입체 영상을 공중에 띄우는 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위한 모듈형 확장 시스템 ‘스마트V 월(SmartV Wall)’, 상호작용형 3D 시각화를 위한 ‘스마트V 솔로(SmartV Solo)’, 그리고 ‘홀로그램 휴먼(Holographic Human)’, ‘스마트V 슬롯(SmartV Slots)’ 같은 특화 솔루션이 있다. 하이퍼비전의 디스플레이는 광고, 이벤트, 소매 매장 등에서 널리 활용된다.
  • 라이트 필드 랩(Light Field Lab)은 ‘솔리드라이트(SolidLight)’라는 제품을 판매한다. 이 기기는 모듈형 직접 발광 패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밀도 빛의 파면을 특정 지점으로 수렴시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홀로그램 객체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실제 이미지(real image)’, 즉 정확한 시차 효과, 반사, 굴절까지 구현된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든다. 솔리드라이트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및 테마 콘텐츠, 공공 공간의 디지털 사이니지 및 광고, 리테일 및 기업 공간의 가상 안내 서비스와 제품 쇼케이스, 대형 공연 및 영화관 상영 환경 등에서 활용된다.
  • 복손 포토닉스(Voxon Photonics)가 개발한 첨단 볼류메트릭(volumetric) 디스플레이 VX2 및 VX2-XL은 수백만 개의 광점을 실시간으로 조합해 상호작용 가능한 3D 홀로그램을 생성한다. 이 디스플레이는 안경이나 헤드셋 없이도 360도 어느 방향에서나 입체 영상을 관찰할 수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하며, 박물관, 교육, 엔터테인먼트, 기업 공간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환경에 적합하다.
  • 리얼픽션(Realfiction)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및 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으로, 드리모크(Dreamoc)와 딥프레임(DeepFrame) 같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방향성 픽셀 기술(Directional Pixel Technology, DPT)은 안경 없이도 2D 및 3D 영상을 다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해주며, 여러 명의 관람자가 동시에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리얼픽션의 ‘에코(ECHO)’라는 기술은 리테일, 전시회, 자동차, 협업 환경 등에서 안경 없이 다수 사용자에게 몰입감 있는 3D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언급한 제품의 공통점은 실제로 출시돼 이미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들 중 어느 것도 들어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홀로그램 기반 제품과 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여전히 신기한 볼거리나 마케팅용 소품, 일회성 체험 콘텐츠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커버그가 말하는 미래는 기업을 위한 소매 마케팅용 제품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누구나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는 AR 글래스를 통해 전달되는 홀로그램 콘텐츠 생태계다. 이것은 기존의 홀로그램 기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결정적인 질문, “가짜가 진짜보다 나은가?”

홀로그램 기술이 점점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다수가 종이책이나 전자책 리더기 대신 홀로그램 형태의 책을 선호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우리 주변의 다른 사물을 예로 들더라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주커버그의 의도와 예측 능력 모두에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주커버그는 소셜 네트워크의 미래가 ‘사람과 AI가 어울리는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지난 4월에는 드와르케시 파텔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사람은 현재보다 더 많은 연결, 더 깊은 유대감을 원한다”라며, 이 공백을 AI 챗봇 같은 ‘가상 친구’가 메워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AI와 친구를 맺는 것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향후에는 사회적으로도 받아들여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메타는 이미 다양한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AI 기반 영상 아바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전반에서 DM으로 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AI 채팅 아바타, 사용자 맞춤형 AI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는 AI 스튜디오(AI Studio) 플랫폼, 사진을 기반으로 디지털 아바타를 생성하는 이매진 미(Imagine Me), 프로필 사진, 소개글, 콘텐츠 공유 기능까지 갖춘 ‘인간처럼 보이는’ 생성형 AI 계정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주커버그가 그리는 미래는 이미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연장선에 가깝다. 주커버그가 상상하는 세상은 가짜 친구와 어울리고, 가짜 환경에 살며, 가짜 물건을 사용하고, 가짜 책을 읽고, 가짜 체스 게임을 즐기는 세계다. 현실을 외면하고 ‘파란 약’을 삼킨 채 매트릭스에 접속하는 삶을 지향하는 듯하다.

이런 미래에서 사람은 더 이상 OTT 플랫폼이나 영화관에 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지도 않으며, 카페나 술집 같은 사교 공간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메타에 돈을 내고 이 모든 경험의 홀로그램 버전을 이용하게 된다.

주커버그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홀로그램 혁명이 오히려 ‘가짜’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 대중이 ‘진짜’를 더 소중히 여기고 선호하게 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필자는 AR 글래스가 모든 사람을 AI와 연결해 삶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가상 사물이 현실을 대체하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AR은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Member R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