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잃어버린 ‘아이 컨택’을 되살리는 기술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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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쳐야 한다. 눈을 마주치면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며, 상대를 정직하게 대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감정을 갖게 만든다. 눈을 마주치면 서로의 뇌에서는 비슷한 방식의 활동이 나타나는데, 이는 유대감 형성과 상호 이해를 돕는다. 대화 중 집중력을 높이고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뇌 영상을 보면 아이 컨택은 상대의 감정과 의도를 읽는 데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대표적으로 방추이랑(fusiform gyrus), 내측 전전두엽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편도체(amygdala) 등이 해당한다. 이런 뇌 부위는 타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업무 관계와 비즈니스 협업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150여 년 전만 해도 모든 비즈니스 회의와 직장 내 대화는 대면으로 이뤄졌다. 이후 사무실에 전화가 등장했고, 1990년대에는 이메일이 급속히 확산했다. 2003년 스카이프로 화상통화가 생겼으며, 2011년에는 줌이 등장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업무 환경을 거의 전면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시켰을 때, 그 중심에 줌이 있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대부분 비즈니스 미팅은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 컨택의 관점에서 보면 화상회의는 전통적인 전화 통화보다 나아 보여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줌과 같은 화상회의에서는 진정한 아이 컨택이 불가능하다. 카메라가 화면 위나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화면 속 상대의 얼굴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눈을 맞추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카메라를 바라보면, 상대방의 얼굴이나 반응을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서로 집중하고 있더라도, 화면 속 모습은 항상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어색할 뿐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전화 통화에서는 상대가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화상 통화에서는 눈에 보이는 정보가 “집중하지 않는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실제로 집중하고 있어도 화면 속 모습은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정직성, 신뢰, 유대감, 집중력, 기억력 등 아이 컨택이 주던 다양한 이점을 조금씩 잃었다.
그러나 기술이 빼앗아간 것을, 다시 기술이 되찾아주려 하고 있다.
아이 컨택을 위한 HP의 ‘디멘션’
원격 아이 컨택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은 최근 두 방향에서 크게 진전을 이뤘다. 첫 번째는 HP와 구글의 협업에서 나왔다.
HP는 이번 주 열린 인포컴 2025(InfoComm 2025)에서 ‘HP 디멘션(Dimension)’ 시스템을 공개하며, 구글의 빔(Beam) 기술(과거의 프로젝트 스타라인)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HP 디멘션 시스템의 가격은 2만 5,000달러(약 3,4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구글의 빔 서비스는 별도 요금이 부과되며,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디멘션은 구글 빔의 AI 비디오 모델을 기반으로 6개의 카메라, 공간 음향 시스템, 적응형 조명을 활용해 일반 영상 통화를 마치 3D 회의처럼 구현한다. 65인치 디스플레이는 실제 사람과 흡사한 실물 크기, 색상, 깊이로 화면을 표시하며,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추적하고 초당 60프레임의 속도로 영상을 출력한다. 이 덕분에 진짜 눈을 마주치는 듯한 시선 교환은 물론, 미묘한 표정 변화 같은 작은 단서까지 포착 가능해 회의가 훨씬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행사에서 사용자들은 “화면 속 사물에 손을 뻗으면 실제로 잡힐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 있다”라고 표현했다.
구글은 빔(Beam)을 위한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이 기능이 적용되면 각기 다른 언어로 대화하더라도 음성과 어조를 유지한 채 실시간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은 다이버시파이드(Diversified), AVI-SPL 등 협력사와 함께 빔 기술의 기업 도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딜로이트, 세일즈포스, 시타델(Citadel), NEC, 해컨색 메리디안 헬스(Hackensack Meridian Health), 듀오링고, 리크루트(Recruit)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도입을 계획 중이다.
“2만 5,000달러라고?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가성비 좋은 투자”로 평가될 수 있다. 단 한 가지 조건, 이 기술이 제공하는 현실감과 아이 컨택 효과가 고비용 출장의 대체제로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몇 달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정말 비정상적인 건 따로 있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단지 회의를 위해 직원과 임원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데 막대한 출장비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간단한 계산만 해봐도 수치는 설득력 있다. 자국 내 출장 1회에 드는 평균 비용을 354달러, 해외 출장을 2,600달러로 보수적으로 추산하고 출장의 절반이 국내, 절반이 해외라고 가정하면, 단 17회의 출장만으로 디멘션 시스템 가격인 2만 5,000달러에 도달한다.
이렇게 따져보면 소규모 기업이라도 HP 디멘션 도입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으며, 출장이 잦은 직원 개개인에게 한 대씩 지급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조건이 있다. 회의에 참석하는 양쪽 모두가 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더 저렴한 대안도 존재한다.
애플 비전 프로의 개선된 페르소나
최근 개최된 WWDC 2025에서 애플은 비전OS 26(VisionOS 26)을 발표하며,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용 페르소나(Personas)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페르소나는 페이스타임 통화나 가상 회의 중에 등장하는 3D 아바타로,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 비전 프로에서의 얼굴 기반 영상 통화의 현실감이 크게 향상됐다.
초기 버전의 페르소나는 구멍 난 뒤통수, 볼륨 없는 머리카락, 뻣뻣한 동작 등 어색한 모습으로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 이후 페르소나는 모습이 한층 더 정교하고 표정도 풍부해졌다. 사용자가 웃거나 미소 지을 때 치아, 볼, 눈썹 등이 더욱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이전의 딱딱했던 표현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이런 진전을 “업계 최고 수준의 볼류메트릭 렌더링과 머신러닝 기술”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페르소나를 생성하는 과정은 여전히 애플 비전 프로의 카메라로 사용자의 얼굴을 3D 스캔하는 방식이다. 캡처 방식은 동일하지만, 결과물의 품질은 훨씬 향상됐다.
애플에 따르면, 비전OS 26의 페르소나는 더 깊이 있는 연결감을 형성하도록 설계됐다. 애플 비전 프로 기기를 모두 착용한 사용자라면 페이스타임 통화를 할 때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컨택’이 가능하는 점이다. 통화 중 페르소나로 참여할 수 있는 사용자는 최대 5명이며, 비전 프로를 사용하지 않거나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은 참가자는 기존의 2D 타일 방식으로 표시된다.
애플 비전 프로는 3,500달러로 HP 디멘션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여전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계산대로라면 평균적인 해외 출장 한 번과 국내 출장 두세 번만 대체하면 비전 프로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저렴한 대안도 있다.
저비용 아이 컨택 솔루션
아이컨택 카메라 프로(iContact Camera Pro)는 아이 컨택에 관한 물리적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4K 웹캠이다. 수축식 암이 달려 있어 카메라를 사용자의 시선 라인에 정확히 위치시킬 수 있으며, 상대방의 눈 사이 또는 눈높이에 맞춰 카메라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화면 속 상대를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진정한 아이 컨택이 가능하다. 아이컨택 카메라 프로는 실시간 영상·음성 설정 조절 기능을 제공하며, 크기가 작고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 USB-C 연결로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고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미트 등 주요 화상 플랫폼과 호환된다.
센터캠(Center Cam)도 또 다른 대안이다. 화면 한가운데에 매달 수 있는 소형 HD 웹캠으로, 눈과 눈을 맞추는 위치에 카메라를 배치해 영상 통화를 실제 대화처럼 느끼게 해준다.
플렉시캠(PlexiCam)도 대표적이다. 투명하고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 마운트로, 기존에 사용하던 웹캠을 화면 한가운데에 부착할 수 있어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응시할 수 있다. 화면 위 원하는 위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최신 버전인 플렉시캠 매그2(PlexiCam Mag2)는 자석 기반 구조를 채택해 설치 유연성을 더욱 높였다.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아이 컨택
마지막으로 소개할 대안은 카사블랑카 AI(Casablanca AI)다. 이 소프트웨어는 영상 통화 중 사용자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보정해 실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는 눈맞춤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AI와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을 활용해 눈동자와 머리 각도를 조정하면서 표정과 제스처는 자연스럽게 유지한다. 하드웨어 없이도 시선 교정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카사블랑카 AI는 윈도우와 애플 실리콘 기반 맥에서 구동되며, 화면에서 시선을 돌릴 경우 강제로 아이 컨택을 유지하지 않고 실제로 대면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한다. 가격은 월 7달러, 연간 20달러, 영구 라이선스는 200달러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도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아이 컨택은 본질적으로 쌍방향이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내려면 회의에 참여한 양측 모두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원격 아이 컨택의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더 정교해지고, 더 널리 쓰이게 될 것이다. 이 기술이 비즈니스 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가장 고가의 솔루션조차 ‘눈 깜짝할 사이’에 투자 비용을 회수하게 될 것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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