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결정” H-1B 비자 수수료에 미국 IT 기업 채용 전략 재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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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위한 H-1B 비자 발급 시 10만 달러의 수수료 납부 요건이 신설되면서 미국 IT 산업은 매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됐다. 또한 이 때문에 인도, 동유럽, 중남미 등으로 기술 혁신 거점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모든 신규 H-1B 비자 청원에 대해 노동자 1명당 10만 달러의 수수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대통령령 개정을 발표했다. 이 수수료는 신규 청원에만 적용되며, 비자 갱신이나 기존 비자 보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이 기술, 엔지니어링, 금융 등 전문 직종의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이민 비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8만 5,000명의 고급 전문 인력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10만 달러 수수료, 미국 IT 산업에 큰 부담
전문가들은 이 수수료로 인해 2025년 말부터 2026년까지 H-1B 인재 확보에 드는 비용이 급증하면서, 미국 기업이 국경을 넘는 인재 활용뿐 아니라 일부 프로젝트 자체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수수료는 기존 기본 수수료(215~780달러)의 130배를 넘으며, 전체 신청 비용의 95% 이상을 차지해 기존 수수료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웃소싱 플랫폼 디자인러시(DesignRush)의 총괄 책임자 지안루카 페루자는 “기술 기업에는 단순한 추가 수수료가 아니라 제품 개발, 채용, 혁신 등에 투입될 수십억 달러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H-1B 비자 승인 건 중 약 60~7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 등 IT 직군에 집중됐으며, 이번 수수료는 기술 산업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러시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신규 수수료는 기술 인력 채용에만 연간 약 55억 달러에 달하며, 추첨 단계에서 탈락한 등록 건에 대한 비용 1억 달러는 제외한 수치다. 보고서는 이번 H-1B 수수료가 미국 기술 업계의 채용 계획은 물론 전체 인재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며, 글로벌 고용 허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루자는 “대기업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채용 전략 흔들리다
미국 내 모든 기술 기업은 규모와 관계없이 채용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며, 고용 대행(Employer of Record, EOR),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usiness Process Outsourcing, BPO), 하이브리드 허브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디자인러시나 아틀라스(Atlas) 같은 EOR 업체는 노동자를 고용해 다른 기업을 대신해 인력을 운용하는 서드파티다.
페루자는 “지난 25년간 미국 기술 산업은 H-1B 비자를 통해 인재를 수입해왔지만, 10만 달러의 새 수수료가 생기면서 이제 모든 미국 기술 기업이 인재 확보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라며, “이번 변화는 단순한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채용과 혁신에 투입됐을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흐르게 만든다. 대기업은 이를 흡수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한 핵심 인재를 잃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기술 거점 설립에 나섰고, 스타트업과 성장 기업은 EOR 서비스를 통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분산형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페루자는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이민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글로벌 팀을 구성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EOR은 전 세계적으로 기본 옵션이 될 전망이며, 일하는 장소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IT 컨설팅 기업 잔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의 CEO 빅터 야눌라티스는 10만 달러 수수료가 두 가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째는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인재 수를 줄이는 것이며, 둘째는 H-1B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인력을 대체해온 인도 타타 컨설팅 서비스(Tata Consulting Services) 같은 아웃소싱 업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야눌라티스는 “왜 미국 국적자가 미국 대학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없는가”라고 지적하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노동시장에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OR 업체 아틀라스의 CEO 짐 맥코이는 H-1B 변경으로 미국 기업이 글로벌 분산형 인력 모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맥코이는 “이로 인해 기업은 분산형 또는 하이브리드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재 유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 및 복지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노동부는 H-1B 근로자에게 해당 직무와 지역에 따라 ‘적정 임금(prevailing wage)’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임금은 직무 유형, 경력 수준, 지역에 따라 달라지며, 많은 경우 10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인재 이동으로 인도와 신흥 시장에도 영향
일부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이번 H-1B 비자 수수료 신설을 자국 경제에 유리한 기회로 보고 있으며, 고급 인재와 투자 유입이 본국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인도가 고급 인력을 대규모로 수용할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파리 소재 에섹 경영대학원(ESSEC Business School)의 스리비드야 잔디얄라 부교수는 H-1B 신청 수수료 인상으로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혼란과 불안이 확산됐으며, 이들을 고용한 기업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잔디얄라는 “수년간 주요 IT,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 기업이 시장을 다변화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핵심 수출 시장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며, 이어 “미국 기업이 인도에 글로벌 역량 센터나 기타 서비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면, 이런 거점이 서비스 산업의 관세 상승을 어느 정도 완충해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맥코이는 특히 스타트업과 대형 IT 기업이 채용 전략을 즉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장기적 관점의 계획이 필수이며, 단기·장기 인재 확보 전략 수립, 커뮤니케이션 방식 재고, 혁신 지원을 위한 학습 도구 활용, 본사 중심 구조에서 접근성 높은 지역 허브로의 이동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맥코이는 “이번 조치로 비자 없이 채용할 수 있는 인재를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 동시에 기업은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채용 전략을 본격 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자사의 고객 기업에 규제, 시장 상황, 지역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총고용비용을 면밀히 평가해, 실시간으로 채용 및 보상 전략을 조정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J. 골드 어소시에이츠(J. Gold Associates)의 대표 애널리스트 잭 골드는 이번 H-1B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미국이 자초한 최악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폐지하려는 목적에서 이 정책을 추진한다고 보인다. 이 방안이 통과되고 기술 기업이 실제로 채용을 줄인다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이 H-1B 비자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는 모든 기술 직무를 채울 만큼의 숙련 인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H-1B 제한은 미국 기술 산업에 제품 출시 지연, 고객 지원 약화, 외국 경쟁사 대비 경쟁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업무가 해외로 이전돼 정책의 본래 목적과 정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는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국 내 STEM 교육을 강화해 더 많은 미국인이 첨단 기술 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정책은 그 반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고, 기업들은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적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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