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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의 죽음” 기초 연구 예산 삭감으로 흔들리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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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과학소설 작가이자 과학 저술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미국에는 무지 숭배가 있고, 그런 경향은 늘 존재해왔다. 반지성주의의 흐름은 미국 정치·문화 생활을 관통하는 한 줄기 상수였고, 민주주의는 ‘내 무지가 당신의 지식만큼이나 훌륭하다’는 잘못된 생각에 의해 길러졌다”라고 썼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절반도 몰랐던 셈이다.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권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미국 연방 과학·기술 연구 자금을 공격적으로 삭감해 왔다. 최근 그런 삭감 가운데 하나가 필자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더드 우주비행센터가 폐쇄됐고, 일부 자료는 보관하겠지만 최소 85%는 폐기한다고 한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고더드에서 기술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더 나아가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요컨대 기술 전문 기자 경력은 고더드에서 시작했다. 고더드에 있는 동안 우주 개척을 이끈 엔지니어와 과학자도 알게 됐다. 고더드 폐쇄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연구 도서관을 폐쇄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묻고 싶다. 연구 도서관은 돈이 많이 드는 시설도 아니며, 이런 도서관에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답은 분명하다. 과학, 지식, 지혜, 전문성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행정부가 그런 결정을 내린다.

고더드 도서관 폐쇄는 이 도서관을 이용하던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더 심각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NASA 자체도 예산 삭감 압박을 받고 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우주비행사로 우주왕복선 임무를 5차례 수행한 존 그런스펠드는 “미국은 사실상 모든 과학 분야에서 리더십을 잃고 있다. NASA 과학 예산안은 미국 과학 리더십에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의미를 잃을 정도로 예산이 깎인 것은 NASA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행정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보조금 심사를 중단했고, 2025년 6월까지 95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약 2,100건을 취소했다.

동시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에 대한 연방 지원을 후퇴시켰고, 예방접종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같은 전문가 자문단을 해촉한 뒤, 반백신 성향의 예스맨으로 채웠다.

전 FDA 백신 담당자인 피터 마크 박사는 케네디 주니어에게 사실상 축출된 뒤 제출한 사임 서한에서 “장관은 진실과 투명성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장관이 원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와 거짓말에 대한 무비판적 동조”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6 회계연도 ‘스키니 예산’은 대규모 감축을 요구했고, NIH에서 거의 40%(180억 달러), 국립과학재단(NSF)에서 57%(51억 달러), 에너지부(DoE) 과학국(Office of Science)에서 14%를 줄이는 안을 포함했다.

전체적으로 예산안은 기초연구를 34%, 응용연구를 38% 삭감하고, “초점 없는” 연방 투자를 줄이는 대신 민간 부문과의 정렬을 우선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예산 삭감이 혁신 손실로 이어져 10년 동안 미국 국내총생산을 최대 1조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 정부의 과학 연구는 오늘날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첨단기술 세계를 사실상 떠받쳐 왔다. 예를 들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고 있고, 인터넷은 1969년 국방부(DoD)의 네트워킹 실험인 아르파넷(ARPANET)에서 성장했다.

우버에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는 상황이라면, 우버 운전자는 국방부가 후원한 군사용 항법 시스템에서 출발한 GPS를 활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나 독감의 심각한 증상을 피했다면, mRNA 같은 백신 기술의 기초과학과 초기 단계 연구를 지원한 정부 연구소와 보조금에 감사할 이유가 있다.

심지어 모두가 열광하는 AI도 1980~1990년대 신경망 연구와 강화학습에 대한 지속적인 공공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더 최근에는 NSF가 주도한 국가 AI 연구소(National AI Research Institutes)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AI 넥스트(AI Next)’ 캠페인이 전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자가 더 좋든 나쁘든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기 전부터 AI를 떠받쳤다.

우리는 국가 차원의 연구 자금이 필요하다. 진짜 지식과 전문성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진짜 지식과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미국 연방 차원의 연구 자금과 전문성 존중이 없다면, 미래로 향하는 걸음은 눈먼 채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자 존 홀드런은 “과학에 대한 공격은 정보, 사실, 독립적 분석에 대한 더 큰 공격의 한 구성 요소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승인한 반백신 선동 탓에 홍역이 재출현하는 등 전염병이 증가할 수도 있다. 빠르게 진화하고 확산하며 형태를 바꾸는 AI 기술의 속도를 외면하는 일은 수많은 산업과 노동자를 뒤흔드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깊이 있는 분석 지식을 잃을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전문성과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무지에 기반한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무지에 기반한 미래는 누구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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