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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AI 도입의 냉혹할 만큼 불평등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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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깁슨의 말을 빌리자면, AI의 미래는 이미 도착했다. 다만 아직 고르게 퍼지지는 않았다.

지난 주 런던에서 필자는 기업 AI를 두고 상반된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잘 알려진 AI 도입 서사를 단번에 무너뜨릴 만큼 대비가 컸다. 첫 번째는 대형 헤지펀드의 엔지니어링 총괄 책임자와의 대화였다. 그는 엔지니어링 부서가 이미 수많은 에이전트를 실제 운영 환경에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작성하는 모든 코드를 LLM이 만든다고도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저연차 채용 인력에게는 코드 작성을 위한 LLM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반면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대형 소매금융 회사의 데이터 엔지니어는 정반대의 현실을 들려줬다. 그의 조직에는 에이전트가 전혀 없고, LLM 활용도도 드물다는 것이다. 은행 내 다른 부서는 AI 도입 속도가 더 빠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가 속한 부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한 회사는 AI를 이해하고 다른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신기술 도입 곡선이 얼마나 크게 갈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AI는 이를 운영에 흡수할 수 있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 사이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최근의 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맥킨지에 따르면, 응답자의 88%는 자사 조직이 최소 1개 이상의 업무 기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AI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고 답한 비율은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에이전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기업 내 어디에선가 에이전틱 AI 시스템을 확장 적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였고, 39%는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개별 기능 단위로 보면 에이전트를 확장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어느 영역에서도 10%를 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폭넓은 사용과 조직 차원의 깊은 변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요약하면 아직 AI를 정리하고 체계화할 시간은 충분하다. 뒤처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증가하는 엔지니어링 수요

필자는 종종 “금융권은 신중하다”거나 “규제가 강한 산업은 뒤처져 있다”, 혹은 “모두가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는 식의 말을 듣는다. 하지만 어느 쪽도 완전히 사실은 아니다.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금융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어떤 팀은 빠르게 움직이고 다른 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2026년 기업 AI 조사도 다른 각도에서 같은 점을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AI 파일럿 프로젝트의 40% 이상을 실제 프로덕션 환경으로 옮겼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AI를 통해 비즈니스를 완전히 전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였지만, 이는 실제보다 기대가 반영된 수치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37%는 핵심 프로세스 변화 없이 표면적인 수준에서만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대한 파도처럼 일제히 밀려오는 변화라기보다, 조직마다 제각각 진행하는 혼란스러운 실험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결국 이 지점에서 “AI가 소프트웨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주장도 다시 봐야 한다. AI 코딩 도구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생산 비용을 낮춘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그 낮아진 비용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다.

클라우드 콘텐츠 관리 기업 박스(Box)의 CEO 애런 레비는 최근 이런 현상을 설명하며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를 언급했다. 어떤 역량이 더 저렴하고 쉽게 소비될수록 수요는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법칙은 아니지만, 기술이 오랫동안 보여준 패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컴퓨팅 수요를 줄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컴퓨팅을 쓰는 서비스와 기능을 만들게 했다. AI 기반 코딩도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해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엔지니어링 일자리 데이터를 보면 더 흥미롭다. 레니 라치츠키는 최근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짚었다. 트루업(TrueUp)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공개된 엔지니어링 일자리는 6만 7,665개로, 최근 저점 대비 78.2% 증가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런 수요가 시장 최상위 구간에만 집중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트루업에 따르면, 기술 기업이 올린 엔지니어 채용 공고 가운데 44.6%는 저연차 및 중간 연차급이었다. 시니어급은 38.3%, 시니어 플러스급은 13.8%였다. 즉, AI가 주니어 개발자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AI 도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와중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많은 엔지니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엔지니어의 역할이 변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더 깔끔하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AI는 엔지니어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엔지니어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스택 오버플로우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개발 과정에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직업 개발자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비율은 매일 AI 도구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맥킨지의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에서는 AI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위 성과 기업이 생산성과 고객 경험, 시장 출시 기간에서 16~30% 개선 효과를 봤고, 소프트웨어 품질에서는 31~45% 향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맥킨지가 강조한 핵심은 따로 있다. 이런 성과는 기존 프로세스에 코파일럿을 얹는다고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다. 역할과 워크플로우, 제품 개발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얻을 수 있는 효과이다. 코딩 보조 도구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조직 차원의 과제라는 의미다.

다시 런던에서 들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헤지펀드의 엔지니어링 리더는 기업 엔지니어링의 일부가 향할 미래를 미리 보여준 사례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코드를 직접 한 줄씩 쓰는 시간은 줄어들고, 대신 무엇을 만들지 명세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방향을 조정하며, 점점 더 많은 코드를 생성하는 시스템을 조율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식이다.

그렇다고 소매금융 회사의 해당 부문이 비합리적으로 뒤처진다고 볼 수도 없다. 규제가 강한 환경에서는 코드 생성 자체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진짜 과제는 거버넌스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자율형 에이전트에 대해 성숙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췄다고 답한 기업은 21%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응답 기업의 73%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주요 위험으로 꼽았고, 46%는 거버넌스 역량과 감독 체계를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는 불필요한 관료주의가 아니다. 비결정론적 시스템을 결정론적이고 규제 부담이 큰 환경에 연결하는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복잡해진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물론 신중함에도 비용은 따른다. 한 팀이 분기마다 파일럿 단계에 머무르는 동안,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경쟁 팀은 운영 역량을 축적하게 된다. 오픈AI의 기업 사용 데이터는 이 격차가 이미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도입 강도 상위 95백분위에 해당하는 ‘프런티어 워커’는 중간 수준 사용자보다 6배 많은 메시지를 보낸다. 프런티어 기업은 좌석당 메시지 수가 2배 많다. 오픈AI는 이제 주요 제약 요인이 모델 성능이나 도구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준비 상태와 실제 구현 역량이라고 보고 있다.

이 설명은 필자의 경험과도 맞아떨어진다. 이제 진짜 경계선은 AI에 접근할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를 가르는 데 있지 않다. 반복 가능한 업무에 AI를 통합하는 방법을 익힌 팀과 여전히 AI를 유망하지만 위험한 주변 기술 정도로 취급하는 팀 사이에 더 큰 차이가 생기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직무가 아니라 일부 업무다

그래서 업무와 직무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형화된 코드를 작성하는 일은 하나의 업무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은 직무다. 이 직무 안에는 판단, 상쇄, 책임, 아키텍처, 보안, 통합, 테스트, 그리고 실제 운영 환경에서 시스템을 굴리는 복잡한 현실이 함께 묶여 있다.

AI는 더 많은 개별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직무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 특히 잘못된 소프트웨어 의사결정이 실제 운영 차질이나 규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맥킨지의 보다 광범위한 AI 조사에서도 대부분 조직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서 확장 배치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지나고 있었다.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은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하고, AI를 단순한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혁신과 성장의 촉매로 다룬다는 점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모든 직원에게 챗봇을 줬으니 이제 인원이 덜 필요하다”는 식의 단순한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솔직히 그런 말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결국 AI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조용히 사라지는 하나의 균일한 기업 미래를 향해 느리게, 혹은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I는 기업을 빠르게 학습하는 팀과 느리게 학습하는 팀으로 갈라놓고 있다. 그리고 일을 재설계하고 위험을 통제하며, 낮아진 소프트웨어 비용을 소프트웨어 축소가 아니라 더 많은 소프트웨어 생산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보상을 주고 있다.

코드는 점점 더 저렴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것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설계하며, 시스템이 비즈니스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역량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종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재평가다. 그리고 그 대가는 기업마다, 팀마다 모두 다르게 매겨지고 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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